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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ℓ에 8.9㎞ 더 달려…‘연비운전’으로 매달 20만원 ‘적금’

게시일
2015-04-01

[경제의 창] ‘연비왕’ 엄종형씨와 함께 달려보니


 

 


“연비왕에게 너무 많은 주유상품권을 준 것 아닌가요?” 운전석을 자신의 몸에 맞게 조절하던 엄종형(32)씨는 상금 얘기를 꺼내자 웃으며 말했다. 엄씨는 지난달 28일 현대자동차가 연 쏘나타 하이브리드 연비왕 선발대회 결승전에서 1등을 했다. 상금은 이용한도 5년짜리 780만원(세후) 상당의 주유상품권. 그는 “내 운전습관을 볼 때 다 쓰긴 어렵다”고 했다. 지난 15일 경기도 부천시 송내동 그의 집 앞에서 만나 ‘연비왕’의 알짜 비결을 듣고자 쏘나타 하이브리드로 함께 주행에 나섰다.



엄씨가 시동을 켜자 차량액정에 주행거리 40.03㎞, 평균연비 14.6㎞/ℓ가 나타났다. 취재를 위해 서울에서 이곳까지 온 주행 ‘실적’이었다. 엄씨는 연비 측정 기능을 재설정한 뒤 서서히 브레이크에서 발을 뗐다. 오전 10시10분 출발한 차량의 주행코스는 송내동~송도~영종대교~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송내 나들목(IC)~송내동으로 예정됐다.

차량은 아파트 단지를 나와 우회전해 도로로 진입, 곧장 교차로에서 좌회전한 뒤 고가 밑을 달렸다. 이어 시내 구간에선 몇몇 방향 전환이 이뤄졌다. 하지만 속도의 변화 폭은 크지 않았고 물 흐르듯 주행이 이뤄졌다. 엄씨는 자신의 연비 절약 운전 비결은 ‘전체 운행 중에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 사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요약했다.

그는 “시내 구간에선 시선을 멀리 둔다. 미리 상황을 예측하면 관성에너지를 이용해 운행을 어떻게 이어갈지 판단이 잘 선다. 액셀을 밟아 기껏 모아놓은 관성에너지를 브레이크로 금방 없애면 돈을 버리는 꼴이다. 급출발과 급제동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은 얘기다”라고 말했다.

예컨대 오르막길이 시야에 들어오면 평지에서부터 미리 가속해 그 속도로 올라가거나, 정체구간에선 자동변속기의 경우 브레이크만을 사용해 운행하는 것이다. 엄씨는 “오르막길 한가운데서 가속할 때 가장 연비가 떨어진다. 가능한 한 탄력을 받아 주행하는 것이 좋다. 다른 차량의 주행에 크게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속도를 잘 유지해 가면 굳이 브레이크 밟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많아진다”고 말했다.

30분 정도를 달리자 영종대교에 진입했다. 차가 미세하게 흔들릴 정도로 바닷바람이 셌다. 엄씨는 “공기저항을 줄이려면 차창을 불필요하게 열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요일 오전이라 간간이 한대씩 차량이 보일 정도였다. 속도판을 보니 시속 85~90㎞를 왔다 갔다 했다. 차가 많지 않을 때 연비에 가장 이상적인 속도는 얼마일까. 엄씨는 “공기저항은 속도 제곱에 비례한다. 속도가 높아진 만큼 저항도 급격히 세진다. 고속도로에선 90~100㎞를 맞추려고 한다. 지금은 연비주행이라 85㎞로 달리고 있지만 100㎞ 정도까지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최적의 연비 상태는 각 차량 변속기의 최고단에서 나오는 최저속도다. 이 차를 예로 들면 변속기 최고단인 6단을 놓고 85~90㎞ 정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한달 2500㎞ 주행비 15만원에 불과
‘주행거리 73.9㎞에 평균연비 23.5㎞/ℓ’

