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인기끄는 절약형 소비패턴 네가지
백화점에서 화장품을 사 왔던 주부 김세영 씨(31)는 올해부터 매달 1만6500원을 내고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를 통해 미니어처 화장품 4~5개를 집으로 배달받아 쓰고 있다. 김씨는 또 최근 세탁기를 구입하면서 드럼세탁기 대신 `통돌이` 세탁기를 선택했다. 기본 기능에 충실한 통돌이는 드럼형보다 가격이 30~40%가량 싸다.
불황이 소비패턴을 변화시키고 있다.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한 `절약형 소비`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1.잡지처럼 생활용품도 `구독`
불황에 새로운 유통채널로 떠오르는 대표적인 게 서브스크립션 커머스(Subscription Commerce)다. 일정 금액으로 정기 서비스를 신청하면 한 달에 한 번 다양한 상품을 잡지처럼 배달해 주는 일종의 `구독 서비스`다. 서브스크립션 업체들은 홍보를 원하는 브랜드에서 정품 혹은 미니어처 제품을 무료로 제공받아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소비자는 발품을 팔 필요 없이 비교적 저렴한 매월 1만~2만원대 이용료만 내면 화장품과 보디용품, 향수, 생활용품 등 다양한 제품을 매달 받아볼 수 있다.
명성옥 겟잇박스 대표는 "소비자가 매월 지불하는 금액(2만5000원) 대비 4~5배 이상의 물품을 담아 배송해 주기 때문에 불경기 실속형 소비와 잘 맞는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2.부가기능 없앤 상품 `칩 시크`
불황이면 소비자들 사이에는 복잡한 것보다 본인이 필요한 본래 기능에 더욱 가치를 부여하는 `칩시크(Cheap-chic) 현상`이 강해진다. 실제로 이마트에 따르면 올해 들어(1~9월) 부가 기능을 최소화하고 기본 기능만을 강조한 `다이어트 상품`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이마트 바이어가 불황기를 맞아 가스레인지 업체와 제휴해 그릴, 건조 등 부가 기능을 제외하고 점화 기능만 살려 일반 상품보다 최고 50% 저렴하게 기획한 제품(4만9000원)은 지난해보다 매출이 97%가량 급증했다. 전자레인지도 단순히 가열만 되는 전자레인지가 지난해보다 매출이 최고 125% 늘었다. 최근 비데 문화 확산으로 뚜껑이 없는 변기 커버 매출이 46%가량 신장한 것도 칩시크 현상의 일환으로 꼽힌다.
3.외식은 `반값 쿠폰`으로 사전 계획
외식 문화도 젊은층을 중심으로 크게 변하고 있다. 구체적인 외식 계획을 세우고 소셜커머스로 반값 식사쿠폰을 구입하는 소비자가 늘었다.
쿠팡에 따르면 금천동 한 레스토랑은 쿠팡에서만 1만5000장 쿠폰을 판매해 4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CJ푸드빌이 14개 CJ 외식 프랜차이즈업체 할인쿠폰을 통합한 `푸드빌 쿠폰앱`을 내놓은 지 1년째인 현재 다운로드는 25만건, 쿠폰 발행 건수는 53만건에 이르렀다. 미리 계획해 최대한 알뜰한 외식을 즐기려는 사용자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4.오픈마켓 `중고 거래` 급증
다소 흠집이 있어도 `새로 물건을 사는 것보다는 싸다`며 중고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 오픈마켓 중고 전문몰도 `불황 속 호황`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현재 70만개에 달하는 상품을 취급하는 11번가의 중고상품 전문관은 지난 1~10월 매출이 작년보다 190%나 뛰었다. 월별 매출 신장률도 불황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폭발적으로 높아져 10월에는 무려 300%에 달했을 정도다.
옥션에서도 중고 의류ㆍ잡화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명품 브랜드 중고 가방 등이 인기를 모은 덕택에 10월 한 달간 의류ㆍ잡화의 중고품 판매량은 작년 대비 25% 늘었다.
[유주연 기자 / 손동우 기자 / 고승연 기자 / 김태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