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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만 믿고 있자니…" 일터로 간 4050 주부들

게시일
2016-03-25

[전업주부 2년 연속 첫 감소… 일본처럼 생계형 맞벌이 증가]

 

40~50대 맞벌이, 30대보다 많아… 경기 침체 日과도 비슷한 흐름

"家長 은퇴 앞두고 교육비 부족, 노후 준비 더 필요하다고 여겨"

OECD 평균보다 고용률은 낮아… 워킹맘, 저임금 일자리도 문제


서울 강북에 사는 강모(49)씨는 작년까지는 자녀 둘을 키우는 평범한 주부였다. 남편은 대기업 협력업체 간부로 적지 않은 연봉을 받고 있다. 하지만 대학생, 고등학생인 자녀 교육비가 많이 들어가는 데다, 노후 준비를 거의 하지 못한 점이 부담이 됐다. 결국 강씨는 지난해 한 금융회사에 콜센터 상담원으로 취업했다. 계약직으로 월 200만원가량을 받는다는 강씨는 "사회생활 경험이 없어 상담원 외에는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어려웠다"고 했다.

 

은행에서 10년간 일한 주부 유모(36)씨는 둘째를 낳은 직후인 2013년 직장을 그만뒀다. 아이 둘을 키우는 데 전념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커리어 우먼으로서 꿈을 포기하기 어려웠다. 고민 끝에 유씨는 지난해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알아보고 은행에 재취업했다.

 

중년 주부의 생계형 맞벌이가 늘고, 젊은 주부들의 재취업도 이어지면서 전업주부 숫자가 처음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전업주부 2년 연속 감소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업주부(가사 또는 육아를 이유로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여성)는 708만명으로 전년도보다 약 6만명 감소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0년에 638만명이던 전업주부는 꾸준히 늘어나 2013년 729만명으로 최고점에 도달했다. 이후 2014년부터 714만명, 2015년 708만명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그래픽=김성규 기자

 

 

전업주부가 감소하면서, 맞벌이 부부 비율은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에는 결혼 가구 중 42.9%가 맞벌이였지만 이듬해에는 43.9%로 증가했다.

 


전업주부가 줄어드는 것은 선진국처럼 고학력자를 중심으로 여성도 직업을 갖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경단녀(경력단절여성)'의 취업을 돕는 정부 정책이 효과를 내는 측면도 있다고 정부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실제로 노동시장의 핵심 연령층인 25~54세 사이에서 기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1990년대 초에는 50%에 못 미쳤지만 2015년에는 59.6%까지 증가했다.

 

 


◇일본처럼 중년 주부 생계 위해 취업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 나타나는 전업주부 감소 및 맞벌이 증가는, 고학력 여성의 자아 실현형 취업보다 중장년 여성의 생계형 취업이라는 측면이 더 강하다. 가장(家長)의 홑벌이로 넉넉하게 가계를 꾸리기 어렵기 때문에 주부들이 뒤늦게 직업전선에 뛰어드는 것이다. 연령대로 봤을 때 2014년 기준으로 40대(51.8%)와 50대(51.3%)의 맞벌이 비율이 30대(42.1%)보다 높다는 점이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특히 60세 이상에서 맞벌이 가구가 1년 만에 6.7%포인트나 증가해 2014년 29.6%에 달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가장의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40~50대 가정에서 노후 준비가 부족하다고 여겨 주부들이 생계를 위해 직장을 갖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맞벌이 부부가 늘고, 그중에서도 중장년층 맞벌이 부부의 비율이 높은 것은 일본에서 먼저 나타났던 흐름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일본의 맞벌이 가구 비율은 50%로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0.6%포인트 늘었다. 특히 연령대별로 봤을 때 45~54세 사이의 맞벌이 비율이 가장 높았는데, 작년 4분기에 73.8%로 1년 사이 1.8%포인트 증가했다.

 

 

◇선진국 대비 여성 고용률은 낮은 편

 


직장을 가진 기혼 여성들이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지난해 여성 고용률(15~64세 기준)은 55.7%로, OECD 평균인 58%(2014년)에 못 미친다. 정부가 2017년에 달성하겠다고 내건 목표치인 61.9%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지난주 여성 고용 우수 기업을 방문한 자리에서 "여성들이 경력 단절을 겪지 않고 다니던 직장에서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시간 선택제 일자리를 적극 발굴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오는 4월 여성 고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전업주부로 살다가 일자리를 찾으려는 40~50대 여성들이 얻는 직장이 저임금 일자리인 경우가 많다"며 "여성 취업을 양으로만 늘릴 게 아니고 질적으로도 향상시킬 수 있는 정책을 가동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진석 기자 aur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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