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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노동자와 학생들의 행복한 대화

게시일
2010-12-30
홍익대 청소노동자들과 학생들이 만났다. 21일 홍익대 문과대 8층 로비에서 간담회가 열린 것. 청소노동자의 상황을 소개하고, 청소노동조합 홍익대 분회가 만들어진 배경을 설명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실제로 노동자들과 학생이 얼굴을 맞대고 대화 나눈 시간은 30분 남짓한 짧은 ‘순간’이었지만 청소노동자와 학생들은 너나없이 “행복하다” 말했다.


지난 12월 2일 홍익대에도 청소노동자 노조가 만들어졌다. 불과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노조가 출범할 수 있었던 데는 학생들의 공이 컸다. 청소노동자들의 노동현실에 문제를 절감한 학생들은 6월부터 틈틈이 청소노동자들의 휴게실을 찾아 노동자 한 분 한 분에게 노조의 필요성에 대해, 현재 근무조건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오히려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바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했다.

그리고 10월, 주에 한 번씩 단 세 차례의 모임 만에 80여 명의 청소노동자 중 75명이 노조에 가입했다. 90%가 넘는 조직률이었다. 한 조합원은 “전부터 마음은 (노조를) 하고 싶었는데 기회는 이때다 하고 다 했던 것 같다”면서도 “학생들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며 학생들을 향해 연신 “고맙다”고 말했다.

노조는 출범 이후 이제까지 두 차례의 교섭을 진행했다. 이미 노조가 있는 다른 대학에서도 교섭을 진행해 본 용역업체는 오히려 협조적으로 응했으나 홍익대는 그렇지 않았다. 유안나 공공노조 서경지부 조직차장은 “홍익대와 두세 차례의 면담이 있었으나 그때마다 청소노동자들을 무시하는 건지 ‘우리는 모른다, 용역회사 만나라’면서 뻔뻔하고 무책임하게 대응하고 있어 이후 청소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에게는 더 가혹하게 대응했다. 노조 활동에 한 단과대 소모임이 연대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홍익대는 소모임이 사용하고 있는 방을 사용할 수 없게 하고 징계처리하겠다는 등 엄포를 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 학생은 “노동자 문제 알렸다는 이유로 대놓고 소모임 활동을 하지 말라며 불이익을 운운하고, 소모임 방 빼겠다, 이렇게 말하는 경우는 듣도 보도 못했고 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때문에 학생들은 ‘홍익대 청소노동자 서포터즈’를 꾸려 더 많은 학생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참여의 문을 넓히고 다양한 연대활동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지금 준비 중인 활동만 해도 트위터 운영(@hisupporters), 교섭감시단 활동, 청소노동자 일하는 현장 카메라에 담기, 청소노동자 일일체험 등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학생들이 이후 한층 더 폭넓어진 청소노동자-학생 연대의 씨앗이 될 전망이다. ‘쓰레기남’도, ‘패륜녀’도 이젠 안녕.

“아무도 안 듣는 우리 이야기 들어줘 너무 고맙다”
청소노동자와 학생들의 간담회는 예닐곱 테이블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기자가 있던 테이블에서는 세 분의 청소노동자와 두 명의 학생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화시간이 주어짐과 동시에 로비가 왁자지껄해질 만큼 어색한 기운은 찾아볼 수 없고, 특별한 질문도 필요 없었다. 청소노동자들은 그 많은 이야기를 어찌 다 참고 살았나 싶을 만큼 봇물 터지듯 이야기를 쏟아냈다. 그리고 “하고 싶었어도 못 한 이야기 들어줘서 고맙다”고 한없이 말했다.


이미경(청소노동자, 가명) 나는 4월에 입사했다. 미화원이라는 일도 고민이었지만 일대에서 홍익대 청소노동이 저임금으로 소문나서 몇 달 동안 고민하다가 하게 됐다. 장사도 밑천이랑 용기도 필요하고 이 나이에 선택할 수 있는 것 별로 없어서 부끄럽지만 해보자는 생각으로 들어왔다. 저임금이지만 건물이 낡았으니까 일이 다른 데보다 조금 쉬울 수도 있다는 얘기 들었는데 10시간 노동한다. 방학에는 30분은 좀 일찍 보내준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아직 진전된 건 없다. 우리가 하는 일 외에 다른 일들에 동원 나갈 때도 있다. 총무가 연락해서 동원하면 가서 여름에 잡풀도 뜯어야 하고 학생들 시험기간에 뒷받침해야 하고, 입시철에 나가서 해줘야 한다. 돈을 조금 주긴 주는데 당월에 지급하는 것도 아니고 몇 개월 뒤에 준다. 경비는 더 많이 동원 된다. 지게질도 하더라.

이정옥(청소노동자, 가명) 저런 동원도 말만 용역이 하지, 시키는 건 학교에서 시키는 거다. 우리가 용역이라 학교에서도 일을 많이 시킨다. 서강대는 3년 전에 노조 생겨서 월급도 많고 시간도 7시 출근에 4시 퇴근이다. 더군다나 학교 점심시간에 아줌마들이 마당 쓰는 건 홍대 밖에 없다. 다른 덴 아저씨들이 한다.

