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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노바를 유혹한 여자

게시일
2006-01-25
17세기 유럽의 귀족들 사이에 카사노바에 대한 소문이 자자했다. 그의 탁
월한 연애 솜씨를 부러워하는 남자들도 있었고 귀족의 부인들은 카사노
바에게 관심을 보이면서 수군거리며 유혹의 손길을 은근히 기대하기도
했지만 딸을 둔 부모들은 카사노바 때문에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딸이 결혼할 나이가 되고나 미모가 출중할 경우 그에게 혹시나 당하
지 않을까 걱정을 하였다. 그중에 카테리나의 아버지는 딸에게 카사노바
가 접근하자 걱정이 되어 그와 만나지 못하게 하려고 카테리나를 4년 동
안 수녀원에 보낸 적이 있었다.

아름다운 카테리나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된 카사노바는 포기하지 않고 그
녀가 있는 수녀원에서 열리는 미사에 참석하여 그녀의 모습을 보려고 애
를 썼다. 아름다운 카타리나를 보기위해 자주 나타나는 잘생긴 청년에 대
해 수녀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수녀원에서 일하는 하녀가 카사노바의 발등에 쪽지를 떨
어뜨리고는 총총걸음으로 사라졌다. 카사노바는 혹시 카테리나가 보낸
쪽지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의 내용이었다. “미사에 자주 참석하시는 당신
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나는 당신을 보면서 당신과 사귀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관심이 있으시면 오후 2시에 수녀원의 응접실로 오시기 바
랍니다. 저를 보고 만날 건지 아닌지를 결정해도 좋습니다.”라는 내용이
었다.

호기심이 발동한 카사노바는 그녀가 정해준 시간에 응접실로 갔다. 응접
실에는 우아한 귀부인과 수녀 한 명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카사노바
는 그녀를 보는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수녀 복을 입긴 했지만 그
녀는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푸른 눈과 요염함이 물씬 풍기는 매력적인
여인이었다. 더욱 그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은 귀부인과의 대화에서 들려
오는 그녀의 이름이었다.

당시 베네치아의 남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았던 사교계의 여왕 마틸다
가 갑자기 수녀원에 들어갔다는 소문에 도시가 떠들썩한 적이 있었는데
그 마틸다가 쪽지의 장본이었던 것이다. 카사노바는 그 때 당시 카테리나
와 사랑에 빠져 있어 마틸다에게는 관심이 없었지만 소문으로만 듣던 그
녀의 미모는 카사노바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카사노바는 그녀를 만나기로 결심하고 면회를 신청했다. 엄격한 수녀원
의 면회 장소에서 그녀를 만난 카사노바는 격자문을 사이로 마주보고 앉
아 있는 그녀의 모습이 성스럽기까지 했다. 천하의 바람둥이가 말문이 막
혀 그녀에게 “애인이 있습니까?”라고 묻자 그녀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번에는 마틸다가 카사노바에게 물었다. “당신은 애인이 있습니까?” 카사노바도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마틸다는 “내게 단 한번만 당신의 애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겠습니까? 만일 당신이 그런 기회를 주신다
면 당신은 나를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 그녀는 자신만만했다. 카사노바
와 별장에서 만나기로 하고 그에게 별장 열쇠를 주면서 마틸다는 살짝 그
에게 키스를 했다.

이틀 후 카사노바는 약속대로 별장에 도착했는데 마틸다는 먼저 와서 그
를 기다리고 있었다. 수녀복장이 아닌 우아한 드레스 차림의 그녀의 모습
을 보자 카사노바는 잠시 넋을 잃은 채 그녀를 바라보다가 열정적인 키스
를 했다. 그리고 함께 식사를 마친 후 수녀원이 들어가야 할 시간이라면
서 다음에 만날 약속을 정하고 급히 별장을 떠나 버렸다.

다음 약속 장소는 베네치아의 광장이었다. 카사노바는 초초한 마음으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수상한 남자가 접근하여 카사노바의 주위를
맴돌았다.

카사노바는 갑자기 그 남자가 마틸다의 애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함
께 자신을 죽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남자를 피해서 천천히 걸었지만
남자는 카사노바를 계속해서 따라왔다. 그런데 그 남자는 바로 마틸다였
다. 마틸다는 웃으면서 카사노바를 보고 재미있어 했다.

남장을 한 마틸다의 모습은 카사노바에게 아주 자극적이었고 잠시나마
스릴이 넘치는 게임을 한 기분이 들었다. 둘은 그날 별장으로 가서 은밀
한 밀회를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 약속 장소인 별장에 카사노바가 도착했는데 그녀는 먼저 와
서 기다리고 있었다. 창을 바라보는 그녀의 뒷모습을 발견한 카사노바는
그녀를 뒤에서 안아 주었고 그녀가 등을 돌리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마틸다가 아닌 카타리나였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마틸다와 카타리나는 친구사이였고 카타리나가 카
사노바를 만나고 싶어 하자 모든 일을 꾸민 것이라고 카타리나는 얘기 했
다.

카사노바는 자기를 가지고 논 마틸다에게 화가 났지만 카타리나를 안고
있는 동안 온통 머릿속에는 마틸다의 생각과 그녀의 모습이 떠올라 괴로
울 지경이었다.

카사노바는 카타리나보다 마틸다를 더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마
틸다의 노예가 되기를 자청했던 것이다.

카사노바는 언제나 자신의 외모와 특출한 연애 솜씨로 여자들을 유혹했
던 유럽 제1의 바람둥이였지만 마틸다는 그보다 한 수 위였던 여자이다.

자신의 능력과 외모에 자신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그 자신감 때
문에 자만에 빠질 수 있고 유혹에 더 빨리 넘어갈 확률이 높다고 한다.

자신의 외모나 능력에 자신이 없는 사람은 누군가 접근하는 것을 순수하
게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목적이나 동기를 의심하며 마음을 열지 않고
경계를 하는 경향이 많다고 한다.

외모에 자신이 있는 사람의 경우는 분명 상대가 자신에게 반해서 접근하
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접근하는 사람의 동기를 전혀 의심하지 않아
오히려 유혹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에게 접근하는 사람의 진심을 간파할 줄 알아야 진
정한 사랑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진실은 진실한 사람의 눈에만 보이
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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