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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들을 노동투사로 만드는가?

게시일
2006-07-05
한겨례 06.6.7일자 사설

철도공사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다가 해고된 고속철도 여승무원의 파업 투쟁이 또 하나의 장기 노동분규가 되게 생겼다. 오늘이 파업 100일째다. 서울역 대합실에서 단식농성을 벌인 지도 16일째다. 어제는 각계 인사 500명이 동조 단식을 벌였다. 또 투쟁 지지자 1000여명이 선언문을 발표했다. 각계의 지지가 확산되는 양상이다. 최근 개별 사업장 문제 가운데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지만, 철도공사와는 한달째 대화조차 없다고 한다. 정부나 정치권의 해결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승무원들은 계약·파견직 노동자로 이중의 고통을 겪었다. 언제 일터에서 내몰릴지 모르는 가운데 다른 회사 간부의 작업 지시를 받는, 너무나 서러운 처지다. 게다가 여성이다. 그야말로 이중 삼중의 차별과 고통을 당하는 이땅 여성 노동자의 현실을 상징한다. 이런 승무원들이 흔들림 없이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으니, 비정규직 노동운동과 여성 노동운동의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

하지만 ‘투쟁의 꽃’이 되는 건 이들이 진정 바라는 바가 아니며 바람직하지도 않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일자리로 돌아가는 것이지, 투사가 되는 게 아니다. 파업을 이끌고 있는 민세원 케이티엑스 승무지부장은 “평범한 우리를 투사로 만들지 말라”고 했다. 잘못된 정부의 공기업 정책, 해결 방안이 없다며 나몰라라 하는 철도공사, 말로는 비정규직을 보호하겠다면서도 팔짱 끼고 있는 정부와 정치권이 이들을 투사로 만들고 있다.

모르쇠로 일관하다 보면 지쳐서 투쟁을 중단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사라지진 않는다. 정부의 노동 정책과 태도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곳곳에서 투사들이 계속 생겨날 것이다.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노동자들의 저항은 더욱 거세지고, 그만큼 노사관계 안정도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누구에게도 이로울 게 없다.

노·사·정이 풀어나가야 할 현안들이 적지 않게 쌓였다. 특히 비정규직 법안 처리와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 논의는 마냥 밀어둘 수 없는 중요한 사안들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노동계의 갈등 때문에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 고속철도 여승무원 파업을 보면, 앞으로도 갈등이 깊어지면 깊어졌지 완화되진 않을 것 같다. 이렇게 꼬인 사태를 풀 열쇠는 결국 정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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