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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평등 해결 될것인가

게시일
2006-03-15
공무원 정년평등 '예산 걸리고 구조조정 걸리고'

인권위 권고 후 1년 "올 상반기 중 처리 어려울 수도"

한때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던 공무원 정년 평등화 문제가 ‘식은 감자’가 되고 있다. 지난해 3월 국가인권위가 5급 이상(60세)과 6급 이하(57세)의 정년을 차등 적용하고 있는 것에 대한 시정 권고를 내린 이후, 관련 법 개정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지만, 올해 들어선 처리에 난항만 거듭되고 있다.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에 계류 중인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은 지난 2월 공청회까지 거쳤지만, 별다른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행자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중에는 조율을 끝내긴 어렵다”고 예상하기도 했다.

공무원노조총연맹(공노총)은 정년평등법 개정안을 최대 현안을 잡고 힘을 몰고 있지만, 전국공무원노조(공무원노조)의 경우는 적극적인 입장을 내고 있지 않다. “공직사회 정년 차별은 해소해야겠지만, 자치 임금피크제 등 공직사회 구조조정의 빌미로 이용될지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어디서 꼬여 있는지 천천히 살펴본다.

정부 “정년연장 4천억 소요”

우선 걸리는 것은 정년 연장에 따른 추가 소요 예산 및 신규채용 감소 문제. 지난해 8월 중앙인사위원회가 잠정 집계한 것에 따르면 6급 이하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데 1년째 748억원, 2년째 1천324억원, 3년째 1천881억원 등 약 4천억원이 추가 인건비로 소요된다. 또한 1년에 3천600명씩 3년에 걸쳐 1만800명 정도의 신규채용을 할 수 없게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한 정년평등의 대상과 시기와 범위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또한 예의 ‘철밥통 국민 감정문제’ 역시 정부가 내세우는 문제점.

이러다 보니, 국가인권위의 권고가 있었던 만큼 5급 이상과 6급 이하 공무원의 정년을 맞추되, 임금구조를 바꾸는 방식으로 정년을 늘려, 예산 부담을 줄이자는 의견이 제시된 바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배일도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해 3월 대표발의한 개정 법률안. 임금피크제 도입을 전제로 정년을 60세로 평준화 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배 의원의 안에 따르면 △모든 공무원의 정년을 60세로 하되 △정년연장에 의한 별도의 예상증액이 없도록 호봉 등 보수체계 개편 방안을 도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일반 회계의 인건비 예산 증액 없이, 개별 노동자의 보수체계 개편을 통해 정년을 연장하게 된다는 것.

이 경우, 6급 이하 공무원노동자의 정년이 늘어난다고 해도, 개별 노동자의 임금 총액은 변하지 않게 된다. 더 받는 것 없이 3년을 더 일하게 된다는 것. 여기에 더해, 개별 노동자 입장에서 공무원연금 수령에서 적지 않은 손해를 볼 공산이 크다. 3년간 늘어난 정년으로 소득의 증가는 없는 상황에서 3년간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임금피크제 동반 “3년 그냥 일하고, 연금은 손해”

게다가, ‘마지막으로 근무한 3년 동안의 평균 기본급’을 기준으로 수령하게 돼 있는 공무원연금법을 손대지 않을 경우, 정년이 가까워질수록 임금이 줄어드는 ‘임금피크제’의 속성을 고려하면 연금 수령액이 줄어든다는 말이 된다. 줄여 말하면, 정년이 늘어나되 돈을 더 벌지 못하고, 연금 수령액의 손해를 보게 되는 효과를 내게 된다는 말.

