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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노조 시대 눈앞…기업들 노무관리 비상

게시일
2006-05-19
복수노조 시대 눈앞…기업들 노무관리 비상


내년 1월부터 한국에서도 모든 기업에서 복수 노조가 전면 허용된다. 올해 말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의 복수 노조 조항 유예기간이 끝나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노동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복수 노조 허용은 당연하며 다른 나라의 경험에 비추어 봐도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기업들은 복수 노조 허용으로 노사교섭 과정에서 다양한 요구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노조 간 갈등과 근무 분위기 악화로 부담이 클 것을 우려한다. 일각에서는 ‘영국병’과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걱정도 나온다.


○ 기업들 노무 관리 비상


대기업 A사 인사담당 임원 K 씨는 얼마 전 최고경영자(CEO)로부터 “현재의 노조 외에 다른 노조가 생기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쓰라”는 지시를 받고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K 씨는 “복수 노조로 근로자들의 이해가 충돌해 갈등이 생기면 지금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공개할 수는 없지만 벌써부터 이 문제로 회사가 초긴장 상태”라고 전했다.


삼성, LG, SK 등 상당수 대기업은 노무관리 인력을 늘려 직원들의 불만 사항을 세세히 점검하면서 ‘위험 직원’들의 동향 파악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창사 이후 68년간 ‘무(無)노조 경영’ 방침을 유지해 온 삼성은 그룹 차원에서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그룹 인사팀 산하에 있는 2개의 노사관계 전담팀을 통해 계열사의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


LG그룹도 LG전자를 중심으로 공장에 노무관리 전문인력을 추가 파견해 직원들의 고충을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과 SK그룹 등은 혹시 노조 내부의 갈등이 새로운 노조 설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인사관리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잘 갖춰진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더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김영완(金泳完) 책임전문위원은 “복수 노조 체제에서 중소기업은 노조활동이 중구난방 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커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 핵심 이슈는 ‘교섭창구 단일화’

1개 기업에 2개 이상의 노조가 있더라도 한 개의 노조에만 회사와의 협상권을 주는 것이 ‘교섭 창구 단일화’다. 2001년 개정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부칙 5조에 따르면 ‘노동부 장관은 2006년 12월 31일까지 복수 노조하의 교섭창구 단일화를 위한 단체교섭의 방법, 절차, 기타 필요한 사항을 강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복잡한 교섭체계로 노사관계가 불안해지고 교섭 비용이 늘어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경영계는 복수 노조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교섭창구를 반드시 단일화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최재황(崔載滉) 경총 정책본부장은 “교섭창구 단일화는 현 수준의 노사관계를 유지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회사가 대표성 있는 하나의 노조와만 협상을 하고 그 결과는 다른 노조에까지 귀속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노동계는 협상 대표를 정하는 문제는 노조가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이수봉(李守峯) 민주노총 대변인은 “복수 노조의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도록 법률로 강제하는 것은 자주적인 단체교섭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노사 협상의 대표를 정하는 문제는 노조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준모(趙俊模·노사정위원회 공익위원)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는 “교섭 창구 단일화를 자율에 맡길 경우 노조 간 충돌로 협상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기존 노사교섭의 틀을 유지하면서 노동자의 권익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서는 과반수 노조에 대표 교섭권을 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학계의 의견을 토대로 6월까지 합의안을 마련해 9월 정기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한다는 로드맵을 갖고 있다.



[#1970년대 영국 노조마다 협상권…경쟁적 파업이 영국병 불러

1970년대 영국은 ‘영국병’이란 말이 나올 만큼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경제성장률은 뚝 떨어졌고 물가상승률은 연 24%까지 치솟았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었지만 국영기업의 비능률과 노조 문제가 컸다. 당시 복수노조가 허용된 영국에는 기업당 평균 2.4개의 노조가 있었다. 한 사업장 안에서 모든 노조가 협상권을 행사하면서 기업은 노조 요구가 분출하는 장소로 바뀌었고 경쟁력을 잃어갔다. 영국 노조들은 선명성 경쟁을 벌이며 파업을 일삼았다. 1978년 겨울에는 공공분야 파업으로 쓰레기가 길가에 쌓이고 병원 업무도 차질을 빚었다. ‘불만의 겨울’에 대한 영국인들의 분노는 1979년 총선에서 분출됐다. 강성 노조에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인 노동당 정부가 퇴진하고 마거릿 대처가 새로 당수가 된 보수당이 승리했다.]


■선진국은 어떻게

선진국들은 이미 복수 노조를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폐해를 줄이는 데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특히 단체교섭의 협상창구를 단일화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국가별로 보완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
우선 미국은 하나의 노조에만 대표 교섭권을 주는 ‘배타적 교섭대표제’를 갖고 있다. 한국의 경영계가 요구하는 ‘과반수 노조 대표제’와 비슷한 방식이다.
과반수 노조가 있는 경우에는 자동적으로 대표 협상권을 갖게 되지만 과반수 노조가 없을 때는 연방노동위원회(NLRB) 관리 감독 아래 선거를 치러 ‘대표 노조’를 뽑아 협상을 진행한다. 단 교섭대표로 선출된 노조는 모든 근로자의 이익을 차별 없이 대표해야 하는 ‘공정대표의무(Duty of fair representation)’를 지도록 명문화했다.


영국은 사용자가 노조 수에 관계없이 교섭권을 부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원의 과반수를 확보한 노조나 전체 근로자의 40% 이상이 인정한 노조는 사용자의 승인 여부에 상관없이 대표 교섭권을 갖게 된다.
조건을 갖춘 노조가 없으면 사용자가 교섭권을 노조 수에 관계없이 부여하는데, 사용자의 전횡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면 국가가 조정권을 행사하도록 규정했다. 과거 ‘영국병’의 뼈아픈 경험을 교훈으로 강성 노조에 따른 문제점은 크게 줄었다.


프랑스는 원칙적으로 모든 노조가 교섭권을 갖는다. 다만 단체교섭이 시작될 때는 모든 노조에 협상 사실을 고지하도록 의무화해 노조가 자율적으로 창구를 단일화하는 것이 관행으로 정착됐다. 특히 전체 근로자의 과반수 지지를 얻은 노조에는 ‘단체협약 거부권’이 주어지기 때문에 다수 노조가 사실상의 대표 협상권을 행사하는 셈이다.


일본은 모든 협상을 자율적으로 진행하도록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규모에 관계없이 모든 노조에 단체교섭권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단체교섭 과정에서 큰 마찰이 빚어지는 일은 별로 없다. 복수 노조가 법으로는 허용돼 있지만 실제로는 단일 노조가 많은 것도 일본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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