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이 암 보험금 지급을 놓고 소비자들과 분쟁을 빚고 있다. 소비자들이 보험 가입 당시 암에 걸릴 경우 상당액의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안내 받았지만 실제 암에 걸리고 보니 보험사들이 딴 소릴 하기 때문이다.
특히 보험 관련 법규 및 약관에 밝은 손해사정사조차도 암 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소비자들이 보험사보다 해박하지 않아 보험금을 제대로 못 받는다고 입을 모으고 있어 보험사들이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암 등 기타 질병과 관련된 소비자민원은 2010년 549건, 지난해 466건 등 해마다 수백건씩 접수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나 기타 소비자단체 등에 접수된 민원까지 합치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사들이 암과 관련해 보험금 지급을 까다롭게 심사하는 것은 보험금이 수천만원에 이르는 등 적지 않은데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초기 진단 및 완치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 서구화된 식생활로 발병률이 높아진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간단한 치료만으로 완치가 가능한 초기 암의 경우 암으로 인정해 보험금을 100% 지급하는 것이 보험사들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례로 여성에게서 발병률이 높은 암인 갑상선암의 경우 일반암에서 소액암으로 분류돼 보험금 급부가 가입금액 1억원 기준으로 8000만원에서 600만원으로 줄었다. 치료 시 다른 암에 비해 예후가 좋지만 발병률이 높아 손해율이 높아지자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액을 낮춘 것이다.
보험사들이 손해가 크다는 이유로 암 보험에 대한 보장을 축소하고 까다롭게 심사하면서 대장점막내암 등 초기 단계에 해당하는 암에 대해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을 크게 낮추고 있다.
대장점막내암은 암세포가 대장 점막 층의 상피 세포층을 넘어 기저막을 뚫고 점막 고유층을 침범하기는 했으나 점막하층까지는 퍼지지 않은 상태를 이른다. 암의 초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손해사정사들은 대장점막내암 등 초기 암에 대해 보험금을 100% 지급한 사례가 있고 현재도 보험사가 보험금을 100% 지급해야 하지만 상대적으로 암 관련 지식에 밝지 않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손해사정 법인 소속 손해사정사는 "최근 급속도로 급증하고 있는 대장암에 대해 암이 점막 고유 판까지 퍼진 점막내암일 경우에 악성암인지 상피내암인지를 두고 보험약관상 그 정의가 불분명해 보험업계에서는 계약자와의 보험금 지급 분쟁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상피를 넘어 점막까지 침범한 경우라면 진단코드와 관계없이 악성암으로 인정받아 암 보험금 전액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소비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해 피해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대장점막내암 등 초기 암에 해당하는 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보험사보다는 소비자의 입장을 우선시 한다고 설명하면서도 초기 암의 경우 완치율이 높아 일반암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선 보험사에 책임을 전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피내암 등 초기 암을 일반암으로 보고 이에 해당하는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은 보험사가 판단할 문제"라면서도 "그래도 금감원은 보험사보다는 소비자에 이익이 가는 쪽으로 민원을 해결하고 있다"고 말하는 등 애매모호한 입장을 보였다.
보험사와 소비자 간의 암 보험금 지급 관련 분쟁에 정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이유로 받아들여진다.
[전종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