1만원당 최대 주행거리 172㎞
타이어 공기 채우면 연비 효과 생겨

“연비운전 3년이면 중고차 한대 구입”
“셀프 주유소 이용, 주유량 10ℓ 단위로”


 

엄씨의 운전경력은 8년차다. 그가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운전하는 습관을 들인 건 처음 구입한 차 때문이었다. 그는 “첫 차가 ‘갤로퍼 숏밴’이었다. 아무리 액셀을 밟아도 100㎞를 넘지 못했다. 그 차에 익숙하다 보니 속도를 내면 무서웠고 자연스럽게 연비운전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직업적 특성도 작용했다. 그는 현재 제약회사 영업 일을 하고 있는데, 강원도와 경기도를 오가며 하루 100~200㎞를 운전한다고 한다. 한달에 평균 2500㎞를 주행하는 데 드는 비용은 15만원에 불과하다고 한다. 다른 직원들과 비교하면 갑절 넘는 차이다.

운전습관 못지않게 차량 설정도 중요한 대목이다. 엄씨는 타이어 공기압과 엔진오일의 점도 및 분량, 연비 관련 장비 등을 예로 들었다. 타이어는 공기가 많이 들어가 부피가 커지면 그만큼 지면에 닿는 면적이 줄어들어 ‘굴림마찰’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또 엔진오일은 필요한 최소량만 넣어 1ℓ 정도 차량의 무게를 줄일 수 있다. 그는 소유 차량에 아르피엠(RPM), 속도, 분당 연료소모량, 누적 연비를 0.5초 단위로 액정에 보여주는 ‘다이어게이지’를 설치해 실시간 연비를 점검하며 주행한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송내 나들목을 빠져나와 시내 도로로 들어서자 엄씨가 손가락을 가리키며 “저 주유소가 제가 이용하는 곳”이라고 했다. 기름값이 싸겠거니 하고 이유를 묻자 그는 의외로 ‘정량’ 얘기를 했다. 그는 “가능한 한 직영 셀프 주유소를 간다. 기름값도 중요하지만 정량이 더 중요하다. 어떤 곳에서 주유하면 ℓ당 15㎞를 가고, 다른 곳에서 하면 20㎞를 가는 일이 생겼다. 계량 주유통을 갖고 주유한 적도 있는데 10~15% 정도 속이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1시간26분 동안의 연비 강의를 마치고 엄씨가 집 앞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차량 액정엔 ‘주행거리 73.9㎞, 평균연비 23.5㎞/ℓ’가 새겨져 있었다. 서울에서 이곳으로 올 때 기록했던 14.6㎞/ℓ로는 명함도 못 내밀 수치였다. 일반인들은 통상 12~14㎞/ℓ라고 한다. 같은 1ℓ 기름을 사고도 엄씨는 8.9㎞를 더 간 셈이었다. 그는 “연비운전을 통해 매달 20만원씩 적금을 붓는다고 생각한다. 3년이면 중고차 한 대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운전석에서 나온 엄씨는 자신의 서류가방에서 주섬주섬 뭔가를 꺼낸 뒤 “이 연비 일지를 보면 제 운전습관이 잘 이해될 것”이라며 엑셀로 빼곡히 정리된 두 장의 서류를 건넸다. ‘아반떼HD 디젤’이란 제목의 이 서류에는 ‘주유 일자, 주유량, 단가, 주유액, 주행거리, 연비, 주유소명, 정유사명, 지역, 만원당 주행거리(㎞)’ 항목별로 주유 및 차량 운행, 연비 기록이 정리돼 있었다. 정비 내역도 날짜와 비용, 내용을 별도로 정리해놨다. 주유 간격은 짧게는 하루이틀, 길어도 일주일을 넘기지 않았고, 주유량은 보통 10ℓ 단위로, 연비는 최근까지 평균 19.7㎞/ℓ, 만원당 최대 주행거리는 172㎞였다. 엄씨는 “차를 구입한 뒤 꼬박꼬박 기록을 해놓는다. 돈 모이는 게 눈에 보이니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인천 부천/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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