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험사들은 저성장·저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파산한 일본 보험사의 전철을 피해갈 수 있을까. 금융감독원의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저성장·저금리가 5년만 지속돼도 보험업계 순이익이 최대 40%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재무건전성이 크게 악화돼 신사업 확대나 새로운 투자처 발굴도 어려워지고, 융당국으로부터 경영개선 권고를 받는 중소형사가 속출할 것이란 분석이다.
14일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금융감독원의 보험사 스트레스테스트 결과에는 보험업계가 직면한 엄중한 현실이 수치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저성장·저금리에 따른 보험업계의 수익성 감소와 재무비율 악화 정도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감원은 경제성장률이 1%대에 머물고, 금리는 작년보다 1%포인트 하락한 상태가 지속되며, 부동산 가격은 향후 5년 동안 총 5% 추가 하락하는 상황을 전제로 지난해 말 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했다.
5년 후 보험업계 순이익은 3조9000억원으로 쪼그라들 것이라는 게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다. 지난해 5조8400억원보다 33%(1조9400억원) 줄어든 규모다. 저금리에 더 취약한 구조인 생명보험사의 순이익 하락 폭이 특히 클 것이란 분석이다. 5년 후 생보사의 순이익은 작년 3조5400억원보다 41% 줄어든 2조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손보사의 순이익은 작년 2조3000억원에 비해 22% 감소한 1조8000억원으로 진단했다.
재무건전성도 빠르게 악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앞으로 5년간 생보사와 손보사의 보험금 지급능력을 보여주는 지표인 위험기준자기자본(RBC) 비율은 각각 143.2%포인트, 83.7%포인트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렇게 되면 300%대인 생보사의 RBC 비율은 100%대로 내려앉고, 200%대 후반인 손보사는 200%를 간신히 웃돌게 된다. RBC 비율이 낮아지면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진다. RBC 비율이 100% 미만으로 떨어지면 금융당국의 경영개선 권고를 받는다.
이 같은 스트레스테스트는 심각한 상황의 전개를 염두에 둔 것인데, 실제 실현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인구증가율 감소, 고령화 진전, 대내외 경제 악화로 국내 경제가 본격적인 저성장·저금리 기조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2010년 말 연 3.38%에서 지난주(12일)에는 연 2.67%까지 낮아졌다.
이 같은 저금리·저성장의 장기화는 보험수요를 위축시키고 보험사의 자산운용 수익률을 떨어뜨린다. 고정금리를 보장한 상품이나 변동금리여도 최저금리가 보장되는 상품이 적지 않아 보험사의 이자마진은 줄어든다. 역마진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실제로 삼성생명을 비롯한 대형 보험사들은 작년부터 위기경영 체제에 돌입했지만 마땅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생보사 중에서는 우리아비바 KDB KB BNP파리바카디프, 손보사 중에서는 메리츠화재 한화손해 롯데손해 그린손해 흥국화재 LIG손해 악사손해 현대하이카다이렉트 등의 RBC 비율이 이미 200% 미만으로 떨어졌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