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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시민운동의 성격

게시일
2006-08-29
우리나라 시민운동의 성격

"좀 더 낮은 곳으로 임하라." 곤경에 처한 시민운동에 각계 인사들이 보내는 애정어린 충고는 이 한 마디로 요약된다.
유상욱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은 “지난 총선 때 총선시민연대쪽에서 낙선운동을 함께 하자는 팩스를 보내와 치열한 논쟁 끝에 결국 참여하기로 했는데, 나중에 그쪽에서 갑자기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여 매우 당혹스러웠다”며 “당시 우리 처지에선 시민운동을 끌어가는 이들이 너무 자기중심적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손낙구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도 “시민운동권이 이른바 `영양가 있는 사안'을 중심으로 중산층을 대변하는 운동에 치우치는 것같다”며 “그러다보니 시민운동을 출세에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끼어들게 되고, 순수성을 훼손당할 위험성도 커진다”고 평가했다.

한마디로 “밑바닥 삶과 굳건하게 어깨를 걸고, 좀 더 낮아지려는 자세를 되찾는 데서 위기극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민중운동진영 관계자들은 모두 시민운동이 과잉권력화했다는 비판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많은 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남규선 민가협 총무는 “다만 싸움의 영역이 좀 다를 뿐 민주주의의 완성을 향한 목표는 다를 게 없지 않다”며 “더 활발한 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잇따라 터진 `악재'를 계기로 움츠러들거나 몸을 사릴 게 아니라 더욱 공세적인 운동이 필요하다는 적극적인 견해인 셈이다.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을 맡고 있는 성공회대 조희연 교수는 “한국의 시민운동이 대중성이라는 이름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운동을 주로 하다보니 너무 자유주의적인 성격에 머무는 경향을 드러내는 것같다”며 “설사 불온하다는 오해를 받더라도 기성현실에 대한 더욱 급진적 접근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원보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의 진단은 조금 색다르다. 이 소장은 “우리나라 시민운동이 백화점식 운동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다른 운동조직들이 취약하기 때문”이라며 “시민운동의 짐을 덜기위해서라도 시민운동만 앞서가기보다 다른 운동이 같이 발전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내부를 열린 구조로 개혁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조희연 교수는 “시민운동에 속한 개인들의 일탈을 막고, 운동의 자기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내부 메카니즘이 이번 기회에 만들어져야 한다”며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문제가 내부의 상호비판에 의해 지적되고 교정되는 수평적인 문화를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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