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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로 가는 길에는 사람들이 적다

게시일
2015-06-29

 [줄리아 투자노트]


 

"스타벅스에 가면 젊은이들이 줄 서서 커피 사 먹잖아요. 그 애들 보면서 생각해요. 결국 편의점에서 다 만나겠구나. 그렇게 커피에 돈을 쓰면 미래 대비가 안 되잖아요. 그러니 편의점 캐셔해서 돈 벌어야죠. 돈은 지독해야 모아요. 저는 우리 직원들 결혼하면 제주도로 신혼여행 가라고 해요. 해외 나갈 돈 아껴 주식 투자하라고. "


 

최근 만난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의 말이다. 존리 대표는 최근 금융투자업계에 가장 '핫한' 인물이다. 2013년 12월에 취임한 이후 단기간에 주식형펀드 수익률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데다 좋은 성과가 계속 유지되며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화제가 되는 또 다른 이유는 한국의 다른 최고경영자(CEO)들과 너무 다른 행보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는 대부분의 한국 회사들이 CEO들에게 제공하는 자동차와 기사를 거부한다. 그는 지하철과 마을버스를 타고 출퇴근하고 강연을 나갈 때 시간이 촉박하면 카카오택시를 이용한다.


 

"너무 재미 없잖아요. 사장들은 모두 비슷비슷한 모델의 까만색 자동차 타고 다니는거. 저는 서울에서 왜 자가용을 사는지 모르겠어요. 대중교통 시스템이 너무 잘돼 있는데. 자동차 구입하고 자동차보험 들 돈으로 주식 투자해야죠."


 

그는 얼마 전 모 여고에서 강연해 여학생들의 뜨거운 반응을 끌어냈다. "정말 공부하고 싶어 미치겠는 사람, 그런 사람만 공부하세요. 나머지는 관심도 없는데 힘든 공부 왜 하세요. 공부 잘해도 취직하기 어려운데. 대신 학원 갈 돈 모아 주식 투자하세요. 나중에 좋아하는 일로 창업할 때 쓸 수 있게요. 여러분 사교육 시키느라 부모님들 노후 대비도 못하게 하지 말고요." 여학생들은 손뼉 치며 좋아라 난리 났고 듣고 있던 선생님들은 뜨악한 표정이었다고 한다.

 

존리 대표의 운용 비결은 모두 다 공개됐다. 주식은 회사의 일부를 사서 동업하는 것이지 사고 파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인수해 경영할만한 기업이라고 생각하는 주식을 사서 갖고 있으면 좋은 성과는 따라온다는 의견이다.

 

너무 쉬워 보이는 이 비결을 다른 운용사들은 몰라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걸까. 존리 대표는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의 차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말은 다 주식 투자는 기업을 소유하는 것이라고 해요. 그런데 말은 그렇게 하면서 실제로는 주가 등락을 보고 모멘텀 투자를 합니다. 우리 사회를 자세히 보면 말하고 실제하고 다른게 많아요. 모든 금융회사들이 고객 중심을 외치잖아요. 그런데 진짜 고객의 수익률과 고객 자산에 관심 있는 회사가 얼마나 될까요. 회사 수익을 먼저 생각하지. 우리는 정말 고객 수익률만 생각합니다."

 

메리츠자산운용은 휴일엔 당연히 쉬고 평일에도 오후 5시면 퇴근한다. 회사 철학을 공유하는 바탕 위해 자율성을 최대한으로 부여해 각자가 최대한의 역량을 끌어내도록 한다. 직원들을 보면 ‘열심히 일한다'가 아니라 ‘멋있게 일한다'는 느낌이 난다. 직원을 어떻게 뽑을지도 궁금했다.

 

"우리는 이력서를 보고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스펙 좋은 사람들은 모두 걸러내고 나머지 사람들을 면접 봐서 뽑아요. 고생을 하고 남들과 다른 길을 걸어온 사람들을 좋아해요. 앞으로 세상에서 스펙이 무슨 소용이예요. 어려운 일을 겪으면서 자기 소신을 갖게 된 사람이 경쟁력이 있죠."

 

존리 대표는 자녀의 스펙을 쌓아주려 사교육을 시키지 말고 그 돈 아껴 주식투자해 노후대비하라고 조언한다. 많은 엄마들이 동의한다지만 그의 지적대로 말이 쉽지 행동은 어렵다. 대중과 다른 길을 걷기는 그만큼 힘든 법이다. 존리 대표의 남다른 행보도 인생을 살아오며 다져온 내공이 쌓였기에 가능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페이팔의 공동창업자이자 '제로 투 원'의 저자인 피터 틸도 많은 사람들이 가는 길을 가서 경쟁하지 말고 다른 사람이 가지 않는 길로 가서 독점하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남다른 길을 선택하는 이가 적은 이유는 남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의지와 용기, 자기만의 철학을 갖기가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권성희 부장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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