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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분야 FTA 협상카드 전락’ 막아야

게시일
2006-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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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2006-07-10 12:10]

국민적 공감돼 형성 시급, 사안 별로 철저한 대응책 필요

오는 10일부터 14일까지 서울에서 한미FTA 2차 협상을 앞두고 통신 분야가 다른 분야의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협상카드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7일 전국IT산업노동조합연맹(위원장 박흥식, 이하 IT연맹)이 주최한 한미FTA통신협상 공청회 ‘통신 분야, 개방해도 문제없는가?’에서 참가자들은 너나할 것 없이 통신 산업이 희생될 가능성을 제기하며, “국가의 중추신경망을 다루는 통신 산업이 희생향이 돼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이 같은 우려의 목소리가 확산되는 것은 통신 분야가 이번 한미FTA와 관련해 전혀 쟁점이 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교적 경쟁우위’ 판단 속 통신이슈에 무관심 = 열린우리당 유승희 의원은 “통신 분야는 한미FTA에서 우리가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카드임에도, 현실은 통신협상이 사회적 관점에서 제외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시민단체 함께하는시민행동의 박준우 실장은 “일반 시민들이 한미FTA는 알지만, 통신 부문 이슈는 잘 모르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정보통신은 비교적 경쟁력이 있는 분야’라는 인식이 이번 FTA협상에서 통신 분야의 희생을 강요할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얘기된다.

IT연맹 조형일 정책실장은 “가장 우려되는 것은 ‘IT는 그나마 많이 개방돼 있고, 우리가 경쟁력 있는 분야여서 미국의 요청을 웬만큼 받아들여도 괜찮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사태”라고 걱정을 나타냈다. KISDI 정보통신협력연구실 김철완 실장 또한 “우리 IT산업이 경쟁우위에 있다는 이유로 희생카드가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현재의 가치보다 미래의 가치가 높을 것인지, 얼마나 우리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지를 꼼꼼하게 따져 각 이슈별로 철저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마련해야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준비가 너무 안일하다는 것이 지적되는 상황에서 통신 분야는 그런 문제점이 더욱 크다”며, “통신 분야 협상 내용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공감대를 형성해 여론을 환기시키는 한편, 보다 철저한 대응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주요 이슈별로 철저한 대응책 마련해야 = 이처럼 FTA 협상 전반에서 정보통신 부문이 소홀하게 다뤄지고 있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IT분야 내부에서 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각 사안별 대응책을 철저히 수립하는 문제가 중요하게 제기된다.

통신사에 대한 외국인 지분제한 철폐 문제와 관련해서는 우리가 외국인 투자지분을 49%까지 허용하는 것과 달리, 미국이 사실상 20%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미국 측이 요건을 완화해줄 것을 주장함으로써 맞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KT 지재식 노조위원장은 “KT는 49%만으로도 이미 무너져 있다. 비상경영체제 돌입해 화장지까지 아끼라는 실정”이라며, “수년에 걸쳐 준비된 개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결과를 얻었는데,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미FTA를 추진하면 어떤 상황이 올지 불을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지재식 위원장은 “KT 경영진은 지분제한 때문에 주가가 오르지 않으니 지분 제한을 철폐해야 된다는 입장이지만, 49%로 묶여 있는 상황에서도 온갖 폐해가 다 일어나고 있다”면서 “외국인 지분제한이 유지돼야 한다는 데는 이유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기술표준 문제와 관련해서는 “정부와 민간이 알아서 해야 될 문제이지 나라와 나라 사이에 협상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는 점을 주장해야 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기술 선택’의 문제와 ‘자유 경쟁’ 문제를 동일시해서 국가가 기술표준을 주도하는 것이 자율경쟁을 해치는 것으로 몰아붙이는 미국의 논리를 경계해야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와 관련해 SK텔레콤 김신 정책개발팀장은 “미국이 각 나라에 이처럼 기술표준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안한 적이 없었다”면서, “CDMA의 가장 큰 수혜자를 퀄컴이라고 하는데, 한미FTA는 퀄컴과 같은 기업을 또다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열린우리당 유승희 의원은 “기술 표준을 민간에 맡기자고 하는 것은 오히려 우리 정부의 정책선택 자율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통신의 ‘공공성 보호’ 외면 말아야 = 현재 업계와 학계, 노동계는 “지금이라도 국민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협상과정이 공개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KISDI 김철완 실장은 “직접적으로 이익을 취할 수 있는 섬세하고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며, “정부, 사업자, 노조 등 이해관계자가 공통적인 이해를 도출할 수 있는, 상시협조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SK텔레콤 김신 팀장도 “대국민적인 논의가 더욱 진실되게 진행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정부는 협상 내용을 숨기려 하지 말고 공개해야 된다”고 말했다.

김병근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정보통신 부문은 기술적 표준이 보편적 서비스와 연관되는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며, “세계 각국이 공공서비스는 ‘시민 권리’의 개념으로 보존하는 제도들을 갖고 있거나 만들고 있는 만큼, 경제적 기능 외에 사회적 기능의 측면에서도 이해득실을 따져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IT연맹은 한미FTA 통신협상과 관련해 오는 12일 민주노총 총파업 투쟁에 앞서 연맹 차원의 집회를 열 계획이다. 정보통신부 앞에서 진행될 이번 집회에는 외국인 지분제한 문제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KT, KTF 전국노조 간부를 비롯해 정보통신산업 분야의 노동조합 관련 인사 600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재철 기자> mykoreaon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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