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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시대의 대안, 믿었던 ELS의 배신

게시일
2016-02-02

금알을 낳던 보물에서..중국發 삭풍에 애물단지로
2012년부터 짭짤한 수익, 발행량 폭발적으로 늘어
고점이던 작년 가입자들 1조8천억 녹인구간 진입

 


 

 
 
#. 직장인 이모씨는 요즘 하루에도 몇번씩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해외지수를 확인해보는 게 일이 됐다.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에 적지않은 금액을 투자하면서 신경이 쓰여서다. 지난해 4월 적금 만기로 목돈을 만지게 된 이씨는 '반토막' 나지만 않으면 연 7% 수익률을 보장해준다는 ELS에 눈길이 갔다. 하지만 최근 홍콩H지수가 8000을 오르내려 불안하다. 그는 지금이라도 수수료 손실을 감수하고 팔아야 할지 만기인 2018년 4월까지 버텨야 할지 고민이다. 증권사 창구를 찾으면 주가가 떨어질 대로 떨어진 지금이 기회라며 환매를 만류한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고민이 크다.


 

금리 1% 시대의 중위험.중수익 투자대안상품으로 각광받던 ELS가 어두운 민낯을 드러냈다.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단 한번도 녹인(원금손실)구간에 들어가지 않았던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가 투자자들을 손실 공포에 휩싸이게 하고 있다. 흥행보증수표였던 홍콩H지수 ELS가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두 얼굴을 드러낸 것이다.

1월 31일 금융투자업계와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원금비보장형 ELS 중 1조8000억원가량이 녹인구간에 진입했다.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원금비보장형 ELS 발행잔액의 10% 수준이다. 지수가 7000 미만으로 떨어지면 발행된 ELS의 34.8%가 녹인구간에 들어간다 .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는 황금알을 낳는 닭이었다. 지난 2012년 이후 작년 상반기까지 단 한번의 녹인구간 진입이 없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앞 다투어 홍콩H지수 ELS를 발행해 왔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전체 발행 ELS의 37.4%(12조2000억원)정도였으나 2013년 62.7%(19조4000억원), 2014년 79.3%(40조9000억원), 지난해 75.6%(46조3000억원)로 해마다 발행금액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결국 지난 수년간 홍콩H지수가 중국 경제 호조로 수익보증수표 역할을 해왔으나 중국이 바오치 시대가 끝나고 위기감이 확산되자 시한폭탄이 되어버린 셈이다.

증권업계도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발행비중이 너무 커 최근 보수적 판매지침과 함께 상황을 긴급점검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발행시장 규모도 1년 만에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월 한달 동안의 홍콩H지수를 포함한 전체 ELS 발행액은 2조9218억원으로 전년 동기(7조1548억원)의 40.84% 수준으로 급감했다. 2012년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던 ELS가 중국 경제와 함께 급팽창했지만 바람이 빠지는 데는 채 1년이 안 걸렸다. 홍콩H지수 급락에 '조기상환-재투자'로 이어지는 ELS의 발행공식도 깨졌다. 조기상환된 ELS는 4473억원에 불과했다.
 
조기상환액이 5000억원에도 못미친 것은 지난 2013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신한금융투자 최동환 연구원은 "ELS 발행액은 항상 기초자산이 상승하는 국면에서 증가하는데 시장을 낙관하면서 가파른 하락세를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KR선물 신동국 고객자산운용본부장은 "녹인규모가 커지면 증권사 입장에서는 헤지(위험관리)비용 증가, 발행규모가 줄어든 데 따른 판매수익 감소로 이어지고 투자자들은 손실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sane@fnnews.com 박세인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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