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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의 아름다운 설경

게시일
2005-02-10

눈과 빛 그리고 무등산 (1)








▲ 빛고을에 들어서면 누구의 머리위에나 한줄기 무지개가 떠 있다.
▲ 빛이 무등의 부드러운 능선을 타고 넘어와 온 세상을 비추고, 무등은 누구에게나 가슴을 넉넉히 열어 두 팔 벌린다.
광주는 빛의 도시이다. 빛이 무등산의 부드러운 능선을 타고 넘어와 온 세상을 비춘다. 무등은 누구에게나 가슴을 넉넉히 열어 두 팔 벌린다. 별스런 이유도 없이 선량한 시민에게 총칼을 겨눈 그들조차도 품안에 넣고 감싼다. 그래서인지 어느 누구도 무등을 두려워하거나 어려워하지 않는다.



▲ 무등산은 이곳 남도 사람들에게는 늘 삶 속에 자리 잡고 있다.


▲ 눈 속에 빛이 있어 어둠을 환하게 밝혀준다.


▲ 머리에 흰 빛을 이고 사는 세인봉
무등산은 삶 속의 산이다. 세상이 끝나는 곳에서 우뚝 솟아오른 산이 아니라 세상 속으로 내려와 있는 산이다. 산이 세상을 안아서, 산자락마다 들과 마을을 키운다. 이 산은 부드럽고 넉넉하다. 무등은 월출산처럼 경쾌하게 흔들리지 않고, 팔공산처럼 웅장한 능선의 위용을 과시하지도 않는다. 무등은 서울의 북한산처럼 하늘을 치받는 삼엄한 골세의 돌올한 기상을 보이지 않는다. 이 산은 사람을 찌르거나 겁주지 않고, 사람을 부른다. 아마도 이 산은 기어이 올라야 할 산이 아니라 기대거나 안겨야 할 산인 듯싶다. <김훈, 자전거 여행>



▲ 무등은 두 팔 벌려 허다한 능선을 다 품고 산다. 중머리재에서 바라본 능선들


▲ 함박눈처럼 무등은 세상의 모든 허물을 감싼다.
무등산은 이곳 남도 사람들에게는 늘 삶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사람 사는 세상 어느 곳이든 무등은 사람과 함께 산다. 충장로나 금남로의 인파 속에, 설 대목을 맞는 대인시장이나 양동시장의 북적대는 사람들 속에 내려와 있다. 이 곳 사람들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제일 먼저 고개를 들어 무등을 바라보며, 들뜬 가슴을 쓸어내리고 무너져 내리는 가슴을 다잡는다. 그러므로 무등을 떼어 놓고 우리를 이야기할 수 없는 이유다.



▲ 아무리 쳐다봐도 이 기막힌 눈꽃은 왜 이리 질리지 않는가!


▲ 탐스런 눈꽃처럼 올해에는 사람들 가슴 가슴마다 웃음꽃이 가득 피어나길...


▲ 장불재 너머로 구름에 휩싸인 입석대가 가물가물 보인다.








서석대의 돌병풍, 그 기막힌 절경




눈과 빛 그리고 무등산 (2)







▲ 눈꽃으로 온 능선을 수 놓은 토끼봉


▲ 입석대에서 바라본 백마능선
무등은 삶 속의 산이다. 사람 사는 세상 어느 곳이든 무등은 낮은 곳으로 내려와 늘 우리와 함께 산다.



입석대와 서석대를 빼놓고서 무등산을 이야기 할 수 없을 것이다. 장불재에서 동쪽으로 400m쯤 오르면 단 칼로 자른 듯이 곧은 돌기둥이 무리를 지어 기세 좋게 우뚝 쏟아 눈앞을 가로막고 서 있는 곳이 해발 1017m의 입석대다. 한 면이 1~2m인 5~6각 또는 7~8각의 돌기둥을 반듯하게 깎고 갈아 층층이 쌓아 올린 형상이 마치 석수장이가 먹줄을 튕겨 다듬어서 포개놓은 듯한 신비감을 연출하고 있다.



▲ 무등의 부드러움을 닮았을까? 가냘픈 억새풀이 두터운 눈을 털어내고 우뚝 서 있다.
▲ 눈꽃으로 휩싸인 입석대의 군상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고관 정승들이 관을 쓰고 긴 홀(笏)을 들고 공손히 읍하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가까이 가서 보면 웅장한 돌기둥이 병풍을 이루고 있다. 그 가운데 특히 하나가 홀로 우뚝 솟아 있어 세속을 떠난 선비의 초연한 모습 같기도 하다.



▲ 멀리서 바라보면 고관 정승들이 관을 쓰고 긴 홀(笏)을 들고 공손히 읍하는 모습 같다.


▲ 입석대 너머 눈꽃 속에 떠 있는 거북바위


한 몸이 되기도 전에

두 팔 벌려 어깨를 꼈다

흩어졌는가 하면

다시 모이고

모였다간 다시 흩어진다

높지도 얕지도 않게

그러나 모두는 평등하게

이 하늘 아래 뿌리박고 서서

아~ 이것을 지키기 위해

그처럼 오랜 세월 견디었구나!



