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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눈물

게시일
2007-08-06
노래방에서
자기보다 나이 어린 직속상관이
2절만 부르면 마이크를 빼앗아 가는 통해
화가 머리끝까지 난 친구 놈은
며칠간의 줄다리기 끝에 결국 사표를 제출했다.

곱다시 수십 년 간을 지켜온 7급 공무원 자리였다.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항변을 그는 늘어놓았다.
밥그릇과 노래방에서의 2절을 바꿔치기한 셈이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행위였지만 그는 결코 후회를 한 적이 없단다.

잘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보험 일을 택한 그는
대략 10년 전의 이야기를 끄집어내면서 허허거리며 허하게 웃었다.
노래방의 2절은 그저 사표를 제출하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이란다.
업무 관계로 사사건건 부딪혔던 그가 선택할 길은 사표였던 것이다.

사람이 미우면 단 한 시간이라도 마주하기 싫다고 했던가.
그끄저께 만난 자리에서 그는 처음으로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나와 가끔, 술 한 잔 나누는 그 친구는 요즘 폭주가로 변했다.
빨리 취하지 않으면 견디기가 힘든 사람처럼 마구 마셔댔다.
그런 그가 안쓰러워 어느 친구보다도 자주 전화 통화를 한다.

그끄저께, 오늘은 노래방에 가서 무조건 슬픈 노래만 부르고 싶다며
내 등을 떠밀다시피 노래방엘 끌고 가더니 그는 정말 나를 슬프게 했다.
노래를 부르는 중간 중간 그의 눈에서 이슬이 반짝이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의 우직스러움에 친구들 사이에선 늘 소 같은 친구로 불리 운다.

그런 친구가 몰래 울고 있었던 것이다.
그 친구가 몰래 흘리는 눈물의 의미를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친구야, 우리 힘내자.
차라리 병으로 숨을 거둘지언정
세파에 시달린 끝에 쓰러지거나 좌절해서는 안 되느니
살아 호흡하여 몸이 움직일 때까지는 용을 써보자꾸나.

친구야, 이제 내 앞에서 몰래 울지 마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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