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SKT" 서로 겨냥 입씨름
- 게시일
- 2003-06-03
비대칭규제의 화살을 서로에게 돌려라---
지배적 사업자 KT·SKT 전략
‘비대칭규제의 화살을 상대방에게 돌려라.’
후발 통신사업자들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각각 유무선 통신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인 KT와 SK텔레콤이 비대칭규제의 타깃을 서로에게 돌리려고 안간힘이다.
비대칭규제는 시장의 건전한 경쟁환경 조성을 위해 정부가 지배적 사업자를 보다 강도높게 규제해 온 일관된 통신 정책.
최근 두루넷·온세통신 등 후발 유선사업자들의 어려움이 노출되고 KTF·LG텔레콤 등 무선사업자들도 실적 정체나 감소를 겪으면서 이들 지배적 사업자는 정부의 비대칭규제 칼날이 조만간 어떤 식으로 다가올지 불안해 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각각 유선과 무선 시장에서 자신들이 비대칭규제의 도마에 오르기보다는 정책적 관심을 상대방에 집중시키려는 시도다.
SK텔레콤은 최근 KTF·LG텔레콤이 지난 1분기 미진한 실적을 거둔 주요인으로 KT의 무선재판매 사업을 들며, 비대칭규제의 관심을 KT로 옮기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KTF는 지난 1분기 전분기 대비 매출이 12.7%나 줄어든 1조2077억원, LG텔레콤도 유사한 폭(11.8%)으로 감소한 412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KT는 KTF의 무선재판매 사업에서 지난해 1분기에 비해 40.8% 증가한 2364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외형상으로만 보면 3위 사업자인 LG텔레콤의 절반을 뛰어넘는 수준인 셈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KT는 이미 무선재판매 사업이 법적으로 문제없는 데다 자회사인 KTF와의 시너지 차원에서도 전략적인 육성효과가 있는 부문이라며 발끈하고 있다.
KT는 SK텔레콤을 상대로 비대칭규제의 현안 가운데 보편적서비스 분담금과 유선에서 무선으로 거는 전화(LM) 접속료 현실화를 줄곧 주장했지만 최근 들어 더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선통신 시장의 성장성 정체를 근거로 비교적 탄탄한 수익구조를 갖춘 무선사업자, 특히 SK텔레콤이 보편적서비스 분담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유선에서 무선으로 거는 전화(LM) 접속료도 후발사업자들에 대한 시장개방에 앞서 현실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LM 접속료 가운데 유선사업자 몫이 우리만큼 높은 나라도 없다”면서 “스스로의 부족분을 타 역무의 경쟁사에 넘기려는 시도”라고 일축했다.
이처럼 KT와 SK텔레콤은 비대칭규제의 현안이 불거지길 꺼리면서도 각자 화살을 돌림으로써 서로에게 유리한 입장을 이끌려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각각 유무선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인 만큼 KT와 SK텔레콤은 드러내놓고 다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극도로 조심하면서도 치열한 물밑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