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반인 평균 수명이 팔십을 넘어서 급속도로 길어지고 고령인 비율이 전체 인구 중 10%를 넘는 유례가 없는 현실에서 고령인들이 크게 두 부류로 나뉘는 현실을 본다. 이제 늙어서 무엇하겠는가, 차라리 편하게 쉬다가 적당히 사라져야 한다는 자포자기형 사람들과 남들은 어떠하더라도 적어도 자신은 당당하게 늙으려고 노력을 해야 한다는 자기노력형으로 나뉜다. 장수인들은 바로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분들임이 분명하다. 이분들에게서 공통으로 보이는 특성을 두 가지로 요약해본다.
하나는 몸의 부지런한 노력이다. 아무리 나이가 들었어도 항상 움직이고 있다. 고령이라는 이유가 일을 하지 않고 편안하게 쉬어야 할 이유가 아님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돈이 아무리 많더라도 또한 남이 흉을 본다 하더라도 개의치 않고 자신이 해 왔던 일을 오늘도 계속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생활 태도는 생명현상의 가장 중요한 진리인 `생명현상은 현재 진행형이다`라는 명제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다른 하나는 항상 머리를 쓰는 마음가짐이다. 살던 대로 그냥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무엇인가 찾고 만들고 있다. 상당한 재력가임에도 불구하고 집안에서 나오는 모든 폐품성 물건들을 모아다가 바구니를 만들고 삼태기를 짜는 등 무엇인가 개발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백세 어르신을 만났다. 그리고 팔구십대 마을 어르신들이 모여 나뭇가지, 볏집 등을 이용해 지게, 가마니, 도리깨, 장승 등 민속품을 만든 뒤 인터넷을 활용해 외국에 판매하는 마을도 보았다. 백세가 되었어도 즐겨 불러왔던 소리며 시조를 여전히 낭랑하게 읊조리는 모습을 보았다. 바로 이러한 삶에서 노화 현상의 가장 중요한 공리인 `사람은 자신이 행동하는 만큼 그리고 생각하는 만큼 늙는다`는 명제를 되새길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아흔이 넘었는데도 오십대 못지않은 체력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사람은 백살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요인은 바로 장수인 생활패턴에서 귀납해볼 수 있다. 시간적으로는 `언제나 계속 끊임없이`라는 현재 진행형적 요소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강 장수를 위한 충분조건이 되고 있으며, 공간적으로는 `항상 머리를 써서 현상에 적응하는` 노력을 하라는 요구가 필요조건이 되고 있다. 이같이 백세인의 삶이 가르쳐준 가장 중요한 삶의 명제는 나이에 상관하지 말고 항상 노력하라는 점과 그리고 머리를 사용하라는 진리다. 이 같은 명제를 이행하기 위한 실천적 행동 방안은 무엇일까? 바로 항상 배워야 한다는 사실이다. 나이가 들었다는 사실이 배움을 회피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되지 않는다. 지리산 자락에서 만난, 낮에는 밭에서 일하고 밤에는 책을 읽는 주경야독 백세인은 너무도 신선한 감동이었다. 더욱이 대학의 최고지도자과정에 등록한 아흔다섯이 넘은 어르신이 너무 연령이 많아 힘들지 않을까 걱정하는 나에게 "내가 공부를 못할 이유가 있는가?"라고 반문하는 당당한 모습은 진정한 장수의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나이에 상관없이 열심히 배우려는 젊은이 같은 의욕이 충만한 초고령자의 모습은 새로운 장수사회의 귀감일 수밖에 없다. 배워야만 주변 환경 변화에 능동적이고 효율적으로 적응해 나갈 수 있다.
젊음과 늙음의 차이는 배움의 태도로 극복될 수 있다. 배우지 않으면 변화하는 세상에서 따돌림을 받게 되고 생활 속에서 즐거움마저 찾을 수 없게 된다.
[박상철 가천대 이길여암당뇨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