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번 돈인데, 왜 넌 항상 구세주처럼 나타나냐
노란봉투의 추억 …1960~70년대엔 현금으로 지급
월급날 귀가버스엔 소매치기 많아 1980년대 은행들 전산화되며 사라져
근데 왜 25일? …말일보다 5일 빨리 지급한다는 의미
중소기업은 대기업 대금받은 뒤인 10일이 많아
왜 말하지 않았니 오늘이 네 월급날이란 걸
사랑합니다 사랑해요
당신만을 따르겠어요 당신의 개가 될게요.
당신이 피 땀 흘려 번 돈을
당신이 정승같이 번 돈을
당신이 혀 빠지게 번 돈을
(신촌타이거즈의 '월급날' 가사 중에서)
요즘 머니몬스터인 내가 즐겨 부르는 노래야. 인디밴드가 부른 '월급날'이지. 가사가 직설적이지? 작사가 왈 "어느 별이 반짝이던 밤, 별보다 더 반짝이게 보이던 친구의 월급봉투를 본 후 영감을 받아 만든 노래"라네. 생활고에 쪼들리던 인디밴드로서의 고통을 가사에 담은 거지. 공감하지? 맞아 월급은 별보다 더 반짝반짝 빛나. 스트레스 받아서 머리털이 다 빠져도, 진절머리 나는 상사가 있어도 회사에 앉아 있는 이유야. 회사에 나가야 따박따박 내통장에 월급이 꽂히고 그 월급으로 우리가족 소고기도 사먹을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혀 빠지게 버는 월급' 아니겠어. 어쩌면 직장을 다니는 이유기도 하고.
◆'노란 봉투'의 추억 월급봉투 시대는? = "가불하는 재미로 출근하다가 월급날은 남몰래 쓸쓸해진다. 이것저것 제하면 남는 건 빈 봉투. 한숨으로 봉투 속을 채워나 볼까. 외상술을 마시면서 큰소리치고, 월급날은 혼자서 가슴을 친다. 요리조리 빼앗기면 남는 건 빈 봉투. 어떡하면 집사람을 위로해줄까."(최희남의 '월급봉투')
이것도 월급날에 얽힌 노래야. 신촌타이거즈의 노래와 느낌이 많이 다르지. 1964년 노래여서 그래. 그때만 해도 월급을 노란 봉투에 넣어서 줬자나. 여기엔 손으로 '000씨 귀하, 월급명세서'가 적혀 있었다고 하네.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는 문구가 써진 봉투도 있었대. 가사처럼 아버지들에게 월급날 저녁은 밥상 다리 부서지는 특별한 날이었지. 아내한테 월급 봉투를 건네는 그 순간 '가장의 권위'는 하늘을 찔렀고 '아버지의 존재감'은 땅을 덮었지.
기왕 주는 거 숫자로 통장에 찍히는 것 보다 옛날처럼 봉투로 받는게 낫겠다고? 아니야 그러다 잃어버리면 말짱 도루묵이야. 1960~70년대만 해도 월급날 귀가 버스에서 소매치기를 당해 한달 번 돈을 몽땅 날려먹는 경우가 많았대. 요즘이야 현금을 들고 다니는 경우가 없자너. 설령 지갑을 잃어버려도 카드사에 전화를 걸어 분실 신고를 하면 그만이고. 하지만 그때는 모든게 '현금'으로 거래됐던 시절이었어. 은행에서 월급을 인출해가는 경리직원을 노린 날치기 사건도 많았지. 1980년대 초반부터 은행들이 온라인 전산시스템을 갖추기 시작했고 주거래 은행들이 기업에 권유하면서 월급봉투는 추억 속으로 사라졌지.
◆월급날은 왜 25일이냐고 = 친구들끼리 물어봐바. 월급날이 언제냐고.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들 월급날은 대개 20일에서 25일에 집중돼 있고 중소기업에 다니는 친구들의 월급날은 10일에 몰려있어. 왜일까?
25일에 월급을 주는 건 '관행'이라고 보는게 많은데 원재훈이란 회계사가 '월급전쟁'란 책에서 그 원인을 쓴 걸 보면 이래. 일단 월급날이 25일이라는 것은 한달 동안 노동했던 대가를 모든 일이 끝나는 말일보다 5일 더 빨리 지급한다는 의미야. 그러고보면 월급은 완전한 '후불제'가 아니지. 후불제와 선불제가 섞여있는 거야. 그러니까 25일 노동에 대해서는 나중에 지급하는 것이고 5일 노동에 대해서는 먼저 지급하는 거지.
그럼 10일에 급여를 지급한다는 것은 10일분의 노동에 대해서는 후지급하고 나머지 20일분에 대해서는 선지급한다는 의미일까? 그건 아냐. 중소기업은 한달 급여를 다음 달 열흘 후에 지급하는 구조야. 10일 날 나온 월급이 이번달 급여가 아니라 지난달 한달동안 일한 돈이 열흘 늦게 나온 셈이란 거지. 그럼 중소기업은 왜 월급을 열흘이나 늦게 주는 걸까? 많은 중소기업들이 물건을 팔고 나서 대기업으로부터 곧바로 대금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지. 한 달은 기다려야 결제가 이뤄지니까 월급을 늦게 지급할 수밖에 없어.
◆月급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 월급의 역사에 대해 더 공부해볼까? 역사적으로 보면 산업혁명 이전엔 월 단위나 주 단위로 주는 '급여'란 개념 자체가 없었어. 산업혁명 이전엔 제공받은 노동의 양을 측정해서 임금을 줬지. 그러니까 요즘처럼 앉아 있다고 돈을 주는게 아니라 내가 정확히 생산한 빵의 크기 만큼 돈을 줬던 거지. 그러다가 산업혁명이 태동하면서 월급 개념이 생겨나고 일정 '기간' 일한 대가로 임금을 지급하면서 월급이 생겨난 거야. 일의 형태가 다양화 세분화되면서 생산량을 정확히 측정하기 애매해지자 생산량이나 노동량보다 일정 기간 제공한 노동에 근거해 임금을 결정하게 된거지.
여기서 우리가 기억해둬야 할게 있는데 근로기준법 제 43조에서 정한 '임금 지불의 원칙'이야. 우리가 월급을 받을 때 주의해서 봐야할 원칙이니까 기억해둬. 근로기준법 제 43조 5원칙이야.
①임금은 통화로 지급해야 한다.
②직접 줄 원칙으로 임금은 제3자를 거치지 않고 직접 근로자에게 지불해야 한다
③전액지불의 원칙으로 월급은 한꺼번에 전액으로 지불해야 하며 자의적으로 회사가 임금을 분할하여 지급할 수 없다
④매월 1회 이상 지불의 원칙으로 임금은 매달 1회 이상 지불해야 한다.
⑤일정기일 지불의 원칙으로 임금은 날짜를 정해서 지급해야 한다.
예를 들면, 냉장고 회사라고 월급을 냉장고로 주면 안되지. 내 월급을 내 동생한테 줘서도 안되고, 월급을 나눠 지급해서도 안돼. 월급을 석달만에 한번씩 줘서도 안되고, 월급날이 왔다갔다해서도 안돼. 단순 명료하지만 월급에 대해 중요한 것을 담고 있으니 기억해뒀다가 혹시 회사 사장님이 하나라도 어기면 근로기준법 43조를 들먹여. 그럼 반드시 이길거야.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