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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에 감사하라…그는 내 성공의 촉진제

게시일
2012-05-11

라이벌에 감사하라…그는 내 성공의 촉진제

 

선인장은 물이 극단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꽃이 핀다고 한다. 죽음을 예감한 선인장이 후손을 남기기 위해 꽃을 만드는 것이라는 설명에는 비장함마저 느껴진다. 이와 비슷하게 우리를 궁지로 몰아넣는 갈등상황은 성장과 발전의 촉진제가 되기도 한다.

갈등이 긍정적 자극이 될 수 있다는 말은 국가 차원에서도 통하는 이야기다. 대체로 부자나라들은 적도보다는 극지방 가까운 곳에 위치한다. 반면 적도 근처의 풍요로운 자연환경을 지닌 국가 중 산유국을 제외하고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는 나라는 3개국뿐이라고 한다. 싱가포르 대만 이스라엘인데 이 세 나라에는 흥미로운 공통점이 있다. 모두 자연환경 또는 주변 국가와 지속적인 갈등관계에 있다는 점이다.

 

말레이반도 끝자락에 위치한 싱가포르는 역사적으로 영국과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았다. 1965년 말레이시아에서 독립할 당시, 실업률이 10%를 넘을 정도로 경제가 침체해 있었다. 게다가 싱가포르는 만성적으로 식수로 사용할 수 있는 물이 부족한 나라다. 그래서 싱가포르는 상·하수도 외에 중수도라는 수도체계를 만들어 빗물까지 두 번, 세 번 다시 쓰도록 했다. 역설적으로 싱가포르는 현재 세계에서 담수화 기술이 가장 발전된 나라 중 하나가 됐다.

이스라엘과 대만은 건국과 동시에 주변 국가와 갈등을 겪고 있는 나라들이다. 이스라엘이 명목상 수도로 삼고 있는 예루살렘은 여전히 동서로 나뉘어져 있다. 예루살렘 서쪽은 이스라엘 땅이고, 동쪽은 이스라엘이 1967년 6일 전쟁 중에 요르단에서 빼앗아 복속시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스라엘은 건국 이후 계속해서 주변의 아랍국가는 물론 자국 내 무슬림 세력과도 갈등하고 있다.

 

중화민국이라는 공식 명칭을 가진 대만은 1971년까지 중국을 대표하는 국가로 받아들여졌다. 바다 건너 중화인민공화국이 급부상하자 1971년 유엔은 중국의 대표 국가를 대만에서 중국으로 바꿨다. 현재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은 중화민국(대만)을 타이완 정권이라 부르며 중국의 지방정권으로 치부한다.

이처럼 자연환경, 인근 국가와 갈등을 겪고 있는 나라들이 부자나라가 됐다는 사실은 큰 시사점을 준다. 갈등은 불편하지만, 잘 관리할 줄 알면 성장과 발전의 자극제가 된다는 것이다. 갈등관리의 원칙과 방법은 배워두면 좋은 것이 아니라 반드시 배워야만 하는 삶의 지혜다.

 

주변의 기업체 임원들 중에 필자를 찾아와 갈등의 불편을 호소하는 분들이 있다. “저 사람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야.” 아마도 상식과 합리적 사고를 동원해도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상대방이 문제라는 뜻이리라. 하지만 자신의 경험과 포용력이 부족해 상대방을 이해할 수 없다고 인정하는 것이 더 적합한 태도다. 갈등은 대개 양쪽 모두에게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직시해야 하는 불편한 진실은 우리가 끝내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무슨 말인지 다 알지 못한다고 인정해야 공존의 실마리가 보인다.

 

남아프리카 대통령을 지낸 넬슨 만델라는 27년간 옥살이를 했다. 그가 대통령이 되자 흑인들은 기뻐하며 다음날이라도 당장 백인들을 몰아낼 기세였다. 하지만 넬슨 만델라는 감옥에서 복수의 칼이 아닌 용서의 쟁기를 갈았다. 대통령이 되고 나서 그는 TRC(Truth and Reconciliation Commission)를 만들어 인종 간 화합을 추구했다.

과거사 정리 위원회에 해당하는 TRC는 백인들이 흑인사회에 저질러온 만행을 드러내고 판결했다. TRC는 비록 법원은 아니지만 법적 효력을 갖는 판결을 내릴 수 있었는데, 죄인의 처벌이 아닌 화해를 목적으로 했기 때문에 독특한 원칙이 있었다. 놀랍게도 그것은 죄를 자백하는 사람은 무죄로 처리한다는 원칙이었다. 만델라 대통령은 용서 없이는 갈등을 넘어 새 시대를 만들 수 없다며 자신의 지지세력인 흑인들을 설득했다.

 

우리 사회의 갈등 양상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섣부르게 “당신 말도 이해하지만”이라고 말하는 대신 “내가 당신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합니다”라고 겸손하게 대화를 이어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김용성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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