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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눈물로 울리는 웨딩마치] "혼주들 勢 경연장서 신혼부부 뭘 배우겠나… 작은 결혼식 캠페인 보고 스트레스 확 풀려"

게시일
2012-09-20

특정 정치인을 칭찬하기 위한 글이 아닙니다. 글의 내용만 봐 주세요.

 

가족끼리 커튼 달고 카펫 깔고 하객들 잔치국수 대접하고 떡까지 돌려도 500만원 들어
정의화 의원 "호텔 결혼식 하려면 해라. 단, 너희가 벌어서 해라… 그 결혼식 난 안 갈란다"


"호텔에서 호화 결혼식 하고 싶으면 해라. 단, 느그들이 벌어서 해라. 아부지는 그런 돈 안 대준다. 식장에도 안 갈란다. 여자 친구 생기면 미리 말해줘라. 시아부지 안 오는 결혼식 하고 싶거든 호텔에서 식 올리라고."

 

18대 국회부의장을 지낸 5선 정의화(64·새누리당) 의원이 2008년 아들 3형제를 앉혀놓고 억센 부산 사투리로 선포한 말이다.

장남 연학(32)씨는 그해 11월 최대 200명 들어가는 부산 좌천동 김원묵기념봉생병원 강당에서 신부 구연수(32)씨와 작은 결혼식을 올렸다. 정 의원은 "둘째·셋째도 같은 방식으로 결혼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본지와 여성가족부가 펼치는 '1000명의 작은 결혼식 릴레이 약속'에 네 번째 주자로 참여한 것이다.

정 의원 부인(59)은 "큰아들 혼사 때 꽃 장식 업체를 따로 부르지 않고 우리끼리 강당에 커튼 달고 카펫 깔았다"면서 "커튼 값·카펫 값에 잔치국수 대접하고 떡 돌리는 비용까지 총 500만원 들었다"고 했다. 커튼과 카펫은 남은 두 아들 결혼시킬 때 다시 쓰려고 보관 중이다.

 

정 의원은 신경외과 전문의다. 부산대 의대·뉴욕대를 거쳐 1981년부터 30년 넘게 김원묵기념봉생병원을 맡아 동네 병원에서 종합병원으로 키웠다. 그는 19대 국회 재산등록 할 때 140억원을 신고했다. 현역 의원 중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부자다. 그래도 일찍부터 세 아들에게 "호화 결혼식 꿈도 꾸지 말라"고 단단히 일렀다.

"호텔 결혼식 가보면 패션쇼 무대처럼 꾸며놓고 부(富)를 과시하면서 축의금까지 받습니다. 원래 축의금·부의금은 큰일 치르느라 힘들다고 동네 사람들이 십시일반 보태주는 겁니다. 아들들에게 '부자일수록 사양할 줄 알아야 한다' '대소사를 간소하게 치러야 욕먹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는 큰아들 결혼할 때 축의금을 사양했다. 장인상·장모상·부친상 치를 때도 부의금을 안 받았다. 화환 보내겠다고 하면 손사래를 쳤다. 정 보내겠다고 하면 쌀로 대신 받아 가난한 노인들에게 기부했다.

 

그는 "요즘 한국 사회에는 큰 모순이 있다"고 했다. 부자(富者)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은데, 정작 이미 부자가 된 사람들에 대해선 반감이 강하다는 것이다. "왜 그런지 깊이 들여다보면, 부를 일군 행위 그 자체에 반감이 있는 게 아닙니다. 부자들이 편법으로 상속하고, 남들은 다 고생하는데 자기 자식만 화려하게 출발하게 하니 박탈감을 느끼는 겁니다."

정 의원은 "나는 우리 집에서 '파쇼'(독재자)"라고 했다. 아버지가 결정하면 가족들은 무조건 따른다는 뜻이다. 장남은 미국에서 경영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차남·삼남은 병원 일을 거들고 있다.

 

차남 연화(30)씨는 아버지와 꼭 닮은 부산 말투로 "우리 아부지 파쇼 맞는데 마 하시는 말씀이 다 옳습니다" 했다. 그는 공익 판정을 받은 뒤 "현역으로 군대 가라"는 아버지 닦달에 '군대 갔다 건강 해쳐도 문제 삼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육군 백마부대에서 복무했다.

 

"예전 여자 친구에게 '우리 집은 화려한 결혼식 못 하게 한다'고 했더니 싫어하데요. '호텔에서 결혼하는 게 로망이다'하더라고요. 꼭 그것 때문은 아니지만 결국 헤어졌습니다. 결혼할 여자 생기면 '호화 결혼식은 돈만 있으면 다 한다. 작은 결혼식은 아무나 못 한다. 작은 결혼식 하려면 돈 말고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어야 한다' 이래 설득할라고요."

