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신청하기

이 블로그 친구 신청을 하시겠습니까?

게시판

"원금 480배로"… 퇴직자 유혹하는 독버섯

게시일
2016-08-24

[유사 수신업체 不法 현장 가보니]


다단계 판매 조직처럼 투자 설명회 장소 알리지 않고 투자자와 동행해야 출입

저금리에 돈 굴릴 곳 마땅찮아 유사 수신 피해 年 11조원 달해… 금감원 조사권 없어 단속 어려움


"여러분의 인생 역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우리는 돈을 쉽게 버는 방법을 알려주는 회사입니다."


얼마 전 서울 강남구의 3층짜리 건물 2층에 자리 잡은 사무실. '0000회관'이라는 간판이 있었지만, 실내에서는 40~60대 남녀 30여 명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자신을 '박00'라고 소개한 50대 초반 남성이 화이트보드에 전자화폐니, 코인이니 하는 단어를 써 가면서 투자 설명회를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 전자화폐의 가치가 몇 배씩 늘어난다고 열을 올렸다. 적은 투자금으로 '대박'을 칠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35만원, 120만원, 320만원, 1100만원 등 네 종류 패키지를 판매하는데, 이 패키지를 사면 일종의 가상 계좌에 전자화폐가 쌓이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 최대 480배까지 불어난다고 선전했다. 본지는 이날 금융감독원 불법금융대응팀의 유사 수신 의심 업체 현장 점검에 동행했다. 대응팀장은 "유사 수신 업체가 확실한 것 같다. 앞으로 추적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이들처럼 고수익을 보장한다면서 투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는 유사 수신 업체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투자금을 모집한 뒤 약속한 투자 수익을 주지 않거나 원금마저 떼어먹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라 돈을 굴릴 곳이 마땅치 않은 서민들을 먹잇감으로 삼고 있다. 올 들어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금감원에 제보가 들어온 유사 수신 업체는 올 상반기에만 298곳에 달해 이미 지난해 연간 제보(253건)를 넘어섰다.


유사 수신 업체 피해 규모 11조원 넘어


이날 현장 점검에 나섰던 곳은 유사 수신 업체의 전형적 모습을 보였다. 우선 투자 설명회 장소를 공개하지 않았다. 불법금융대응팀은 정보원을 통해 장소를 알아낼 수 있었다. 설명회가 열리는 장소는 대로변에서 벗어난 작은 상가 건물이 많은데, 이날도 건물 1층은 세탁소와 식당이 있는 건물이었다.



일반 투자자들은 이 업체에 투자하고 있는 지인과 동행해야만 투자 설명회에 참석할 수 있었다. 참석자들 신원 확인이 철저했다. 대응팀은 내부 협조자 도움을 받아 설명회에 참석할 수 있었다. 정성웅 금감원 불법금융대응단 국장은 "가정주부나 은퇴 후 이자로 생활하는 사람들이 저금리 시대에 투자처를 찾지 못하면서 유사 수신 업체에 빠져드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유사 수신 피해 규모는 연간 11조원대다. 수법도 다양해져서 최근엔 가상 화폐, P2P 금융, 크라우드 펀딩 등 새로운 상품에 접목한 유사 수신 업체가 생기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유사 수신 업체들이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지만, 단속의 손길이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단속은 금감원과 경찰이 담당하는데 경찰은 금감원이 충분한 자료를 수집해 유사 수신 의심 업체라고 수사 의뢰를 해야 조사에 착수한다. 그런데 금감원은 독자적 조사 권한이 없다. 이러다 보니 단속의 사각지대가 생기고, 일반인들이 피해를 보고 나서야 뒤늦게 수사가 시작되는 일이 다반사다.


금융 당국, 벌금 상한 확대 등 추진


유사 수신 업체가 발붙이지 못하게 하려면, 미국 사례를 참조해야 한다는 의견이 금융권에서 나온다. 미국은 지난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발동해 정부 기관과 민간 기관 협력 조직인 '금융 사기TF'를 설치해 금융 사기 합동 단속을 벌이고 있다. 또 금융사기연구센터도 설치해 진화하는 금융 사기 수법에 대한 조사를 벌이는 중이다.


금융 당국도 피해 규모가 늘어나자 형사처벌과는 별개로 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현재 금융위는 금감원에 자료 제출이나 관계자 출석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갖추도록 제도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유사 수신 업체에 대해 현재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도록 되어 있지만 부당 이득 규모에 따라 벌금액이 정해지도록 법률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유사수신

금융 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지 않은 업체가 고수익을 약속하면서 불특정 다수로부터 투자금을 받는 불법행위.

댓글 0
댓글 등록 폼
  • 작성자
  • 제목
  • 게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