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신청하기

이 블로그 친구 신청을 하시겠습니까?

게시판

물로 보지마… ‘블루골드’ 산업 쑥쑥 커간다

게시일
2014-06-11
 
 
 
“상상해 보자. 터치라인을 넘어가는 축구공을 윙어가 몸을 날려 가까스로 살려낸다. 이 공이 페널티 에어리어에서 솟구친 스트라이커의 머리로 정확히 날아간다. 그리고 그 순간, 스타디움의 모든 불이 꺼진다면?”(클라이밋뉴스네트워크 5월 29일자)

브라질월드컵을 주목하는 외신들은 “정전으로 컴컴해진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공을 차야 할지 모른다”며 우려하고 있다. 실없는 농담이 아니다. 80여년 만에 브라질을 찾아온 지독한 가뭄 때문이다. 브라질은 전력 생산의 약 70%를 수력 발전에 의존하는데, 곧 개막전이 열릴 브라질 상파울루주(州)는 올해 82년 만에 최저 강수량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전력 공급 제한과 절전 캠페인 등을 계획하지만 주요 댐의 저수량이 줄어들면 전력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고 물 부족 사태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옛말이 된 “물 쓰듯 한다”=인구 증가와 도시화에 따라 물 수요는 급증하고 물 사용 속도는 재생 속도를 위협하고 있다. 브라질은 세계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물 스트레스’가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대표적인 국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환경보고서에 따르면 물 부족 피해는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국에서 두드러진다. 2005년 브릭스에서 물 부족에 고통 받는 이들은 17억1000만명 정도로 집계됐지만, 2030년에는 이 숫자가 23억1900만명으로 치솟는다는 게 OECD의 결론이다.


비단 신흥국만 긴장해야 할 얘기가 아니다. 물 스트레스는 연초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일명 다보스포럼)에서 올해 세계경제를 위협할 ‘글로벌 리스크 10가지’ 가운데 3순위로 예측됐다. WEF는 2030년이면 세계 물 시장에서 수요가 공급보다 40% 많아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 자리에서 “낭비하는 이들을 가리켜 ‘돈을 물 쓰듯 한다’고 할 정도로, 우리는 물 자원을 당연한 것으로 여겨왔다”고 지적했다.


세계적으로 육류 위주의 서구식 식습관이 확대되는 추세가 물 스트레스를 증폭한다.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쇠고기 1t을 생산하려면 1만5500㎥의 물이, 돼지고기 1t을 위해서는 4900㎥의 물이 들어간다. 다양한 에너지원 수요도 물 사용량을 급증시키고 있다. 2005년 이후 값싼 미국발 셰일가스 열풍으로 이른바 ‘제3의 에너지혁명’이 일어났지만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니다. 셰일가스를 생산할 때 일반 가스를 추출할 때보다 100배가량 많은 물이 소모된다는 것이 골드만삭스의 연구 결과다.


◇세계적 위기는 곧 투자 기회=금융권은 “2030년에는 물 스트레스 지역의 인구가 40억명으로 늘어난다”는 경고음을 흘려듣지 않는다. 물 부족 해결책이 절실해질수록 유망한 투자 기회들도 쉽게 포착된다는 통찰이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피델리티는 연초부터 ‘21세기 투자테마’로 물을 선택해 두고 있다. 피델리티는 생수 생산, 폐수처리와 담수화 플랜트 등으로 흩어져 있는 각종 물 관련 산업들이 향후 융합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어떤 기업이 물을 효율적으로 아껴 쓰는지를 눈여겨보고 투자를 결정할 정도다.


세계의 투자자들은 물 산업 관련주들이 유망하다고 오래전부터 주시해 왔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물 산업 관련 기업 50곳을 종합해 만든 지수인 ‘글로벌 워터 인덱스(S&P Global Water Index)’는 전 세계 주식시장 성과를 평균한 ‘글로벌 BMI’(S&P Global BMI·지난해 수익률 24.12%)에 비해 훨씬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 한해 동안 글로벌 워터 인덱스의 수익률은 27.31%였다. 연초 이후 현재까지 7.38%를 기록 중이다.


국내에서도 ‘블루골드’ 물에 대한 투자 담론이 활발하다.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 일본 방사능 유출 등으로 촉발된 ‘웰빙’ 열풍이 생수시장 규모를 나날이 키워가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은 매년 10%씩 성장한 국내 생수시장이 올해에는 60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특히 수입 생수시장의 성장 속도는 국내 생수시장보다 배 이상 빠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실제로 조금 비싸더라도 특별한 물을 찾는 대중은 늘고 있다. 관세청 통계를 보면 지난해 생수·탄산수 수입량은 2012년의 5배에 가까워졌고 올해도 상승세. 유명 호텔과 와인바들은 미국 드라마 ‘섹스앤더시티’의 여주인공이 들고 나와 인기를 끈 노르웨이 빙하수 ‘보스워터’를 취급하기 시작했다. 이 생수는 “목 넘김이 부드럽다”는 평과 함께 온라인에서 375㎖ 1병당 6000원, 24병 묶음이 10만8000원에 팔리고 있다. 백화점들은 지하에 ‘워터 카페’를 열고 ‘물 한잔의 여유’를 판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물맛을 감별하는 ‘워터소믈리에’ 자격증을 발급 중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듯 국내 증시에서 생수 관련주들의 성적표는 대체로 훌륭하다. 10일 현재 프리미엄생수 ‘에비앙’의 판매사 롯데칠성은 연초보다 주가가 20.5% 올랐다. 최근 한정판 프리미엄생수를 출시하기도 한 동원 F&B는 연초보다 51.3% 뛰었다. 같은 기간 풀무원의 주가 상승 폭은 놀랍게도 73.5%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댓글 1
  • 최신철
    "깨끗한 물" - 우리가 후손들에게 물려 줘야 할 가장 소중것 중의 하나 입니다.
댓글 등록 폼
  • 작성자
  • 제목
  • 게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