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신청하기

이 블로그 친구 신청을 하시겠습니까?

게시판

[NIE] 7월 시행 포괄수가제는 무엇이고 어떤 영향 있나요?

게시일
2012-07-03
"포괄수가제를 강제하면 하향평준화된 진료를 받게 된다. 포괄수가제를 잠정 수용하겠지만 앞으로 다른 질환으로 확대되는 것은 막아내겠다."(대한의사협회)

"포괄수가제는 많은 의료기관에서 오랫동안 시범사업으로 실시해왔다. 과잉 진료가 사라지고 환자 부담이 줄어들 것이다."(보건복지부)


7월 1일부터 전국 병ㆍ의원에서 맹장수술과 제왕절개수술 등 7개 수술을 대상으로 포괄수가제가 시행된다. 우리가 7개 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에 가면 이 제도가 적용된 의료서비스를 받아야 한다는 말이다. 지난 두 달간 우리 사회는 포괄수가제 찬반 여론으로 들끓었다. 새 제도에 반대하던 의사단체는 `수술 파업`이라는 최후통첩까지 보냈다가 제도 시행 직전인 29일에야 포괄수가제를 받아들이겠다며 물러섰다. 대체 포괄수가제가 뭐기에 이렇게 시끄러운 것일까. 그리고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 입원비 정찰제…환자 부담 가벼워져


398408 기사의  이미지
포괄수가제는 일종의 입원비 정찰제다. 맹장수술에 얼마, 제왕절개 수술에 얼마 하는 식으로 정부에서 미리 책정한 진료비를 매기는 방식이다.

이제까지는 진찰료, 검사비, 입원료, 약값을 각각 더했다면(행위별 수가제) 포괄수가제에서는 맹장수술에 들어가는 총비용을 패키지로 묶어 정해진 가격만 받는다.


포괄수가제를 실시하면 환자 부담은 줄어든다. 보험이 되는 급여 항목(진료비의 20%만 환자가 부담)과 보험이 안 돼 환자가 진료비 전액을 내는 비급여 항목을 구분하지 않고 수술진료비 전체에 보험을 적용해서다.

예를 들어 산모 A씨가 제왕절개 수술로 아이를 낳는 경우를 가정해보자. 기존에는 일주일간 입원한 입원료와 식비, 마취료, 수술료 등을 더해 총 174만원이 진료비로 나온다. 이때 환자가 내는 총 금액은 74만6570원.

반면 포괄수가제를 적용하면 환자가 27만920원만 낸다. 제왕절개 수술 시 상처를 잘 아물게 하기 위해 쓰는 약(자궁유착 방지제) 등이 포괄수가제도에서는 보험 적용을 받게 돼 환자가 내는 돈이 줄어드는 것이다.


백내장 수술을 받는 환자의 진료비는 평균 23만원에서 17만원으로, 치질수술 환자의 부담은 19만원에서 16만원으로 줄어든다.


다만 병원에서 7개 수술 시 사용하는 모든 처치가 보험급여 항목에 포함되지는 않는다. 수술에 꼭 필요하지 않은 일부 항목은 여전히 비급여로 분류돼 환자가 전액을 내야 한다. 제왕절개 수술이나 맹장수술 후에 통증을 줄여주는 무통주사 등이 대표적이다.

포괄수가제하에서도 지금의 행위별 수가제와 마찬가지로 의사 판단에 따라 무통주사를 처방할 수 있고, 이 비용은 100% 환자가 부담한다.

보건복지부는 처치 방법이 다른 수술보다 표준화된 7개 수술에 포괄수가제를 적용하면 적용 전보다 환자 부담이 평균 21%, 연간 100억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수술 전부터 치료비를 대강 가늠할 수 있고 필요 없는 과잉 진료도 사라진다는 설명이다.


