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수익률 분석해보니 증권 > 생보 > 손보 > 은행 순
최근 3년간 직장인의 퇴직연금을 가장 많이 불려준 금융회사는 하나대투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증권사가 가장 우수한 수익률을 보였다. 52개 은행·생명보험·손해보험·증권사가 금융감독원 ‘퇴직연금 비교공시’ 사이트에 올린 2010~2012년 연간 수익률을 중앙일보가 자체 집계해 분석한 결과다.
퇴직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0만3488개 업체의 임금근로자 437만7000여 명이 가입해 있다. 크게 확정급여(DB)과 확정기여(DC)형으로 나뉜다. 이 중 DB형의 2010~2012년 3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하나대투증권이 5.56%로 최고였다. 2위는 미래에셋증권(5.48%), 3위는 한국투자증권(5.47%)의 순이었다. 하나대투증권 이영 연금사업부장은 “퇴직연금 상품 개발과 마케팅 관련 인력을 최소화해 경비를 줄임으로써 최대한 많은 수익이 가입자에게 돌아가도록 하려 했다”고 말했다. DC형은 한국투자증권이 7.08%로 1위였고, HMC투자증권(6.71%)과 신한금융투자(6.09%)가 뒤를 이었다.
수익률은 증권사가 최고, 적립금은 은행이 절반 차지
업종별로는 증권사의 강세가 뚜렷했다. DB·DC형 모두 증권사가 수익률 1~5위를 독차지했다. 업종 평균으로 봐도 마찬가지였다. DB형은 증권(5.29%), 생명보험(4.85%), 손해보험(4.81%), 은행(4.54%)의 순이었고, DC형은 증권(5.8%), 생보(4.87%), 은행(4.66%), 손보(4.61%)의 순이었다. 하지만 금융회사가 가입자를 얼마나 확보했는지 보여주는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성적순이 아니었다. 수익률이 떨어지는 은행이 지난해 말까지 전체 적립금의 50%(33조5168억원)가량을 받아들였다. 2위인 생보사(16조1298억원·24%)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수익률이 제일 높은 증권사는 적립금 규모 3위(12조4964억원·18.6%)였다. 기업과 근로자가 ‘성적’이 아닌, 다른 기준으로 퇴직연금을 맡을 금융회사를 정한 것이다. 이런 점은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기업의 퇴직연금 담당자 364명과 근로자 108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드러났다. 어디에 퇴직연금을 맡길지를 결정한 주 이유가 ‘금융사와의 기존 거래’(32%)와 ‘금융사의 평판’(29%)이었다. ‘퇴직연금 서비스 능력’이라는 답은 19%에 그쳤다.
원리금 비보장형 수익 높지만 93%가 보장형에 가입
퇴직연금은 정기예금이나 저축성 보험 같은 원리금 보장상품과 펀드 등의 비보장(실적배당형) 상품으로 나눌 수도 있다. 둘 중에는 비보장형의 수익률이 높았다. 보장형은 전체 평균 수익률이 4.74%, 비보장형은 5.45%였다. 그럼에도 투자는 완전히 보장형으로 쏠렸다. 전체 적립금의 93%가 보장형이었다. 익명을 원한 증권사 퇴직연금 담당 팀장은 분산투자조차 안 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기업 퇴직연금 담당자도 비보장형의 장기 수익률이 높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들은 비보장형을 택하는 게 큰 부담이라고 한다. 금융위기 같은 게 일어나 한 번 삐끗하면 자신이 징계를 받기 때문이다. 나중에 수익률이 나아진다고 해도 자신이 다친 뒤에야 무슨 소용이겠는가. 결국 기업이 비보장형에 퇴직연금을 굴리는 것은 오너의 의지가 아니면 할 수 없다.”
저금리 시대 안전제일로 굴리면 기업 부담만 늘어
그러나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퇴직연금을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만 투자하는 것은 문제다. 실제 저금리 때문에 퇴직연금과 관련해 대기업 대부분이 지난해 퇴직연금을 추가로 쌓았다. 지난해 초 근로자 퇴직금 지급용으로 금융회사에 2조1727억원을 쌓아놓은 삼성전자는 당초 2012년 1년간 1154억원 운용수익을 기대했으나 금리가 떨어지면서 실제 수익은 748억원에 그쳤다. 결국 삼성전자는 406억원을 더 쌓아야 하게 됐다. 현대자동차는 이 금액이 568억원에 이른다. 이는 두 회사가 공시한 감사보고서와 그 주석에 나온 내용이다. 두 회사는 모두 ‘안정’을 이유로 퇴직연금을 100%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들어놨다가 금리가 낮아지면서 이 같은 부담을 지게 됐다.
한국투자증권 최형준 퇴직연금추진부 기획팀장은 “앞으로는 저금리가 계속될 것이어서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만 퇴직연금을 굴려서는 원하는 수익을 낼 수 없을 것”이라며 “비보장형 상품에도 적절히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퇴직연금 DB형·DC형
DB형은 근로자가 퇴직할 때 회사로부터 약속한 퇴직금을 받는 방식이다. 회사는 퇴직금을 줄 때를 대비해 매년 퇴직연금을 금융회사에 쌓아 놓는다. 정기예금에 넣어 놓을 수도 있고 펀드로 굴릴 수도 있다. 금융상품 선택은 회사가 금융사와 논의해 결정한다. DC형은 기업이 분기·반기 또는 매년 퇴직금을 정산해 근로자의 퇴직연금 계좌로 보낸다. 이를 어떻게 운용할지 정하는 것은 근로자의 몫이다.
◆어떻게 조사했나=‘퇴직연금 비교공시(pension.fss.or.kr/fss/psn/pubannounce/announcement.jsp)’ 사이트를 활용했다. 보장형과 비보장형을 적립금 규모에 따라 가중평균하는 방법으로 개별 금융사의 연간 수익률을 산출했다. 2010~2012년 3년간의 수치를 구한 뒤 복리 계산해 연평균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