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신청하기

이 블로그 친구 신청을 하시겠습니까?

게시판

꿈꾸는 귀농…“시골에서 사는 법 알려 드립니다”

게시일
2013-11-26

ㆍ완주군에 생태적 삶 지향하는 대안대학 ‘퍼머컬처대학’

ㆍ텃밭실습·흙건축 등 가르쳐 지식농부·공동체 일꾼 키워


취업을 위한 스펙쌓기와 경쟁에 내몰리는 대학교육을 비판하며 인문학적 성찰에 근거한 대안을 모색하는 ‘대안대학’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농업·디자인 등을 전문적으로 배우는 6개 대안대학이 운영되고 있으며 내년에는 교육·에너지·국제활동가·생명사상 등을 연구하는 대학 4곳이 개교를 준비하고 있다. 1~2년 과정이 대부분이며 박사급 강사들이 교수진을 맡고 있다.

퍼머컬처대학 3기생 최수원씨(51). 전업주부인 그는 1년 전 전북 완주군 고산면 어우리에 귀농했다. 손에 흙 한 번 묻히지 않았던 서울 아줌마였다. 상상만으로도 그를 즐겁게 했던 시골생활의 단꿈은 몇 개월 가지 못했다. 마음만 앞선 탓이었다.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맘먹었다. 그의 눈에 인근 옛 초등학교 폐교에 들어선 퍼머컬처대학이라는 간판이 확 들어왔다.

퍼머컬처는 영구적(permanent)과 농업(agriculture)을 합친 단어다. 자연 그대로, 생태적인 삶을 지향하는 성인들을 위한 대안학교’라는 의미다. 귀농귀촌을 꿈꾸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농촌에서 필요로 하는 다양한 일자리에 맞는 인재들을 길러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대학은 2년간 120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인문학·생태학·적정기술·텃밭실습 등 60학점이 필수교과다. 지역개발·가공 및 요리·대안에너지 등 전공교과와 선택교과 과정도 배워야 한다. 제도권 밖이다 보니 정부가 교육과정을 인정하진 않는다. 대안교육에 관심 있는 박사 출신 강사들이 강의를 맡고 있다. 등록금은 2년간 240만원이다.



 


 

최씨는 이 대학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많은 변화를 체감했다. 그는 “인문학부터 농촌경영, 흙건축까지 배우는데 국내 정규대학에서는 접하기 힘든 과정들을 배우고 있다”면서 “이젠 어떻게 시골에서 살아야 할 것인지 명확한 길을 찾아낸 것 같다”고 말했다.

최씨는 퍼머컬처대학에 다니면서 생태요리에 눈을 뜰 수 있었다. 그는 실습시간이면 직접 텃밭에서 가꾼 양파와 참깨를 들고 옆에 있는 농민거점가공센터로 달려간다. 이 센터는 농민이 직접생산한 농산물에 한해 무료로 가공이 가능하다. 최씨는 이곳에서 드레싱 제품을 생산해 로컬푸드 직매장에 납품하는 기쁨을 맛보기 시작했다. 학점도 따면서 수입도 챙기고 있는 셈이다.

물리치료사로 남부럽지 않게 직장생활을 하던 최익현씨(36)도 이 대학 학생이다. 그는 몸과 마음을 다친 사람들이 좋은 공기와 음식을 접하며 치유할 수 있는 힐링테라피하우스를 만드는 게 꿈이다. 그는 “농민대학이 농업기술과 유통기술을 가르치는 곳이라면 퍼머컬처대학은 에너지 자립과 협동조합 등 대안을 모색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우울증에 시달렸다는 이현경씨(41)는 “집 하나를 지어도 어떻게 하면 지구에 해를 끼치지 않게 지을 수 있는지를 배우면서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퍼머컬처대학은 지역주민 100여명이 출자하는 사회적 협동기업으로 재출범한다. 퍼머컬처대학을 설립한 임경수 박사는 “농촌에는 최소한의 준비를 마친 젊은 인구가 있어야 하고 이 틀을 통해 사회적 경제의 싹을 틔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퍼머컬처 교육을 시키고 있다”면서 “내년부터는 독립된 법인체에서 보편적 가치에 대한 보다 많은 탐구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댓글 0
댓글 등록 폼
  • 작성자
  • 제목
  • 게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