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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男子수난시대①] 20대 '답'이 없다

게시일
2013-09-09

[CBS노컷뉴스 김지수 기자] 남존여비(男尊女卑)라 했던가.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여존남비' 사회다. 갈수록 남자들이 설 곳을 잃고 있어서다. 청년들은 취업과 결혼, 중장년은 직장과 가정에서 치이고 밀리기 일쑤다. 하지만 본인도, 주변도 여전히 인식은 조선 시대에 멈춰있어 갈등도 만만찮다. CBS노컷뉴스는 '男子수난시대'의 세대별 실상을 5회에 걸쳐 집중 조망한다. [편집자 주]

<
싣는 순서>

①20
''이 없다


②30
''이 없다

③40
''는 없다

④50
''이 없다

⑤60
''이 없다

군대 다녀왔으니 이제 진짜 남자네
.”

김모(22) 씨가 전역한 뒤 주변으로부터 들은 첫마디였다. 전역을 축하하며 별 뜻 없이 한 말이었겠지만, 김 씨에게 다가오는 부담감만큼은 예사롭지 않다
.

전역했으니 부모님 속 덜 썩이고 철 좀 들어야겠다는 생각이야 했죠. 하지만 군대 다녀왔다고 해서 갑자기 제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

대학에 갓 입학한 게 엊그제 같은데, 군대를 다녀오면 곧바로 취업 준비에 직면하게 되는 게 바로 20대 남자들이다
.

갈수록 버티기 어려운 시대상을 빗댄 '88 세대', '삼포 세대'니 하는 말들도 남자라서 더 와닿는다는 게 이들의 얘기다
.

인생의 가장 파란만장한 시기이기도 하지만, 그리 탈출구도 해답도 보이지 않는 시기이기도 하다
.

주변에서는 병역을 마치면남자 어른이 되는 관문을 뚫은 것처럼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집 안에서도 밖에서도얼른 사회인으로 자립해야한다는 압박감이 느껴지는 게 현실이다
.

기껏 '알바'를 구해봐야 최저임금인 시급 5천원 수준이지만, 이제 성인이다 보니 할 것도 많다. 술은 술대로, 당구는 당구대로, 클럽은 클럽대로, 그러면서도 각종 학원은 학원대로 섭렵해야 하니 등골이 휜다
.

그나마 남자들의 세계엔 비용 분담에 ''이라도 있어 다행이다. 경제력은 거의 '제로'인데, 연애라도 할라치면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비용 부담을 도맡는다
.

류모(20) 씨는아무래도 남자가 밥도 사고 데이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 "아르바이트로 데이트 비용을 대기 바쁘다"고 했다
.

실제로 서울 시내 주요 '맛집'의 카드 결제성향을 분석해보면, 남성의 결제비율이 여성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데이트 명소로 꼽히는 지역에서는 메뉴에 상관없이 남성들의 결제비율이 압도적이다
.

비단 만남에서뿐이랴. 전모(25) 씨는 "밤마다 여자친구와 통화할 때도 남자가 걸 수밖에 없지 않느냐" "2년간 통화비를 부담하느라 휴대전화 통신사 VIP 고객이 됐다고 털어놨다
.

한 연구소의 설문조사 결과, 남자 대학생들의 23%는 연애의 가장 큰 걸림돌로 '데이트 비용'을 꼽았다. 이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데이트 비용 분담은 '5.7:4.3'이지만, 실제로는 '6.5:3.5'를 분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그나마 이 정도는 양반이다. '10:0'인 경우도 적지 않을 거라는 게 20대 남성들의 '공분'이다. 오죽하면 "더치페이(각자내기)하는 여자가 이상형"이라는, 웃지 못할 농담까지 회자될 정도다
.

20
대 남성들의 '수난'은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남자'란 이유만으로 사회 통념상 기대되는 역할을 수행하느라 골머리를 앓는다
.

아직도 '남존여비'(
男尊女卑)의 유교적 구태가 "남자 아이가"로 포장돼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데다, 남성들 스스로도 '근육' 중심의 근거 없는 우월주의에서 자유롭지 못한 탓이기도 하다.

강모(25) 씨가 다니는 회사에는 누구나 그 이름을 알고 있는 유명인사가 있다. 바로 '비비크림 남'이다. 누가 봐도 '패셔너블한' 그 남자 직원은 매일 출근하면 정성스레 비비크림을 바른다
.

소문은 회사 내에 조용히, 그러나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본인만 모를 뿐 '비비크림 남'이라고 하면 "~OO !"로 통하게 된 것
.

남성용 비비크림도 따로 출시되는 시대, 남자라고 외모를 가꾸지 말라는 법은 없다. 실제로초식남’, ‘그루밍족처럼 전통적 이미지와는 차별화된 남자들이 주목받는 시대다
.

남성적인 레저 스포츠나 술집을 선호하는 게 전통적인 '육식남'이라면, 문화생활과 카페를 선호하는 게 '초식남'이다
.

전통적인 남성의 이미지가 '털털함'이었다면, 이제는 여자보다 더 잘 꾸며 입고 다니는 '그루밍족'이 각광받는 것이다
.

패션과 자기 관리에 관심이 많은 김모(25) 씨도 종종 화장품 쇼핑을 간다. "군대에 있을 때 오히려 바깥 세상과 연결되고 싶다는 마음에 막사에 비치된 패션잡지를 즐겨 보기 시작했다"는 그는 "전역 후 유행에 뒤쳐지지 않게 옷을 입고 싶었다"고 했다
.

실제로 전국 남자 대학생 750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무려 84% "상황에 따라 화장을 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이 사용하는 화장품 개수도 평균 1.8개였다
.

이처럼 남성과 여성의 고유 영역은 나날이 허물어지고 있지만, 사회의 인식은 아직도 조선 시대와의 '과도기'에 머물러 있는 게 사실이다
.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니까 따라가고는 있지만, 가끔은 의문이 들죠. 남자라고 해서 꼭 이래야 하나, 하는 생각요
.”

한 대학생의 말처럼, 대한민국 20대 남자들은 오늘도 '소년' '어른' 사이에서 주변이 요구하는 '남자'까지 거머쥐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

soo@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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