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가을
이채
미련없이 떨어지는 잎새처럼
시간의 진리앞에 길들여지는 계절입니다
진리라는 것들에게서
자연이 내린 신의 기도를 배우고
진실이라는 것들에게서
당당한 자유와 그리고 고독한 몸부림도 느낍니다
먼 길 걸어 온 세월이
거짓없는 풍경을 그려내는 계절입니다
아름답고 싶었던 꿈들과
그 꿈의 푸른날들이 넘나들던 젊음의 바다에
황금빛 고운 가을새가 날고
이제 막 산을 넘는 쓸쓸한 바람도 불고
그 쓸쓸함의 의미를
가장 고운 사람의 내음으로 전하고 싶습니다
사색에 젖어드는 시간이
점점 길어만지는 계절의 어둠이 밀려오면
가장 따뜻했던 사람의 그림자에게
잠시 그 밤의 허전한 마음을 맡겨 봅니다
마주하는 눈빛으로
아끼며, 사랑하며 함께 열매로 익어가는 계절입니다
날마다 정이 든 사람의 손을 잡고
슬프지 않아도 눈물이 날때면
눈물의 무게를 서로의 눈빛으로 덜어주는 계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