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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께 드리는 글

게시일
2004-06-28
[위원장 메세지]

조합원께 드리는 글

존경하는 조합원 여러분!
노동조합과 회사는 22일 비영업부서 상품판매 금지와 상품판매 전담팀을 해체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일단 노동조합과 사측이 파국의 길로 접어들지 않고 상품판매 문제를 해결하는데 합의했다는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부조합원은 비영업부서에서도 자율판매는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도 있습니다. 물론 자율판매가 진정 자율판매로서 의미를 가진다면 참으로 유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경험한 것처럼 사측은 자율이라는 이름을 남용해 종사원들에게 고통을 강요해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에 노동조합은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조합원여러분!

이번 합의는 단지 비영업부서의 상품강매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것뿐만 아니라 향후 KT의 미래를 열어가는데 있어 많은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조합원들이 상품판매의 부담에서 벗어나 고유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는데 그 의의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상품판매에 치중해 본연의 업무에 대해서는 뒷전이었습니다. 또한 종사원의 능력을 평가함에 있어 본연의 업무와는 별개로 상품판매가 인사고과에 반영되기도 했습니다. 이제 그러한 일은 없어야 합니다. 지사는 고객접점부서로서 제 위치를 찾고, 망운용국은 통신시설 운용과 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리고 영업국은 상품판매와 고객관리에 있어 균형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 KT가 이제는 진정한 통신서비스의 질적 향상과 마케팅을 통해 거듭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현재 KT는 유무선 통신사업자들로부터 많은 견제와 도전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때 잠시 상품판매라는 잘못된 길을 택했습니다. 그러나 KT는 국내최대 통신기업이며 세계 수위의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또한 외국인 선망의 눈빛을 보내고 있는 인터넷 신화를 이뤄낸 것 또한 KT입니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양적인 측면과 더불어 질적으로 우수한 통신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셋째, 단지 KT의 문제가 아닌 통신시장 전체의 정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정부의 통신정책이 규제중심이 아닌 신규사업 창출로 전환돼야 한다는 것을 지적했습니다. KT가 공기업일 때는 미래가 불확실한 사업에 대한 실험대상의 역할을 강요 받아 왔으며 민영화 이후에도 각종 규제로 인해 신규사업진출에 발목이 잡혀있습니다. 이 때문에 고용불안은 더욱 심화되어 왔습니다. 노동조합은 비약적인 통신기술의 발달에 부응하는 신사업이 육성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정부에 정책변화를 요구할 것입니다.

특별히 영업국 조합원께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이번 상품판매 투쟁은 고유업무를 방기한 채 강제상품판매에 내몰리는 조합원의 현실과 이로 인한 고통 그리고 KT의 허수 경영을 막자는 것이었습니다. 영업국의 고유업무는 고객관리뿐만 아니라 상품판매이기 때문에 영업국의 단말기 매출마저 모두 제외시킬 경우 영업국의 위상자체가 상실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영업국의 경우 단말기 매출을 목표에서 제외시키지 않았지만 위원장으로서 영업국 조합원께 특별히 약속드립니다. 오늘부로 영업국에서 자폭이나 가개통이 절대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자폭이나 가개통 등의 허수경영이 발견될 시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영업국도 단말기 매출을 평가에서 반드시 제외 시키도록 할 것입니다. 이 부분은 노사교섭 과정에서 이미 공유를 한 내용이고, 위원장으로서 이를 강제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그리고 상품판매 문제가 오늘의 합의로 모두 해결했다고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되돌아 보건데, KT에서 강제상품판매가 횡횡하게 된 배경에는 매출 중심의 경영계약구조와 경영직의 자리 보존을 위한 무리한 강요가 있었지만, 우리 탓도 일부 있다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침묵과 굴종이 문제를 은폐시키고 우리 전체를 무력하게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상품판매 투쟁을 계기로 우리는 바뀌어야 합니다.

이제 그동안의 투쟁으로 상품판매와 관련한 새로운 룰을 만들었고 합의서 형식으로 발표하였습니다. 이제는 노동조합과 조합원이 유기적으로 힘을 합쳐 새로운 룰이 지켜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조합원 여러분께서도 이후 문제가 발생한다면 노동조합을 통해 건의하고 고발해주시기 바랍니다. 노동조합이 책임을 지고 언제든지 달려가 문제를 해결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많은 관심과 지지를 보내주신 조합원 여러분과 노동조합의 지침에 묵묵히 따라주신 전국의 조합간부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이후 2004년 단체교섭에서도 조합원 신뢰회복을 위하여 더욱 발전되고 당당한 노동조합의 모습으로 조합원 곁으로 다가서겠습니다.


2004년 6월 23일

KT노동조합 위원장 지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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