배일도 의원실 관계자는 “정년 연장에 따른 예산 문제를 풀기 어렵다 보니, 예산 증액 없이 정년 평등을 추진할 수 있는 안을 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에 정년 평등 관련내용을 제기한 당사자인 박성철 공노총 위원장은 “일단 정년의 차별을 없애겠다는 취지에는 동감하나, 법안의 내용까지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무원노조의 경우는 “임금피크제 도입은 검토할 가치도 없이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금 절약이 추가 임금보다 크다”

공노총쪽에선 정년 평준화로 인해, 예산이 늘어나는 것은 맞지만, 공무원연금 지급액이 줄어드는 만큼, 국가 예산 전체로 봐선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노총의 주장에 따르면 6급 이하 공무원의 정년을 늘릴 경우 인건비가 연간 1,300억원(3년간 3,953억원)이 추가로 소요되지만, 공무원연금의 경우 3년간 퇴직자가 없는 만큼 연간 2,800억원(3년간 8,601억원) 정도가 절약된다는 것이다.

또한 공노총은 신규채용의 경우도 퇴직 예정자 수보다 신규 채용자가 월등히 많은 만큼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2006년의 경우 퇴직예정자는 6,370명이지만, 신규채용자는 37,587명인 것으로 조사하고 있다. 결국 예산 부담과 신규채용의 부담이 크지 않은 만큼, 정년평준화를 늦출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이종석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예결산 담당·회계사)은 “일반회계에서 지출되는 임금 추가액과 공무원연금에서 지급되는 연금 감소액을 단순히 비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일단 퇴직을 하게 되면 국가는 추가로 부담할 것이 없고, 연금 지급의 경우 축적된 돈에서 지급을 하면 될 문제이기 때문에 개별 사안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공노총의 주장은 청년실업과 고령층 실업의 사회적 부담 문제, 연금의 건전성 문제 등을 고려해 단순 산수로 계산되기보다, ‘정치적 선택’의 문제로 봐야 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물론, “합리적 이유 없이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국가인권위의 권고처럼, 불평등 해소라는 명분을 전제로 할 때는, 재정의 요소는 고려의 대상이지, 중심 기준은 아닐 것이다.

사회적 합의할 조건도 안 된다

국가인권위 권고 이후, 1년이 지나도록 법안은 계류 중이다. 핵심 이해당사자인 공노총은 5년째 ‘공직사회 정년평등화 운동’을 전개하며, 4월 국회 처리를 기대하고 있지만,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공무원노조 역시 핵심적인 이해 당사자지만, 정년평등과 함께 딸려올지도 모를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경계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예산 문제가 걸려 처리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이해 당사자와 국민의 대표, 정부가 모여 ‘사회적 합의’를 해야 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에는 14만명(공무원노조)과 7만명(공노총)을 가진 ‘법외노조’가 존재하고 있고, 정부는 ‘불법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갑작스런 정년 축소 이후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공직사회 고통분담’ 차원에서 5급 이상 공무원의 정년을 1년(61세에서 60세) 줄이고, 6급 이하 공무원의 경우는 4년(61세에서 57세) 줄였다. 이후 2004년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각각 “공무원정년 60세로 단일화”, “공무원 정년 단일화” 등을 각각 공약으로 발표했지만 후속 조치는 없었다.


지난해 3월 박성철 공노총 위원장의 제소를 국가인권위가 받아들여 “공무원 차등 정년에 대한 개선”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공무원의 정년에 차등을 규정하고 있는 국가공무원법은 합리적 이유 없이 특정 계급 이하의 공무원을 고용에서 배제함으로써 헌법 11조에 정한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다”면서 “평등권의 원칙에 부합하도록 개정할 것을 권고”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3월부터, 배일도 의원, 김재홍 의원, 서병수 의원 등이 각각 공무원법 개정 법률안을 제출했고, 국회 행정자치위는 올해 2월 공청회를 개최했다.


그러나 처리까지는 쉽지 않은 과정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선, 정년 평준화 범위와 추가 예산문제, 국민감정까지 걸리는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정년평등과 함께 거론되고 있는 임금피크제는 공무원노조가 ‘절대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공노총 역시 “정년 이후 임금피크제가 아닌, 정년 내 임금피크제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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