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가족 보고서 / 부부관계 행복도 ◆
서울 송파구에 사는 곽 모씨(50)는 남편에 대한 애정이 식고 있다고 느낀다. 중견기업 임원인 남편은 언제나 바쁘다. 다정한 말 한마디 들어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주말에도 식사 한번 같이하기 어렵다. 대학생이 된 첫째 딸에 이어 고등학교 2학년인 막내 아들 교육은 온전히 곽씨 몫이다. 곽씨는 "돈 잘 벌어다주고 아이들도 잘 크고 있으니 견디는 것"이라며 "남편이 은퇴한 뒤엔 내 마음이 어떻게 변할지 나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부산 연제구에 거주하는 전문직 김 모씨(36)는 육아휴직 중이다. 휴직 이후 맞벌이 시절에는 없던 불만이 생겼다. 김씨는 "아기 때문에 돈 쓸 곳이 많은데 남편이 벌어오는 돈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며 "남편 수입이 좀 더 많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편에 비해 아내의 배우자 만족도가 크게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매일경제신문이 MBNㆍ한국리서치와 함께 서울과 5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만 20~59세 기혼남녀 1018명을 대상으로 '부부ㆍ자녀ㆍ부모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아내에게 만족한다'고 답한 남편이 83%인 반면 '남편에게 만족한다'고 답한 아내의 비율은 73%에 그쳤다.
배우자 만족도가 가장 낮은 사람은 40대 아내(65%)였으며, 그 뒤를 50대 아내(68%)가 이었다. 아내들이 꼽은 불만족 이유는 '서로 생각하는 것이 너무 달라서(45%)' '너무 자기중심적이어서(42%)' '소득이 적어서(33%)' 순이었다. 남편도 '서로 생각이 달라서(42%)'를 불만 이유로 가장 많이 꼽았다. 하지만 '자기중심적이어서(30%)'라고 답한 비율이 아내보다 크게 낮았으며 '소득이 적어서'를 꼽은 비율은 8%에 불과했다. 남편의 22%는 '잠자리(섹스)가 만족스럽지 않아서'를 불만족의 이유로 꼽은 데 비해 이를 이유로 꼽은 아내는 6%에 그쳤다.
'결혼 생활을 하면서 배우자에 대한 느낌이 점점 더 좋아졌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 역시 아내(35%)가 남편(45%)에 비해 10%포인트 낮았다. 아내는 '같이 살수록 남편이 싫어졌다'고 답한 비율도 35%에 달했다. 남편과 아내 모두 연령이 높을수록, 결혼기간이 길수록 배우자가 좋아졌다는 응답률이 감소했다.
남편의 80%는 '경제적인 면' '성실ㆍ신뢰ㆍ진실성 등 인간적인 면' '애정표현' '성적 만족' 등 모든 측면에서 아내로부터 '충분히 받았다'고 느꼈다. 이에 반해 아내에게 '충분히 주었다'고 답한 남편은 68%에 그쳤다. 아내들은 남편에게 '충분히 주었다'고 인식하는 경우가 78%로 '충분히 받았다'고 인식하는 경우(73%)에 비해 높았다.
신성현 한국리서치 부장은 "남편들은 자기가 준 것보다 더 많이 받았다고 생각하니 아내에 대한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고, 아내들은 해준 것에 비해 덜 받고 있다고 느끼니 만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배우자 소득에 대한 시각도 갈렸다. 일하는 아내를 가진 남편은 34%가 '배우자의 현재 소득에 만족한다'고 답한 데 비해 아내들이 배우자의 소득에 만족하는 비율은 14%에 그쳤다. 아내들은 남편 소득이 '지금보다 월평균 100만원 정도 추가(34%)됐으면 좋겠다'고 답했으며 '200만원 정도 추가(24%)' '300만원 정도 추가(12%)'가 뒤를 이었다.
본인이 느끼는 행복의 정도를 묻는 항목에서 배우자에게 만족한다고 대답한 응답자(792명) 중 90%가 '행복하다'고 답한 반면 배우자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226명)는 25%만이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어 배우자 만족도와 행복감 사이의 상관관계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핵가족화ㆍ고령화로 부부 관계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지만 남편과 아내의 배우자 만족도 차이는 수십 년 전과 달라지지 않고 있다"며 "여전히 부부관계에서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 있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이번 설문조사의 신뢰수준은 95%, 최대 허용오차는 ±3.07%포인트며 지난 10~14일 인터넷을 이용한 웹서베이(web survey) 방식으로 이뤄졌다.
[김동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