◆ `의료 질 저하` vs `합리적 진료 가능`


 
의사단체에서는 포괄수가제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의사협회는 진료비가 미리 정해진 상태에서는 이 가격을 맞추기 위해 질이 낮은 기구나 값싼 치료제를 쓸 수밖에 없고, 결국 환자가 받는 의료서비스 질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요즘 인터넷에서는 포괄수가제를 시행하면 낫지 않은 환자를 병원에서 급하게 퇴원시키거나 병원에서 환자에게 필요한 검사나 치료를 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만화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 그럴까. 정부가 2002~2007년 7개 질병군에 대해 포괄수가제를 시범 실시했을 때 환자의 입원 기간은 확실히 이전보다 짧아졌다. 연구단이 66개 의료기관에서 제출한 2008년 1~5월 입원 환자에 대한 급여 및 비급여진료비 조사 자료 1만6020건을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행위별 수가제 병원에서는 치질수술 환자가 입원 후 4.83일간 병원에 머물렀지만 포괄수가제에서는 평균 3.44일 만에 퇴원했다.


백내장 수술에서도 행위별 수가제는 퇴원까지 1.86일, 포괄수가제는 1.18일이 걸렸다.


하지만 빨리 퇴원했다고 해서 진료의 질이 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충북대와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포괄수가제 시행 병ㆍ의원과 행위별 수가제 병ㆍ의원의 재입원율을 조사한 결과 맹장ㆍ탈장ㆍ자궁절제ㆍ제왕절개 수술에서는 수술 이후 다시 입원한 환자 비율에 큰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백내장 수술에서는 행위별 수가제 병원에서의 수술 후 재입원율(0.8%)이 포괄수가제 병원(0%)보다 높게 나타났다.


의사협회는 처치가 많이 필요한 응급 환자나 생명이 위험한 환자는 오히려 병원에서 치료를 꺼릴 것이라는 주장도 편다. 포괄수가제하에서는 제공한 의료서비스만큼 진료비를 받을 수 없어 환자를 진료할수록 병원이 손해를 본다는 논리다.

이 지적에 대해 복지부는 "환자의 상태와 병의 중증도에 따라 질환이 세분돼 있어 의사가 가장 적합한 치료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같은 제왕절개 수술이라도 태아가 쌍둥이인지, 산모의 건강 상태가 어떤지에 따라 가격이 다르게 책정된다.


포괄수가제를 적용하는 7개 질환 중증도 특성에 따라 수술 종류가 78개로 나뉘고 의료기관이 동네의원인지 대학병원인지 등을 고려해 다시 312개 가격으로 세분된다. 복지부는 재입원율이나 재수술률 등의 지표로 의료 질을 평가해 의료기관에 진료비를 보상하거나 다음번 수가 계약 시 반영할 계획이다.

◆ 단기적으로는 건강보험재정 더 들어


포괄수가제는 미국 독일 등 대부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전국 3282개 의료기관 중 71.5%인 2347개 기관에서 자율적으로 선택해 적용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02년부터 병ㆍ의원의 자율 선택에 맡겨 포괄수가제를 10여 년간 시행해왔다.


정부는 일단 7가지 수술에 대해 전국 병ㆍ의원에 포괄수가제를 적용하고 내년 7월부터는 종합병원급 이상 기관에도 제도를 일괄 적용한다. 정부는 포괄수가제 실시로 과잉 진료를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 효과를 기대한다.

하지만 당장은 오히려 돈이 더 든다. 포괄수가제 시행과 함께 의료기관이 받는 총 진료비가 평균 2.7% 오르기 때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모든 수술에 포괄수가제를 적용하기는 어려움이 있다. 재정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환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의료서비스의 최종 소비자는 국민이고 환자다. 유례없는 수술 지연이 일어날까 촉각을 곤두세우던 환자들은 의사협회의 포괄수가제 수용으로 한숨을 돌렸지만 일부에서는 행여 의료서비스의 질이 떨어지지 않을지, 환자의 선택권이 제한받지는 않을지 여전히 걱정하고 있다.


분만을 앞두고 있는 임신부들에겐 제왕절개수술을 포함한 포괄수가제가 큰 화제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직까지 포괄수가제가 어떤 것인지 모르는 사람들도 제법 있다. 맹장수술이나 탈장수술 등은 예고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현재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아니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의사협회가 10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포괄수가제 관련 갤럽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1.1%가 포괄수가제에 찬성한다고 답했지만, 정작 포괄수가제에 대해 들어보지 못했다는 사람은 47.1%에 달했다.
댓글 0
댓글 등록 폼
  • 작성자
  • 제목
  • 게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