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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차별은 더 서럽다

게시일
2003-06-11

중앙일보 2003.6.11(수) AM 7:07 뉴스검색

[나이 차별은 더 서럽다 上] 인사철만 되면 나이 순으로 `싹둑`


"영업직처럼 뚜렷한 능력 차이가 나지 않는 직종의 경우 나이순으로 정리하는 게
가장 무난합니다.

조기 퇴직하는 당사자들이 `능력이 모자라니까 나가라`고 하면 쉽게
승복하겠습니까. 오히려 연령을 기준으로 삼으면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줘야지`라며 쉽게 승복하지요." 한 시중은행 인사담당자가 소개한 조기퇴직자
선발 기준이다.

스스로 `합리적 기준`이라고 주장하지만 당하는 사람으로부터는 역시
`연령차별`이라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수시로 구조조정을 하면서 아직 은퇴하기엔 이른
장년층이 직장에서 내몰리고 있다.

상당수 기업들은 편의상 연령을 기준으로 잘라내고 있다.

인사철이 다가오면 꼭 "올해는 몇년생이 커트라인"이라는 소문이 돈다.

이 때문인지 직장인들 사이에선 `사오정 오륙도(四五停 五六盜)`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45세가 정년이고 56세까지 직장을 다니면 도둑이라는 뜻이다.

서울은행은 지난해 11월 하나은행과 합병하면서 5백40명을 퇴직시켰다.

기준은 나이가 52~53세인 임원 이하 간부직이었다.

은행 정년이 58세이므로 퇴직까지 5~6년이 남은 사람들이었다.

이 같은 조기퇴직으로 현재 하나은행 직원 7천1백여명 중 50세 이상은 1백17명에
불과하다.

외환은행도 올해 48년생(55세)이 현직에서 빠진다.

정년이 3년 정도 남아 있지만 보직을 주지 않고 대기발령을 내 알아서 나가게
만든다.

외환은행의 한 직원은 "더 버틸 수도 있지만 후배들 보기 민망해 대부분 자진
퇴사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권고사직한 전 서울은행 간부 李모(54)씨도 "나간 사람 중에는
기업구조조정 등 특정업무에서 노하우와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상당수 끼여
있다"며 "나이가 많다고 경험 많은 인력을 무조건 몰아내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도
손해"라고 말했다.

조기퇴직으로 인한 조직의`조로(早老)현상`은 기업체에서 더 심하다.

두산그룹의 경우 임원 승진연령은 예전에 비해 5~6년 앞당겨진 40대
초.중반이다.

당연히 부장급들의 심리적 압박감이 커져 40대에 퇴직하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
됐다.

또 삼성그룹의 올해 임원 승진자의 평균 연령은 45.9세다.

2001년 47.3세에 비하면 2년새 1.4세나 젊어진 것이다.

삼성생명의 올해 신규임원 11명 가운데 최고령자가 46세밖에 안될 정도다.

삼성 관계자는 "정년(55세)을 채우고 나가는 사람은 대부분 명장급 생산직"이라고
말했다.

계급조직인 군대도 마찬가지다.

한 계급에서 정해진 기간 중 승진하지 못하면 옷을 벗어야 하는 계급정년 제도가
엄격히 적용되기 때문에 융통성이 없다.

"군복 벗으면 자기 회사 오라던 중소기업하는 친구도 막상 간다니까 불황이라면서
모른 척합디다.

일반기업에서 활용할 만한 경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나이만 많으니 결국 갈 곳은
3D업종이나 자영업밖에 없지요. 고등학생인 막내 학원비와 대학생인 첫째.둘째의
학비로 월 4백만~5백만원의 생활비가 필요한데 아이들 대학 마칠 때까지 어떻게
버텨야 할지 막막할 뿐입니다.

" 계급정년에 걸려 이번달 퇴직하는 李모(51)중령은 앞날에 대한 불안감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그는 "군대의 계급정년은 오랜 관행이라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지만 너무 젊은
나이에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도 군대는 나은 편이다.

李중령 정도의 경력이면 월 2백40만원의 군인연금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간인의 경우 65세가 돼야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퇴직 후 10년
이상을 `자력 갱생`해야 한다.

외환위기 이후 정년제가 무너지면서 명예퇴직이나 정리해고를 단행할 때 기업체
두 곳 중 한 곳은 연령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능력평가 제도가 없는 탓에 모두들 수긍하기 쉬운 나이가
인력퇴출의 기준이 돼버린 것이다.

`선입선출(先入先出)`이라는 인사관행이 자리잡은 데는 물론 뿌리깊은 연공서열
문화의 영향도 크다.

하지만 문제는 조기퇴직이 성행하면서 자녀교육 등으로 한창 지출이 많은 50대의
실업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50대 실업률(4월 기준)은 90년 0.8%에 불과했지만 외환위기 직후인 98년엔 5.1%로
높아졌다.

그뒤 낮아지긴 했지만 올해 50대 실업률은 2.1%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대졸 50대의 실업률은 3.5%로 고학력.사무직의 경우 조기퇴직이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기퇴직은 우리나라의 급격한 인구 노령화, 저출산율과 맞물려 경제의 활력을
더욱 떨어뜨릴 위험이 높다.

현재 71% 정도인 생산가능인구 비율은 갈수록 낮아져 2050년엔 55.1%로 뚝 떨어질
전망이다.

반면 연금.보건.의료 등 고령인구에 대한 사회보장지출은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2%에서 50년 후엔 8.5%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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