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에 사는 회사원 이모(40)씨는 2주 전 자신이 거래하는 은행을 찾아가 주택청약종합저축 통장에 가입했다. 2010년 주택 경기가 침체에 빠져 있을 때 해지했던 청약 통장을 다시 개설한 것이다. 이씨는 "최근 서울과 신도시에 아파트 분양이 크게 늘고 청약 통장의 금리가 일반 정기예금보다 높아 통장을 다시 만들었다"며 "아파트 청약은 물론 높은 금리와 함께 소득공제도 받을 수 있어 일석삼조(一石三鳥)인 셈"이라고 말했다.
한동안 정체를 보이던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가 최근 빠르게 늘고 있다. 작년 9월 이후 매달 2만~6만명씩 증가하던 청약 통장 가입자 수가 올해 2월에는 13만명으로 2배 넘게 급증했다. 작년 한 해 동안 청약 통장을 새로 만든 투자자만 171만명에 달한다.
◇'청약 규제 완화'가 부활 비결
주택청약종합저축은 시장에 처음 출시된 2009년에 885만명이 가입했다. 정부가 기존에 있던 청약 통장(청약저축·청약부금·청약예금)의 기능을 하나로 묶고 공공·임대·민영 주택을 모두 청약할 수 있게 하면서 주택 수요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청약종합저축의 인기는 주택 경기 침체가 깊어지던 2011년부터 시들해졌다. 한 해 통장 개설자가 50만~60만명에 그치며 작년 초까지만 해도 가입자는 1100만명 안팎에 그쳤다.
청약 통장 가입자 수가 최근 급증한 것은 아파트 전세금이 많이 오른 데다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규제 완화에 힘입어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작년 4월 전용면적 85㎡(25.7평) 초과 민영 주택에 대한 청약가점제를 폐지하고, 전용 85㎡ 이하 중소형 주택에 대해서도 청약가점제 적용을 공급분의 40%로 낮추자 신규 가입자가 매달 14만~15만명이상씩 늘고 있다. 올 2월 말 현재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는 1361만명에 달한다.
청약 통장 가입자들이 신규 아파트 분양에 관심을 가지면서 통장을 묵히지 않고 적극 활용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최근 위례신도시와 화성 동탄2신도시 등에는 아파트를 분양할 때마다 수십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일찌감치 1순위에 청약 마감이 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수도권 민간 택지에 대한 분양권 전매(轉賣) 제한 기간을 1년에서 6개월로 줄이면서 청약 통장의 활용 가치가 더 높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최근 주택 수요자들은 기존 주택을 사기보다 분양가가 저렴한 신규 단지를 청약하려는 경향이 더 강하다"면서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청약 통장 가입자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높은 금리와 소득공제 혜택도 매력
최근 시장 전반의 저(低)금리 기조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이들이 많아진 것도 청약 통장이 인기를 끄는 요인이다.
주택청약종합저축은 가입 후 1년간은 연 2.0%의 금리가 유지되지만 1년 이상~2년 미만은 연 2.5%, 2년 이상은 연 3.3%가 각각 적용된다. 최근 일반 시중은행에서 판매하는 정기예금 금리가 연 2.6~2.7%(1년 만기 기준)인 점을 감안하면 투자 매력이 높다. 게다가 무주택자에게는 납입 금액의 40%(연간 48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도 주어진다.
가입 조건에 제한이 없는 것도 장점이다. 주택 청약은 만 19세 이상 성인부터 가능하지만, 통장은 주택 소유에 관계없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청약도 공공·민영주택 모두 신청이 가능하다.
박원갑 국민은행 전문위원은 "청약종합저축에는 정부의 정책 금리가 적용되기 때문에 일반 예금보다 잦은 금리 변동 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다"면서 "가입 방식도 예금과 적금 중에 고를 수 있어 어린 자녀에게 목돈을 만들어 주기 위해 통장에 가입하는 투자자도 제법 된다"고 말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최근 1~2년 사이에 주택 공급이 급증한 만큼 분양 시장은 지역에 따라 차별화 현상을 보일 것"이라며 "아파트 청약에 서둘러 나서기보다 금융소득을 위한 재테크 상품으로 청약 통장을 활용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주택청약종합저축
신규 아파트 분양을 신청할 수 있는 기존의 청약 통장(청약저축·청약부금·청약예금) 기능을 하나로 묶은 통장. 미성년자는 물론 주택 소유자도 가입할 수 있고 공공·임대·민영주택을 모두 청약할 수 있어 '만능' 통장으로도 불린다.
통장은 국민·우리·신한·하나·기업·농협 등 6개 시중은행에서 주택 소유에 관계없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