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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배워둘걸"…저금리에 늘어나는 한숨
게시일
2013-05-16
저금리 환경이 온 국민의 생활 곳곳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봉급 없이 은행 이자로 먹고사는 고령층, 금리연동형 연금 상품에 가입한 직장인들은 경제적인 타격으로 고민이 깊어진다.
전문가들은 저금리 시대에 적합한 다양한 재테크 방법을 제시하지만, 금융 지식이 없는 사람들은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다.
◇이자생활자들 "진작 돈 굴리는 법이나 배워둘걸…"
경기도 용인시에 사는 김모(63·여)씨는 지난 9일 텔레비전을 보다가 '기준금리 인하'라는 한국은행의 깜짝 발표를 듣고 한숨을 내쉬었다.
가난한 살림살이는 아니지만, 은행에 넣어둔 돈을 생각하니 절로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김씨가 보유한 현금 자산은 약 6억4천만원에 달한다.
과거 금리가 높을 때는 은행에서 나오는 이자만으로도 크게 부족함을 느끼지 않고 생활했다. 하지만 현재 김씨가 받는 이자는 연간 1천600만원 수준으로, 한 달로 치면 130만원 정도다.
김씨는 "다른 수입원도 없어 이자 나오는 돈으로 먹고사는데 금리가 자꾸 내려가니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판"이라며 "이럴 줄 알았으면 은행에만 돈을 넣어둘 게 아니라 진작 돈 굴리는 법이나 배워둘걸 그랬다는 아쉬움이 든다"고 토로했다.
12일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기준 가구주 60세 이상은 이자·연금 등 재산소득이 283만원으로 연간 경상소득(2천340만원)의 12.1%를 차지한다. 노인 가구는 경상소득 1천207만원 중 재산소득이 227만원으로 18.8%에 달한다.
김씨처럼 금리 인하 때문에 생활에 영향을 받는 중 고령층 인구가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의 은퇴가 늘어나면서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지난해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 인구는 714만9천명으로, 취업자는 532만명이었다. 베이비붐 세대의 취업자는 2012∼2017년 연평균 14만5천명씩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봉급 등 근로소득으로 생활하던 베이비붐 세대가 대거 퇴직하면 이자 등 재산소득에 의지하는 인구가 많이 늘어나리라는 것은 불문가지다.
아직은 직장에 붙어 있는 사람이 많은 베이비붐 세대(지난해 기준 고용률 74.3%)의 현재 자산 관련 통계를 들여다보면 미래의 상황을 내다보는 데 도움이 된다.
베이비붐 세대의 가구당 재산은 3억9천413만원이며 저축 등 금융자산은 5천417만원으로 재산의 13.7%에 이른다. 이들이 생계비 부족을 저축 및 금융자산 처분으로 조달하는 비중은 42.7%에 달한다.
◇800만 사적연금 가입자, 수익률 급락에 '울상'
금리가 하락하면 사적연금인 연금보험과 퇴직연금의 가입자들이 은퇴 후 받는 연금액도 줄게 된다.
현재 연금보험 가입자와 퇴직연금 가입자는 각각 400만명가량이다.
중복 가입을 고려하지 않으면 연인원 800만명이 수익률 하락의 영향권에 놓인 셈이다.
은행, 증권, 보험사가 판매하는 연금저축은 보험료 납입기간 내 연평균 수익률이 최저 1%대로 주저앉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만건 이상 가입 기준으로 생명보험사의 금리연동형 연금저축보험 상품 45개의 수익률은 평균 1.62%다. 손해보험사의 금리연동형 연금저축보험 상품 42개의 수익률은 평균 -2.07%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판매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품이 많아 초기 판매수수료를 제외한 수익률이 낮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은행이 판매하는 연금저축신탁(채권형) 7개 상품의 수익률도 4.20%로 6개월 새 0.06%포인트 하락했다. 증권사의 연금저축펀드(채권형) 10개 상품의 수익률 역시 5.30%로 0.29%포인트 떨어졌다.
지난 9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시차를 두고 보험사들의 저축성보험 상품 수익률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기준금리 인하가 장기 채권금리 하락으로 이어지면 약 3개월의 시차를 두고 저축성보험 수익률인 공시이율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현재 연 4%를 간신히 맞추는 저축성보험의 공시이율이 3%대로 내려갈 수 있는 것이다.
한 대형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앞으로 채권금리가 떨어지면 공시이율도 내릴 수밖에 없다"며 "다만, 최근 채권금리는 기준금리 인하를 미리 반영한 측면이 있어 실제로 얼마나 내릴지는 두고 봐야 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불리기는커녕 지키기도 어려운 상황"
사람들의 관심은 저금리 시대의 재테크 방법이다.
전문가들은 경기불황이 이어진다고 해서 보유 부동산을 무조건 매각하거나 부동산 매수를 포기하지 말고 틈새시장을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예를 들면 수익형 부동산이나 새로운 상권이 조성되는 지역의 부동산 등이다.
환차익에 대해 비과세 혜택이 있는 브라질 국채 등 합법적으로 세금을 아낄 수 있는 운영자산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거나 해외 채권펀드가 저금리 시대의 투자 대안이라는 의견도 있다.
신한은행 PWM프리빌리지 서울센터의 송민우 PB팀장은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다 보니 자금의 흐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제는 한국도 정기예금에서 벗어나 '중위험 중수익'의 투자상품에 관심을 둘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칫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대부분 사람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예금 금리로는 재테크 자체가 어렵고 부동산이나 주식 등으로 재테크를 하기에는 여건이 안 좋아 자산을 불리기커녕 지키기도 어려운 '진퇴양난'의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각종 금융사가 개최한 박람회, 세미나 등이 문전성시를 이룬 현장에서도 저금리 시대를 맞아 고민하는 시민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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