정 의원의 부인은 최근 자식들에게 "집집마다 예단 때문에 싸운다던데, 우리 집은 그러지 말자"고 했다. 삼남 연석(29)씨는 "작은 결혼식이 우리 집 전통이 되게 하겠다"고 했다.

 

[부모의 눈물로 울리는 웨딩마치] "혼주들 勢 경연장서 신혼부부 뭘 배우겠나… 작은 결혼식 캠페인 보고 스트레스 확 풀려"


혼주 세대 남편들은 집안 대소사(大小事)를 아내에게 맡기고 살아온 사람이 많다. 그런 한국 중년 남성들이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고위 공직자, 정치인, 건축회사 대표부터 평범한 중산층까지 수많은 아버지가 "이런 캠페인 왜 진작 하지 않았느냐"고 반기면서, 본지와 여성가족부가 펼치는 '1000명의 작은 결혼식 릴레이 약속'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정치·통일 문제 전문가인 김태우(62) 통일연구원장은 "조선일보 기사를 보고 '우리 사회가 바로 가는구나' 싶어 스트레스가 확 풀렸다"고 했다. 그는 평소 화려한 결혼식장에서 "꽃값만 수백만원 들었다" "식대가 1인당 10만원 넘는다"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이게 무슨 낭비냐'고 한탄했다고 한다. 그는 7년 전 부산의 한 교회에서 가족·친지 50여명만 참석한 가운데 큰딸을 결혼시켰다. 양가 부모가 의논해 예물·예단도 생략했다.

"장남과 둘째 딸에게 '너희도 똑같이 결혼시키겠다'고 미리 말해뒀습니다. 정말 반가운 청첩장이 몇 장이나 되나요? 많은 사람이 축의금 준 사람 명단을 작성해놨다가 '빚 갚는 심정'으로 다른 사람 결혼식에 참석합니다. 1000명에 그치지 말고, 전국적인 운동으로 발전하면 좋겠습니다."

 

이재술(51) 대구광역시의회 의장도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는 딸과 군 복무 중인 아들에게 "우리 가족부터 악습을 끊자"고 했다. 이 의장은 "내 아이들부터 가족·친지만 모시고 작은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집도 월세부터 시작하게 하겠다"면서 "이번 캠페인이 내 마음을 다지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했다.

"갓 지방의원 됐을 때부터 지금까지 '돈 잔치' 결혼식을 숱하게 봤습니다. 사회지도층 자녀 결혼식에 가보면, 하객들이 줄 서서 혼주들과 악수한 다음 예식은 보는 둥 마는 둥 밥 먹으러 갑니다. 그런 식으로 결혼식 올린 신혼부부들이 부모로부터 무엇을 보고 배우겠습니까? 이번 캠페인을 통해 신랑·신부·혼주·하객 모두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건축회사를 운영하는 배영민(54) 계리디자인 대표는 "두 딸 결혼할 때 아파트 한 채는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캠페인을 보고) 마음을 새롭게 먹었다"고 했다. 지금은 알짜 중소기업 CEO지만, 1988년 결혼할 때만 해도 그는 조그만 디자인 회사 직원이었다. 서울 동작구 반지하 다세대주택이 첫 보금자리였다.

"주위에서 '호텔에서 결혼식 하는 데 7000만~8000만원 들었다' '누구는 부모가 서울 시내에 신혼집을 사줬다'고 하길래 '아, 다들 그렇게 사나 보다' 했어요. 저도 집 없는 설움을 겪었기 때문에 딸들은 결혼할 때 꼭 집을 마련해주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혼자 힘으로 일어서는 방법을 알려주는 게 더 큰 사랑 같아요."

 

충남 보령에서 약재상을 운영하는 박종복(55)씨는 1988년 단칸방이 딸린 조그만 장난감가게(26㎡·8평)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박씨는 "부엌을 빼면 누울 자리만 겨우 남는 방이었지만, 아내와 차곡차곡 모아 지금은 방 네 칸짜리 단독주택을 직접 지어 살고 있다"고 했다.

"내 아이들에게 예물·예단 줄여서 신혼집 얻고, 한푼 두푼 아껴서 살림 늘려가는 재미를 가르치고 싶어 캠페인에 참여했습니다. 하객 수백 명을 초청해서 혼사를 치른 친구들이 '힘만 들고 기억에 남는 게 없다'고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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