난로위 도시락 먼저놓기 둘째 시간이 끝나면 양은도시락들이 난로 위에 앉는다. 서로 자기 도시락을 밑에 놓으려고 실랑이를 벌였다. 담임선생님께서는 수업 중에도 밑에 있는 도시락의 밥이 탈까봐 아래 위를 번갈아가며 바꿔 놓으셨다.
넷째 시간 수업이 끝나는 종을 치면 우리들은 우르르 몰려 내 도시락을 찾아 옹기종기 앉는다. 도시락을 열면 김이 모락모락 오르고 장아찌, 콩자반, 멸치, 단무지, 어묵무침 등등 금방 훌륭한 상차림이 되었다. 어쩌다 계란부침이나 소시지를 싸온 아이, 그리고 시금털털한 김치만을 싸온 아이는 돌아앉아 혼자 먹기도 했다.
반찬을 넣어 도시락을 위아래로 흔들어 비벼먹는 아이, 노랗게 누른 밥에 주전자의 따끈한 보리차를 부어 깨끗하게 긁어먹는 아이.. 밥이 적은 듯한 아이는 남의 밥을 한 숟갈씩 더 퍼가기도 했다. 밖에는 찬바람이 불고 눈보라가 쳐도 우린 난로 옆에서 추운 줄 몰랐다.
지금은 추억의 도시락이 된 노란 양은도시락, 이맘때만 되면 그때 그 교실이 그리워진다
양은도시락
난로와 도시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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