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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배우자와 결혼하시겠어요?

게시일
2013-10-08

지난 주 인구보건복지협회라는 단체에서 흥미로운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협회는 지난 달 초 남자 120명, 여자 836명, 이렇게 총 956명을 대상으로 저출산 인식 관련 설문조사를 벌였는데, 가장 눈에 띄는 질문은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배우자와 결혼할 생각인가'를 묻는 질문이었습니다. 결과가 어땠을까요?

 

 

남성의 45%가 '꼭 다시 결혼하겠다"고 답한 반면 여성의 경우엔 현재의 배우자를 다음 생에서도 선택하겠다는 비율이 19.4%에 그쳤습니다. 절대로 지금 배우자와 결혼하지 않겠다는 응답자의 비율도 여성의 경우 18.9%로, 7.5%에 불과했던 남성의 두 배가 넘었습니다. 남편의 50.8%, 부인 중 52.0%, 즉 각각 절반 정도는 "생각해보겠다"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런 경향은 비슷한 다음 질문에서도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결혼 전과 비교해 당신의 삶은 더 행복해졌나'라는 물음에 여성 쪽이 역시나 훨씬 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아주 그렇다"며 강한 긍정을 한 여성의 비율은 19.4%로, 남성(39.2%)의 절반에 불과했습니다. "행복하지 않다"는 응답도 남성(2.5%)보다 여성(6.7%)에게서 더 많이 나타났습니다. "잘 모르겠다"는 반응도 역시 여성(22.4%)이 남성(7.5%)의 3배에 달할 정도로 많았습니다. 남성 응답자의 50.8%, 여성 응답자의 51.4%는 "그런(행복한) 편이다"라며 '약한 긍정'을 표시했습니다.

 

 

이런 차이의 이유가 뭘까요? 다음의 질문에서 답을 어느 정도는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성들에게 결혼생활을 힘들게 하는 요소를 묻자 임신과 육아의 고충(24.3%), 남편과의 성격차이(23.2%), 시댁이나 친정과의 갈등(21.5%) 등을 꼽았습니다. 반면 남성은 경제적 문제(29.2%), 가정과 회사생활의 조율(20.8%), 성격차이(20.0%) 등에서 어려움을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요즘 젊은 남편들은 가사 일을 많이 돕는다고들 합니다. 임신, 육아 과정에서 사회적 지원도 많이 늘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신과 육아의 어려움은 여전히 여성들에게 무거운 짐이 되고 있습니다. 그 짐을 남편, 국가가 같이 나눠 져야 한다는 '당위성'에 대한 공감대는 많이 형성됐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사회에서도 여전히 도움이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날로 낮아지는 출산율과 우리나라 여성들의 낮은 결혼 만족도가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뭐라고 답하시겠습니까?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남편 또는 아내와 결혼하시겠습니까? 글을 마치기 전에 취재과정에서 겪었던 시행착오 얘기를 잠깐 해드릴게요. 이 기사를 준비하면서 어떻게 하면 기사의 내용을 효과적으로 그리고 생생하게 전할 수 있을까 잠시 고민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 선배가, 남성들에게 '다시 태어나도 나랑 결혼할 것인가?'를 묻는 문자를 아내들에게 보내보도록 하고 그 반응을 촬영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흥미로운 실험이 될 것 같아 그렇게 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여의도의 한 기업을 찾아가 15명 안팎의 남성 직원 분들을 모아놓고 아내들에게 문자를 보내 보도록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좀 달랐습니다. '다시 태어나도 당신과 결혼하겠다'고 답을 보낸 아내들이, 설문조사의 결과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의아했죠.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의 가정(설문조사 결과와 비슷한 비율의 응답이 나올 것이다)에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당신의 배우자와 다음 생에서도 결혼하겠는가?'라는 질문을 제 3자에게 받고 익명으로 답하는 것과 자신의 배우자의 질문에 답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배우자에게는 자기검열을 한 번 거친 전략적(?) 답변을 했을 수도 있겠구나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배우자가 '다시 태어나도 당신과 결혼하겠다'고 말했다고 해서 너무 자신만만해 하지 마세요.

 

 

그럼 '다시 태어나도 나의 배우자가 나와 결혼할까?'가 궁금한 분들은 어떻게 이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을까요? 상대방에게 직접적으로 이 질문을 하는 것보다, 스스로에게 다음의 질문들을 던져보면 그래도 조금은 더 정확한 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배우자의 어려움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있나?', '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 어려움을 함께 나누기 위해 노력하고 있나?', '상대방이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나?'......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여러분의 배우자가 다음 생에서도 여러분과 또 다시 결혼하고 싶어할 지 그 답에도 이르게 되지 않을까요?


곽상은
기자2bwith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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