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대 졸업생, 이공계와 평균연봉 900여만원 차이
- 게시일
- 2006-08-03
전기과가 연봉 918만원 많아 사회과 30%는 비정규직 설움
대졸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인문사회계 졸업자들이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취업률이 낮고 취업을 해도 상당수가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등 인문사회계의 고용환경이 두드러지게 나빠지고 있다.
1일 <한겨레>가 2004~2005년 학교를 졸업한 ㄱ대 사회학과와 ㄴ대 전기공학과 출신 40명씩을 전화 및 면접조사를 통해 추적·분석한 결과 인문사회계 졸업생들의 취업률과 취업의 질이 이공계보다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은 계열별로 수학능력시험 성적이 상위 15% 안에 드는 학교 가운데 비슷한 수준의 서울 쪽 중위권 대학 인문사회계와 이공계 학과 두 곳이다.
조사 결과, ㄱ대 사회학과 졸업생은 40명 가운데 33명이 취업해 82.5%의 취업률을 보였다. ㄴ대 전기공학과 졸업생은 조사 대상 40명 가운데 37명이 취업에 성공해 92.5%에 이르렀다. ㄱ대의 경우 취업자의 30.3%에 이르는 10명이 학원강사 등 비정규직으로 취업했는데, ㄴ대는 1명을 빼고 모두 정규직으로 취업했다.
비정규직 취업자들은 주로 학원강사, 학과조교, 사무보조원 등의 업무에 종사하면서 연봉 1천만~1500만원의 저임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 수준과 고용 환경 면에서 인문사회계 졸업자들의 취업기상도가 고졸 수준으로 하향평준화되고 있는 셈이다. 정규직 취업자들도 전기공학과 졸업자들이 삼성전자·한국전력공사 등 대기업에, 인문사회계는 공무원이나 중소기업에 취업한 경우가 많았다.
비정규직 취업자가 많은 까닭에 연봉도 큰 차이를 보였다. 전기공학과 출신 취업자가 첫해 평균 2617만원의 연봉을 받는데, 사회학과 졸업자는 1699만원에 그쳐 918만원의 차이가 났다. 전기공학과의 65% 수준이다. 사회학과 졸업자인 배준성(27)씨는 “ㄱ대만이 아니라 다른 대학에서도 상경계열 학생들을 제외한 인문사회계 졸업자들의 고용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문사회계 졸업자들의 고용환경 악화는 대기업, 공기업, 금융권 등 구직자들이 선호하는 ‘괜찮은 일자리’에서 취업 문턱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기업의 신입사원 채용현황을 보면 삼성전자는 4500명 중 500명, 엘지전자는 2600명 중 400명만이 인문사회계 출신이었다. 국민대 사회학과 이명진 교수는 “정보화 인프라의 발달로 인문사회계가 진출하는 일반 행정·사무직 일자리가 크게 줄었다”며 “인문계 순수학문 전공자가 1년 과정의 실용과목 수업을 더 듣는 ‘4+1제’를 도입하는 등 교육제도 개편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공계와 인문사회계 상관없이 직장 만족도는 매우 낮아 상당수가 이직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공학과 졸업자들은 취업자 37명 가운데 16.21%인 6명이 이미 이직을 했으며, 15명이 추가로 이직을 고려 중이다. 사회학과 졸업자는 더 심해 취업자 33명 가운데 33.3%인 11명이 한차례 이상 이직했고, 17명이 추가 이직을 생각하고 있다.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김현진 인턴기자(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