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재테크 기상도가 밝지 않다. 저성장, 저금리 기조로 목돈 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가계빚도 서민들의 어깨를 여전히 짓누른다. 이런 때일수록 돈 관리에 중요한 원칙들을 지켜야 한다. 은행 재테크 전문가, 경제교육 사회적기업인 에듀머니와 함께 ‘재테크 7계명’을 꼽았다.
■ 빚부담부터 줄여라
자산을 늘리는 것만큼 부채를 줄이는 것도 중요한 재테크다. 대출 원금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의치 않다면 이자 부담부터 줄이는 것이 좋다. 대출이 있다면 은행을 찾아가 금리 인하를 요구하자. “취업했으니 금리 조정하자” “부장 승진했으니 금리 내려달라” 등 당당하게 말하라. 취업, 승진, 소득 증가, 신용등급 상승, 전문자격증 취득, 우수고객 선정, 재산 증가 등 7개 요인이 발생할 경우 대출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
■ 저축이 재테크를 이긴다
투자로 큰돈을 벌 수도 있지만 그만큼 손실을 볼 수도 있다. 하우스푸어 문제를 낳은 부동산 광풍 역시 그 출발은 재테크였다. 목돈을 만드는 데는 역시 티끌 모아 태산인 저축이 제일이다. 높은 금리 상품을 선택하는 것도 좋지만 너무 민감해할 필요는 없다. 돈을 은행에 저축하는 것 자체가 소비를 지연시키고 돈을 모으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정기예금 상품의 은행 간 금리차이가 1% 난다고 하더라도 한 달에 100만원씩 1년간 1200만원을 예금할 때 이자 차이는 한 달 1만원꼴이다. 저금리, 저성장 국면으로 과거처럼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 신용카드보다는 체크카드, 체크카드보다는 현금을 써라
신용카드는 합리적으로 사용하면 부가서비스나 포인트 등을 챙길 수 있지만 ‘충동구매’의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럴 경우 통장 잔액 한도 안에서 쓸 수 있는 체크카드를 이용해 보자. 신용카드와 버금가는 부가서비스도 누릴 수 있다. 연말정산 때 돌려받는 금액도 체크카드가 신용카드보다 많다.
그러나 체크카드도 한도 안에선 신용카드처럼 소비 절제를 둔하게 만들 수 있다. 지갑에서 5만원권 지폐를 빼는 느낌과 같은 금액의 체크카드 명세서에 서명하는 느낌은 엄연히 다르다. 현금을 사용하면 쓸데없는 곳에 돈 쓰지 않는다.
■ 통장을 쪼개 꼬리표를 달아라
돈을 열심히 모은다고 모아지는 건 아니다. 정확히 어디에 쓸지 정해놓지 않으면 그 돈은 결국 사라지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돈을 쓸 용도를 정하고 통장을 따로 만드는 ‘통장 쪼개기’가 필수다. 월소득이 입금될 급여계좌와 생활비계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비상금계좌와 자녀양육, 내집마련, 노후준비, 해외여행 등 목적에 따라 통장을 만들고 소득의 일정 비율을 목적에 맞게 적립한다. 비상금 통장에는 월급의 3~6개월치를 수시입출식 통장이나 머니마켓펀드(MMF) 등에 넣어두는 게 좋다. 박종호 에듀머니 본부장은 “빚을 갚는다거나 돈을 모으는 데 올인해 비상금을 남겨놓지 않는다면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을 때 적금을 해약하거나 신용카드 또는 마이너스통장에 의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 비과세 절세 상품을 찾아라
금융소득종합과세대상 기준이 기존 4000만원에서 2000만원 이상으로 축소되면서 중산층도 과세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융자산 규모가 비과세나 분리과세상품 가입을 통해 회피가 가능한 수준이라면 이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 보자. 올해 부활하는 비과세재형저축 가입은 필수다. 주택청약종합통장은 주택을 분양받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연말정산 때 납입금액의 40%가 소득공제대상이다. 농·수·신협과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 상품에 가입하는 것도 세금을 절약하는 방법이다.
■ 보험도 다이어트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보험회사의 ‘공포 마케팅’으로 소득수준 이상으로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사고나 질병 등 위험에 대비하는 보험은 자기 세후 소득의 8%면 충분하다. 암과 중대 질병 등이 여러 보험 상품에 중복으로 가입돼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예를 들어 올해는 단독 실손의료보험 상품이 따로 나와 실제 쓰인 병원 치료비와 입원비를 보장받을 수 있다. 전에는 단독 실손의료보험 상품이 없어 병원 치료비와 입원비를 보장받으려면 암 등 다른 옵션에 가입해야만 했다. 또 가입자가 사망한 뒤 가족에게 보험금이 지급되는 종신보험은 보험료 부담도 만만치 않아 일정 기간만 사망이 보장되는 정기보험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자녀들이 다 성장하고 난 뒤 사망 보험금은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본인의 사망이 가족에게 치명적 위험이 있는 60세 전후까지 사망보장 기간을 줄이는 게 낫다.
■ 지금 바로 시작하라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재테크도 마찬가지다. 생각이 있다면 바로 실천으로 옮겨야 할 것이다. 요즘 노후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면 그만큼 여유로운 노후를 보장받을 수 있다.
<박재현 기자 parkjh@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