- 무등산, 김규동 시


▲ 입석대를 지나 서석봉을 힘차게 오르는 희망의 발걸음.


▲ 눈 꽃으로 뒤 덮힌 서석대


▲ 눈 꽃으로 뒤덮힌 서석대
입석대에서 미끄러내리는 눈길을 헤치며 300∼400m를 더 오르면 거대한 돌병풍으로 둘러친 서석대와 마주하게 된다. 동에서 서로 장사진을 펼친 돌병풍은 석양이 질 무렵이면 수정처럼 반짝여 보는 이로 하여금 황홀경에 빠지게 한다.



무등산이 서석산으로도 불린 것도 이 서석대의 돌병풍이 만들어낸 절경에서 비롯되었으며 5월 하순 이 기암절벽 사방으로 철쭉꽃이 만개할 때의 모습은 눈꽃으로 만발한 지금의 모습과는 또다른 맛을 안겨준다.



입석대나 서석대가 기둥모양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펄펄 끓는 상태의 용암이 지표상에서 식으면서 수축현상이 일어나게 되는데 냉각면에 수직방향으로 갈라져 그 틈새에 비나 눈이 스며들게 되고, 스며든 물은 겨울에 얼어 팽창하면서 바위틈을 벌어지게 만든다. 이런 과정이 많이 진행돼 독립된 돌기둥이 늘어선 모양을 이루게 되었다 한다.



▲ 무등의 품에서 살다가 무등의 품으로 돌아간 한국화의 거목 의재, 의재미술관








살다보니 늘 푸른 소나무가 아니었네




눈과 빛 그리고 무등산 (3)







▲ 흰 눈꽃을 머리에 이고 잠시 푸르름을 감춘 소나무와 무등의 능선


▲ 소나무 너머로 구름속에 갇혀있는 무등산 정상, 꿈엔들 잊힐리야 .
무등산에 오르기 위해서 증심사에서 출발하는 코스와 원효사, 무등산 산장에서 출발하는 코스가 있다. 그 중에서도 사람들은 증심사에서 출발하는 코스를 가장 많이 애용한다. 증심사에서 중머리재, 입석대, 서석대에 이르는 코스는 너댓 개의 산행길이 있다. 그 중에서 증심사 입구에서 약사암을 거쳐 중머리재로 오르는 코스가 다소 가파르고 힘은 들지만 산행길 양 옆으로 낙락장송이 우거져 가장 각광받는 산행코스다.



▲ 솔 밭을 환하게 밝혀주는 눈 빛


▲ 눈 속에 빛이 있어 소나무의 속살을 환하게 밝혀 주고 있다.
옛부터 우리 조상들은 소나무를 사군자 중에서도 가장 으뜸으로 여겨왔다. 아무리 험난한 역경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변하지 않는 소나무의 푸르름에서 선비의 고절을 느꼈기 때문이리라. 그러므로 많은 선비들은 소나무를 찬양하고 노래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따뜻해지면 꽃이 피고, 추워지면 나뭇잎 떨어지거늘,

소나무여, 너는 어찌 눈서리를 두려워하지 않는가?

아마도 깊은 땅 속까지 뿌리가 곧게 뻗쳐 있음을

그것으로 미루어 알겠노라.



-<오우가>, 윤선도 -



▲ 흰 눈꽃을 뒤집어 쓴 소나무, 그래도 속 마음은 언제나 푸르다.


▲ 소나무의 살 빛이 사람을 쏙 빼닮았다.


▲ 푸른 솔잎에 엉겨붙은 눈꽃이 수정처럼 빛나다.


학교 뒷산 산책하다, 반성하는 자세로,

눈발 뒤집어쓴 소나무, 그 아래에서

오늘 나는 한 사람을 용서하고

내려왔다. 내가 내 품격을 위해서

너를 포기하는 것이 아닌,

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것이

나를 이렇게 휘어지게 할지라도.

제 자세를 흐트리지 않고

이 지표위에서 가장 기품있는

건목(建木); 소나무, 머리에 눈을 털며

잠시 진저리친다



- <소나무 예배>, 황지우 -




이 시에서처럼 타인을 좀더 이해하고 용서하며 한 해를 시작하여 마무리할 수 있다면, 우리네 삶은 얼마나 넉넉하고 풍요로워질까? 우리는 어떤 사람을 이해하고 용서하기보다는, 미워하고 포기해 버리며 살아왔다. 마음이 비좁은 탓으로.



사람사는 세상, 사람이 사람을 포기한다는 것은 삶을 온전히 포기하는 일이다. 올 한해 너를 포기하는 것이 아닌 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아름다운 용서를 해보고 싶다. 그래서 그것이 나를 휘어지게 할지라도.



▲ 솔 밭에 눈 안개가 연기처럼 피어오르다.


▲ 온 나무를 휘감고 만발한 눈꽃.


▲ 눈 꽃이 만발하여 하늘을 뒤덮다.
눈발을 흠뻑 뒤집어 쓴 소나무, 그러나 잠시 후면 훌훌 털고 일어설 무등의 소나무처럼 여러분 모두 희망을 가슴에 안고 힘차게 나아가는 한해가 되길 바랍니다.
모습이 좋아 퍼왔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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