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가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
- 게시일
- 2006-07-27
한미FTA를 두고 사회적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논란은 주로 산업, 부문별 득실에 맞춰져 있는 실정이다. 추진론자들의 주장은 ‘타격을 입는 분야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이익이니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으로 집약된다. 이 와중에 노동자는 행복한 삶을 누려야 할 주체이기보다는 하나의 ‘생산요소’로 취급돼 이같은 결론을 도출하는데 ‘동원’되고 있다. 그러나 한미FTA에 대한 이러한 시각은 정당한가. 그렇지 않다. 문제는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한미FTA인가’이다. 이 점에서 한미FTA가 국민의 대다수를 점하는 노동자계급의 삶에 미치는 파급력이야말로 한미FTA를 판단하는 데 핵심준거가 돼야 할 것이다.
이렇게 봤을 때 한미FTA는 노동자의 고용을 심각히 위협할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고용증대를 예상하지만 근거로 삼고 있는 계량분석(CGE모형을 이용한 계측)은 가정의 비현실성, 모형 자체의 한계로 신뢰하기 힘들다. 또한 외국인투자가 고용증대를 가져올 것이란 분석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인정하기 어렵다. 한미FTA는 그 이름과 달리 사실상 ‘경제통합’ 협정이다. 따라서 그 고용파급력은 여러 측면에서 총체적으로 검토돼야 한다.
우선 교역확대가 고용을 증가시킬 것이란 추진론자들의 주장은 IMF 위기 이후 산업적 연관이 파괴돼 ‘고용 없는 성장’ 추세가 자리를 잡았다는 현실과 동떨어진 전망이다. 오히려 경제를 지배하는 주주자본주의 원리에 의해 제2의 고용대란이 우려된다.
정부는 ‘미국이 노동기준 강화를 요구할 것이므로 노동시장이 유연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미국 무역대표부나 주한상의 등이 제기하는 내용은 분명 노동시장 유연화다. 정부도 노동계의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비정규직 개악입법을 강행하고 있다.
한미FTA는 고용뿐 아니라 노동조건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는 NAFTA 체결 이후의 멕시코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정부 논리에 따르더라도 노동조건 악화는 불가피하며, 미국 정부와 재계의 움직임 또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무역대표부는 경제자유규역을 극찬했으며, 주한미상의는 임단협, 퇴직금과 관련해 개악을 주문하고 있다. 게다가 명백히 예상되는 교육과 의료의 시장화는 노동자의 사회임금을 떨어뜨릴 것이다. 정부는 한미FTA에 따른 사회안정망 구축에서도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한미FTA는 노사간 힘의 균형추를 자본쪽에 한층 기울게 만들 전망이다. 한미FTA 이후의 노사관계는 주한미상의 정책보고서를 통해 예견할 수 있는데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 노조 부당노동행위 신설, 파업 중 대체인력 투입 허용, 파업찬반투표 시점 제한 등은 노조의 조직력, 협상력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더욱이 정부 스스로 이같은 내용이 반영된 노사관계 로드맵을 추진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 한미FTA는 미국 노동법 체제를 한국에 이식하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렇게 봤을 때 한미FTA는 노동자에게 미증유의 재앙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것은 한미FTA가 한국노동자뿐 아니라 미국 노동자에게도 심각한 피해를 입힐 것이란 우려다. 결국 한미FTA는 한미 양국 노동자, 농민을 희생양으로 미국계 초국적자본과 국내 독점자본의 이해를 관철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