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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 명퇴 KT직원 5500명 지금은…

게시일
2006-03-20
네명중 한명은 직장 못구해 취업자 절반 月100만원 이하


[조선일보]

2003년 우리나라 굴지의 통신업체인 KT(옛 한국통신)에서 명예퇴직한 직원 5500여명. 평균 임금이 월 300만원을 넘어 전형적인 중산층이었던 이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들은 퇴사한 지 2년반이 지났지만 4명 중 한 명(25.7%)이 아직 일자리를 찾지 못한 채 떠돌고 있었다. 재취업에 성공했더라도 절반 이상이 최저생계비도 안 되는 월 100만원을 벌지 못하고 있었다. 300만원대를 유지한 경우는 4.2%에 불과했다.

이는 본지가 2003년 한 해 동안 KT에서 퇴직한 40세 이상 직원 5500여명 중 자료를 입수할 수 있는 3788명을 대상으로 현재 경제 상태를 직접 인터뷰하거나 각종 연금과 보험의 가입 현황을 추적, 분석한 결과 나타났다. 조사 대상은 퇴직 당시 40대 2189명과 50대 1599명이었다.


퇴직 후 일자리를 찾지 못해 아직 무직인 경우는 4명 중 한 명꼴인 974명이었다. 무직자는 40대가 634명(28.9%), 50대가 340명(21.3%)이었다. 젊은 퇴직자일수록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었고, 50대는 재취업을 포기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40~44세의 조기 퇴직자 중 무직자가 33%나 되는 것은 준비 없이 퇴직한 것을 방증했다.


재취업한 이들은 퇴직자 10명 중 5명꼴인 2024명이었다. 기술직이 많아 일반 직장인의 재취업 성공률(30~40%)보다 다소 높았다. 하지만 96%가 전보다 훨씬 낮은 임금을 받아 소득이 대폭 감소됐다. 월 100만원도 안 되는 경우가 55%였고, 100만원대도 33%나 됐다. 200만원대와 300만원대는 각각 7%, 4.2%에 불과했다. 중산층 몰락 위기를 한눈에 보여준다. 창업을 한 사람들은 5명 중 한 명꼴이었으나 이들도 회사에 다닐 때보다 소득이 훨씬 떨어진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중산층의 몰락이 계속되고 있다. 계속되는 구조조정, 비정규직 확대와 청년실업 증가 등 고용 불안과 경기 침체에 따라 빈곤층이 늘고 있다. 우리나라는 도시가구 중 빈곤층 비율이 IMF 당시인 2000년 8.21%로 가장 나빴으나 2002년엔 4.04%까지 회복됐었다. 하지만 2003년부터 높아져 5.27%, 2004년 9.63%로 계속 악화되고 있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 노무현(盧武鉉) 정부 들어 중산층에서 빈곤층으로 추락하는 신(新)빈곤층이 늘고 있는 셈이다.


신 빈곤층은 ?소득이 없거나 감소해 중산층에서 탈락할 위기의 중도·명예퇴직자 ?소득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에 못 미쳐 생활고를 겪는 저임금의 중소업체 사원 ?가장 역할을 맡은 여성 ?일자리가 없어 비정규직으로 전전하는 젊은 실업자층 등이다. 집 등 재산은 약간 있지만,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소득보다 지출이 많은 경우다.


전문가들은 중산층 붕괴에 따른 신빈곤층의 확대를 막으려면 경기 활성화로 일자리를 늘리고, 재취업교육과 사회안전망을 작동시켜야 한다고 지적한다. 안종범(安鍾範)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의 빈곤층문제는 양극화로 인한 것이라기보다는 중산층의 탈락 등으로 빈곤층이 증가하는 신빈곤층의 문제”라며 “이 문제를 가난한 사람만 더 가난해진다는 식의 양극화 시각으로만 바라보는 정책으로 가면 해답은 점점 더 멀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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