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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부동산 시장] 대세는 ‘돈 버는 집’ 아닌 ‘내가 살 집’

게시일
2015-06-29

 



 

 

과거 대한민국에서 부동산은 돈이 몰리는 시장이었다.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땅과 집값은 상승 일변도였고, 자금이 유입되면서 투기열풍까지 일었다. 부동산은 주식이나 채권 시장과는 다르게 사놓으면 최소한 손해는 안 본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부동산이 투자보다는 ‘내 집 마련’의 수단으로 서서히 바뀌고 있다. 주택 거래량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집값은 제자리걸음 수준으로 소폭 상승에 그치고 있는 것은 이런 흐름을 방증한다. 부동산 업계는 이를 두고 부동산 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신호로 보고 있다. 특히 전세난에 떠밀린 세입자들이 빚을 내면서까지 대거 매매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이런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부동산이 더 이상 매력적인 투자 수단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다.

 

◇거래량 따라가지 못하는 집값, 급락 우려까지

 

지난해 12월 6677가구였던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지난달 1만2732가구로 5개월 동안 배 가까이 급증했다.

하지만 집값 상승률은 지지부진했다. 지난해 말 ㎡당 서울 아파트 시세는 483만원이었고, 지난 5월 시세는 496만원이었다. 거래량이 폭증하는 사이 불과 2.7%만 상승하는 데 그쳤다.

오히려 향후 집값이 급락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거래량 증가를 두고 주택시장을 활황으로 바라보는 ‘착시현상’이 일어나 공급 과잉이 빚어지면 그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영산대 부동산연구소 서정렬 교수는 지난 4월 발표한 ‘부동산 신화의 종말과 시장 전망’이라는 자료를 통해 이 같은 지적을 제기했다.

서 교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전국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건설 인허가를 받은 주택 물량은 51만5251가구로 국토교통부의 목표량 37만4000가구를 37.7% 초과했다. 여기에 올 들어 수도권 청약 1순위 조건 완화, 부동산 활성화 법안 국회 통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이 겹치면서 주택 공급은 더욱 늘 것으로 예상됐다. 부동산 업계는 올해 민간 분양 물량이 역대 최대치인 34만7000가구에 달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서 교수는 “최근 부동산 시장은 집값 상승을 노린 투기 수요보다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면서 “특히 지방 시장은 그동안 수급 불균형으로 주택 수요가 늘어난 만큼 공급이 늘어날 향후 2∼3년간 가격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남보다는 강북

 

서울에서도 실수요자 위주로 주택 거래가 이뤄지면서 아파트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강북 지역이 약진하는 추세다. 지난달 기준 아파트 거래량이 가장 많은 지역은 노원구로 1172건이 이뤄졌다. 강남구(811건)와 송파구(753건)를 가볍게 따돌린 수치다. 노원구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 아파트 평균 가격이 두 번째로 낮은 지역이다. 내 집 마련에 나선 신혼부부 수요로 거래량이 많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강서구가 909건으로 2등을 차지했다. 강서구는 4개월 연속 아파트 거래량 2위를 기록했다. 양천구 전세 수요자와 광화문·여의도 출퇴근 직장인 등 실수요자가 몰리고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동작구와 서대문구의 아파트 거래량도 큰 폭으로 늘었다. 동작구는 지난달 528건이 거래돼 1년 전 203건보다 160.1% 증가했고, 서대문구는 384건이 거래돼 1년 전보다 159.5% 늘었다. 두 자치구의 경우 정비사업이 진행되거나 해제되면서 묶여 있던 주택을 팔고 나오거나 새로 들어가는 실수요자가 동시에 발생했다.


 

◇중소형 아파트 전성시대

 

작은 아파트의 인기는 큰 아파트를 압도하고 있다. 26일 부동산114 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해 말 3.3㎡당 890만원에서 5월 말 906만원으로 1.80% 상승했다. 공급 면적 기준으로 66㎡ 미만이 2.73% 올라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뒤를 이어 66∼99㎡가 2.45% 오르는 등 소형 아파트만 2%를 웃도는 상승률을 나타냈다. 99∼132㎡의 중형 아파트도 1.89% 올라 평균치를 상회했다. 반면 대형 아파트들은 0.69∼1.32%로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청약시장에서도 중소형 아파트가 강세다. 지난 4월 청약을 받은 서울 성북구 장위동 꿈의숲 코오롱하늘채의 경우 전용 59㎡는 4.24대 1로 1순위에서 마감됐지만 전용 84㎡는 2순위에서 마감됐다. 서울 은평구 응암동 힐스테이트 백련산 4차도 59㎡는 24.57대 1로 경쟁이 뜨거웠지만 84㎡는 2순위까지 미달됐다.


 

◇빌라·3040세대의 돌풍

 

한때 아파트에 떠밀려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던 다세대·연립주택의 인기도 상한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은 올 들어 지난달까지 서울의 다세대·연립주택 매매 거래량을 총 2만3824건으로 집계했다. 지난해 1∼5월의 1만5956건과 비교하면 49.3% 증가한 거래량이다.

이밖에 최근 ‘3040세대’가 대거 아파트 청약에 몰리는 것도 실수요자 중심 부동산 시장의 단면으로 지목된다. 지난달 13일 1순위 청약 접수를 받은 서울 서대문구 e편한세상 신촌의 경우 당첨자의 절반 이상인 57%가 30, 40대였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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