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대회 개막식 나온 스티븐 호킹 "표준적인 인간이란 없다"
"삶이 아무리 힘들더라도 누구나 성취 이뤄낼 힘 있다
발을 내려다보지 말고 별을 올려다보세요
인간의 노력엔 한계 없어… 이보다 더 특별한 일 있나요"
"발을 내려다보지 말고, 별을 올려다보세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이해하려고 시도해보세요. 호기심을 가지세요!"
30일 오전(한국 시각) 영국 런던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2012 런던 패럴림픽 개막식이 시작될 무렵 휠체어 한 대가 무대에 올랐다. 영국의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70) 박사는 휠체어 위에서 조금의 움직임도 없었다. 경기장이 떠나갈 듯 함성을 질러대던 8만 관중이 그의 등장에 일제히 숨을 죽였다.
21세 때 루게릭병(근육이 위축되는 질환) 진단을 받은 뒤 마비가 진행돼 몸의 거의 모든 부분을 움직일 수 없게 된 그가 최근 대중 앞에 직접 모습을 드러낸 것은 드문 일이다. 지난 1월 초 70번째 생일을 기념하는 강연이 열렸을 때도 건강이 악화된 그는 영국 케임브리지대에 모인 수백 명의 청중에게 녹음된 '음성'만을 보냈다.
1985년 폐렴을 앓아 기관절개술을 받은 뒤로 목소리를 잃어버린 그는 이날 음성 합성장치를 통해 짤막한 강연을 시작했다. "문명이 시작된 이래 인간은 우주의 근본 질서를 이해하기를 갈망해왔습니다. 왜 그것은 그런 상태에 있으며 도대체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것이죠."
관중석에 정적이 흘렀다. "우리는 모두 다릅니다. '표준적인 인간'이나 '평범한 인간'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공통적으로 창의적인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삶이 아무리 힘들더라도 모든 사람에겐 특별한 성취를 이뤄낼 힘이 있습니다." 그가 말을 마치자 반짝이는 천체 조형물이 하늘에서 내려와 거대한 우산 위에 부딪히면서 엄청난 빛을 뿜어냈다. 우주 탄생의 신비를 설명하는 호킹 박사의 '빅뱅 이론'을 상징한 것이었다.
'깨우침(Enlightenment)'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번 개막식에서 호킹 박사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템페스트'를 모티브로 한 스토리를 열고 닫는 역할을 맡았다. 개막식 연출을 맡은 제인 실리 예술감독은 "호킹 박사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물리학자이자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장애인"이라며 "그의 인간성과 유머 감각에 이끌려 출연자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은 "호킹 박사가 개막식 출연 제의를 받고 '너무 좋아서 황홀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호킹 박사는 개막식이 끝나기 직전 무대에 다시 등장했다. "최근 힉스 입자의 발견은 인간의 노력으로 얻어낸 성과입니다. 우리의 인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것입니다. 패럴림픽 역시 장애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완전히 바꿀 것입니다." 그는 "한계가 없다는 것보다 세상에 더 특별한 일이 있느냐"며 "인간의 노력에는 한계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대회조직위가 한계를 뛰어넘는 '초인(super human)'들의 도전이라고 이름 붙인 런던 패럴림픽은 다음 달 10일(한국 시각)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