김미순(청소노동자, 가명) 나는 ‘T동’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열람실이 중앙도서관에 네 군데고 T동에 두 군데가 개방됐다. 중앙도서관은 11시 문 닫고 T동은 24시간 운영하면서 좌석도 더 많다. 근데 중도는 야근자 한 명 더 옮겨주고 T동은 한 명이 (청소) 다 한다. 시험 때는 새벽 4시에 와서 일하느라 초죽음이 돼서 지쳐서 얼굴이 노래진다. 지금 일하는 이가 근무한 지가 10여년인데 얼굴이 노래서 안됐더라. 노조도 만들어진 김에 야근자 충원 요구해야겠다.

이정옥 나는 과학관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는 아줌마 2명, 경비 아저씨 2명 해서 4명인데 아저씨들이 경비라고 손 하나 까딱 안 한다. 그래도 과학관만 하면 괜찮은데 제2동 1-3층 있는 데까지 한다. 건축과 작품하면 쓰레기가 산더미다. 그걸 둘이 해야 한다. 다른 데서 동원시켜 달라고 하면 소장이 둘이 하지 뭘 동원까지 시키냐고 그런다. 그걸 어떻게 둘이 감당하냐. 처음 왔을 땐 한 사람 더 쓰기로 했다는데 쓴다 쓴다 해서 내내 기다리다 지금은 포기했다. 자꾸 둘이 다 하라니까 스트레스 쌓인다.

이미경 ‘C동’은 작품 하면 엄청난 쓰레기가 쏟아지니까 아예 푸대를 학생들한테 안으로 준다. 알아서 넣으라고. 그럼 그걸 학생들이 넣어서 밖으로 배출하면 그냥 하면 안 되니까 아줌마들이 잘 묶어서 복도에 놓는다. C동은 외곽 청소하는 아저씨가 나르러 가긴 하는데, 옆에 동은 아저씨하고 안 맞으니까 밑에까지 내려다 놔야 한다더라.

이정옥 우리는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쓰레기 푸대) 들고 나르려면 무릎이 아프다.

이미경 가정이 화목하고, 남편이 잘 버는 사람들도 있지만 여성이 생계유지해야 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우리도 어려우니까 나왔는데 한편으로는 지금 (노조) 하고 있는 상황이 불안한 마음 갖고 있다. 잘 진행되면 좋은데, 이달 말이면 학교랑 계약이 끝난다. 금년이 끝나는 해다. 해고 통지서를 다 나눠줬다. 12월이면 용역계약이 끝나니까. 그러면 우리는 붕 뜨게 된다. 학교소속도 용역소속도 아니니까. 학교나 어디서 해고시켜도 할말 없는 상태다. 1월 1일부터 학교와 용역이 우리한테 어떻게 나올지 미지수다. 많은 인원이 필요치 않으니까 그럴 수도 있다는 것(노조원들 해고할 수 있다) 들어서 불안하다.

한차영(학생) 정말 교섭하고 재계약 시기 다가오는데 만약에 학교가 잘 안 들어주면 어떡하냐.

이정옥 잘 싸워야지.

김미순 한명이라도 해고되면 가만있으면 안 돼. 그건 걱정할 필요가 없어. 단결하니까.

이정옥 유언비어에 너무 신경쓰면 안 된다. 한 사람도 낙오자 없이 똘똘 뭉치면 된다.

이미경 학생들이 우리 도와준다면,

김미순 학생들이 밀어주면 잘 할 거 같애.

한차영 예전엔 용역이 없었다더라. 비정규직이 많아지고 간접고용 많아지니까 해고를 너무 당연하게 할 수 있게 되고 그런 게 전반적으로 안 좋아지는 것 같다, 진짜. 학교가 총학생회한테 안 좋은 얘기 많이 해서 어려움이 있는데 그래도 많이 알리고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미경 많이 알려 달라. 알리는 게 제일 중요한 거 같다.

권오현(학생) 저희 어머니께서도 저랑 제 동생 등록금 버느라 식당노동 하고 계시는데 노동착취가 굉장히 심하더라. 12시간씩 일하고 밥 먹을 시간도 없고 문제를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혼자 공부 하면서도 집에만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 들어서 아주머니 뵈러 나왔다 나와 보니 참 좋다.

김미순 나도 이렇게 토론하니까 너무 좋다. 진짜 이건 누구한테 말도 못해. 말하고 싶어도 미움 받을까봐 어디 가서 말도 못하고. 하고 싶은 얘기 누가 하겠냐. 이왕 있으려면 입 다물고 있으라고 하는데.

이미경 학생들이 진지하게 들어주니까 너무 고맙고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한 것 너무 뿌듯하다. 우리도 이게 끝까지 성과가 나올 때까지 할 거다. 많은 힘 돼 달라.

한차영 옆에서 보는 항상 분들인데 옆에 앉아서 평소 하는 일 듣고 하니까 더 열심히 (연대)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난 ‘청소아줌마’ 이런 말이 너무 싫다. 이게 필요 없는 일도 아니고. 당당하게 노조 만드신 게 참 자랑스럽다. 꿋꿋하게 잘 하셨으면 좋겠다.

이정옥 학생들이 너무 많이 나와서 힘 돼주니까 감사하고 든든하다. 학생들 위해 힘내서 열심히 할 거다.

김미순 학생들한테 고맙고, 오늘 내가 막 하고 싶은 얘기 다 해서 너무 좋다. 행복하고. 고마워요!

김도연 기자 20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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