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보험 통합은 어떻게 할까
- 게시일
- 2006-08-23
4대보험 징수 통합, 남아있는 쟁점들
- "보험료=준조세..조세저항 커질 것"우려
- 근로자-자영업자 형평성 문제 확대될 수도
- 4대 보험공단 노조, 공동 반발 움직임
정부가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4대 사회보험의 부과 징수 기능을 통합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한 가운데 벌써부터 반론이 거세다.
4대 보험의 징수기능이 국세청 산하로 들어가는 것에 대해 조세저항만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한편, 자영업자 소득파악이 완전히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험료의 부과 기준을 통일시키는 것에 대해서도 무리가 많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각 보험공단의 노조들도 대규모 구조조정을 우려해 공동으로 반발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왜 국세청 인가.."조세저항 커질 것"
17일 관련부처에 따르면 4대 사회보험의 부과 징수 기능을 국세청 산하의 조직으로 일원화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보험료를 걷는 주체를 각 공단에서 국세청으로 바꾸겠다는 것.
현재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은 보건복지부 산하의 건강보험공단과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보험료를 각각 부과하고 있으며,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은 노동부 소속 근로복지공단에서 담당하고 있다.
그동안 중복 업무로 낭비돼 왔던 행정 비용을 줄이고, 소득 자료를 보유하고 있는 국세청이 직접 보험료를 부과함으로써 업무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가입자 입장에서도 보험료 부과 창구가 단일화되면 편의성이 제고될 수 있다고 정부는 설명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가뜩이나 사회보험을 `준조세`로 여기고 있는 마당에 세금을 걷는 국세청이 보험료까지 걷게 되면 조세저항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국세청에서 보험료를 부과하면 사회 보험료와 세금을 비슷한 개념으로 받아들이게 될 수 있다"며 "조세저항 확대 문제를 고려해 국세청 산하에 조직을 만들지, 기구를 신설할지 고민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확정짓지는 않았지만 국세청 산하기구로 통합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며 "4대 보험이 각각 2개씩 복지부, 노동부 소속이기때문에 어느 한 부처의 산하로는 통합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부과기준 일원화 논란..자영업자 소득파악이 `우선`
이번 4대 보험의 부과 징수 기능 통합 작업에서는 보험료 납부 기준을 전년도 소득기준으로 일원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키로 했다. 그러나 이 역시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건강보험의 경우 부과기준에 소득 뿐 아니라 소유 재산도 포함시켰기 때문에 부과 기준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건강보험의 직장가입자는 지난해 근로소득을 바탕으로 보험료가 책정되며 지역가입자는 국세청에 신고한 소득과 재산을 바탕으로 보험료를 부과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소득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부과기준을 통합하면 직장 근로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정부 관계자는 "부과기준을 전년도 소득기준으로 일괄 적용하는 것은 논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장기간 논의해야할 것"이라며 "무턱대고 일원화 한다면 조세 형평성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의사,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의 복식부기와 현금영수증 발급을 의무화하고 사업용 계좌를 도입하는 등의 세원 투명성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재 50%밖에 안되는 자영업자 소득파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구조조정는 없다?
4대 보험 공단의 노조들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바로 대규모 구조조정 가능성이다.
각 공단에서 보험료 부과 징수 기능은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 건강보험공단은 직원 1만명 중 4400명 가량, 국민연금은 5000명 중 2000여명이 부과 징수 업무를 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의 경우 3300여명 직원의 대다수가 부과징수와 관계돼 있다.
국세청이 4대 보험의 부과 징수 기능의 통합조직을 위해 요구하는 인력은 7000~8000여명. 현재 4대보험의 인력을 대부분 흡수한다해도 어느 정도의 인력 감축은 불가피하다.
정부는 그러한 인력을 다른 업무로 재배치함으로써 인력 구조조정을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박병원 재정경제부 차관은 "징수 업무를 통합해 잉여인력이 발생하더라도 새로운 업무로 전환하는 방법을 동시에 계획하고 있다"며 "사회보험분야는 할 일도 많고 뻗어나가는 분야이기 때문에 징수 업무 통합으로 인해 인력 감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차관은 "그동안 근로복지보험공단 등 보험공단에서는 업무 확장에 따라 추가적인 인력 확충을 요구해왔다"며 "징수 업무 인력이 줄더라도 잉여 인력들을 새로운 업무에 활용한다면 비용 효율화 면에서도 부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이 같은 공언에도 불구하고 각 공단의 노조는 중장기적으로 지사의 통폐합으로 연결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 노조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구조조정이 없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인력 감축에 대한 압박이 가해질 것"이라며 "공단내 업무가 분산되면 사회보험 서비스 질이 저하될 수 있고 통합의 장점이 확실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도 반대의 이유"라고 말했다.
4대 보험공단의 노조들은 오는 18일 보험료 부과 징수 기능 통합에 대한 논의를 갖고 공동 대응 반안을 마련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