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비 월 7만원 늘어난다면...
- 게시일
- 2006-07-20
만약 노동조합비가 한달에 7만원 늘어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과연 노조에서 탈퇴할 것인가 말것인가.이같은 심각한 고민이 현실화로 다가오고있다.
정부가 노조 전임자의 임금과 관련해 내년부터 원칙적으로 회사의 지급을 금지한다는 방침이기 때문이다.
물론 노사간 협상의 여지는 있지만 대기업의 경우 사측이 노조전임자 임금 불가 원칙을 강경하게 밀어붙이고 있어 노조원들이 선택의 고민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 만약 노조비의 가중한 부담으로 노조원 탈퇴가 이뤄진다면 노조의 급속한 세력 악화도 점쳐 볼 수있다.
따라서 노조측도 현재의 노조 전임자 숫자를 줄일 수도 있다. 그러나 노조전임자 축소는 현실적으로 그리 녹녹치 않다. 만약 회사가 노조전임자에게 급여를 주지않고, 노조측도 전임자를 축소하지 않을 경우 당장 내년부터 셀러리맨들의 노동조합비 부담이 크게 늘수 밖에 없다.
머니투데이가 19일 주요 상장기업 63곳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같은 전제 아래 내년도 노조원들이 추가 부담해야 할 노조비는 매달 최소 3000원부터 많게는 7만원까지로 추정된다. 결국 노사정 3자가 1년 넘게 자신의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는 사이, 평 조합원인 셀러리맨들에게 그 부담이 고스란히 돌아오고 있다.
◆노조 전임자 임금, 노조원 월 평균 1.9만원씩 분담해야
이번에 사업보고서를 종합 분석한 결과 노조전임자에게 직원 평균 급여를 지급하기 위해서는 조합원 1명이 월 평균 1만9200원을 추가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상위 100대 상장기업 중 노조 가입자가 100명이 넘는 63개 기업의 노조원수와 전임자수, 그리고 사업보고서상 월 평균 급여액을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다.
기업별로는 노조원 159명에 전임자 3명이 있는 코리안리재보험이 7만2987원으로 조합원의 노조비 추가 부담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됐다.
다음으로 노조원 408명에 전임자 6명이 있는 대우자동차판매가 평균 5만5882원, 노조원 516명에 전임자 7명이 일하는 현대하이스코가 4만9742원으로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노조비로 월 평균 4만2859원을 더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난 SK인천정유의 경우 노조전임자는 2명, 월 평균 급여가 711만원에 달했다.
이 밖에 현대건설(3만2859원)과 한화석유화학(3만5671원), 두산중공업(3만5496원), 현대오일뱅크(3만2807원), 대우인터내셔널(3만2733원), 두산(3만2594원), 여천NCC(3만1866원)도 현행 노조 전임자 수를 유지할 경우 이들의 급여 지급을 위해 내년부터 직원 1인당 월 평균 3만원 이상의 추가 부담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면 노조 가입자 1만761명에 전임자는 0.1%인 11명에 불과한 LG필립스LCD는 노조원들의 노조비 부담 증가액이 3067원으로 가장 낮았다. KT와 하이닉스, 한국전력, 현대자동차, S오일 등도 8000원 미만의 돈만 추가 부담하면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이 무난할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기업간 노조비 추가 부담 예상액의 차이는 전체 조합원 중 노조 전임자가 차지하는 비율과 연동한다. 노조원의 월 평균 부담 증가액이 가장 큰 코리안리재보험의 경우 노조 전임자가 전체 조합원의 1.89%에 달했다. 대우자동차판매와 현대하이스코, 대우인터내셔널도 1%가 넘었다.
그러나 조사대상 63개 기업 중 증가액이 가장 낮은 LG필립스LCD는 0.1%, KT는 0.09%였다. 기아차와 현대차, 한국전력 등 추가 부담액이 1만원이 안되는 사업장들 대부분도 노조 전임자 비율이 0.3% 이하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근로자들도 예외가 아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2월 발표한 '중소기업 노조 전임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327개 기업의 노조 전임자 1명당 조합원수는 평균 64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전임자의 평균 월 급여는 259만원으로 노조원 1인당 4만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노조원들의 실 부담액은 더 늘어날 수도
업계에서는 회사측의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이 금지될 경우 노조원들의 추가 부담액은 이보다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원들 상당수가 중간관리자 이하로 근속 연수가 짧은 반면, 위원장 등 전임자는 평균 이상의 급여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한 상장기업 관계자는 "노조 전임자에게 호봉에 맞는 급여는 물론, 별도 수당으로 월 평균 100여만원이 추가 지급되고 있다"며 "노조 전임자 수를 줄이거나 기존 경비를 대폭 삭감하지 않는 한 평 노조원들의 부담은 크게 늘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전임자의 급여 뿐 아니다. 지금까지 회사측이 관례적으로 무상 제공했던 사무실과 차량, 비품 등도 내년부터는 노조 스스로가 비용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평균 기본급의 1~2%인 노조비가 대폭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중소기업 노조 전임자 실태조사'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조사대상 327개 중소기업 중 노동조합 스스로가 전임자의 급여를 해결하고 있는 곳은 0.6%에 불과했다. 나머지 기업들 상당수는 이들의 급여는 물론, 별도 수당이나 차량유지비 등도 부담하고 있다.
한편 노조 전임자의 임금과 관련, 정부는 내년부터 원칙적으로 회사의 지급을 금지한다는 방침이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사용자가 노조 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면 부당노동행위로 간주하며 이 조항은 2006년 말까지 유예한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내년부터는 회사측의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은 불법이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대기업의 경우 전임자 임금 지급을 내년부터 전면 금지하고 상대적으로 노조 기반이 취약한 중소기업은 일정기간 동안 전임자 1명에 대한 급여 지급만 허용하는 절충안을 노사관계로드맵을 통해 노사 양측 대표에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노동계는 전임자 임금 문제에 대해 노사 자율적으로 해결해야 될 사안으로 정부가 법으로 강제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단위 기업별 협상을 통해 현행 회사가 부담하는 관행을 유지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경영계는 전임자 임금 지급은 더이상 불가능하다는 반응이다. 경총은 최근 로드맵 협상에 대비해 산하기업에 "올해 단협에서 어떤 일이 있더라도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는 관철시킬 것"을 주문했다.
머니투데이 최정호기자 lovepi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