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다른 통신 패권 경쟁(1)
- 게시일
- 2003-07-07
전자신문에서 옴
막오른 통신패권 경쟁
국내 통신서비스 시장을 둘러싼 패권경쟁이 점화됐다.
그간 유선과 무선의 강자인 KT와 SK텔레콤 2강으로 이뤄진 통신서비스 시장구도는 이제 LG가 본격 가세함으로써 3강구도로 나아가고 있다. 유무선의 구분없이 KT, SK텔레콤, LG가 한치의 양보도 없이 다투는 패권경쟁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통신업계 구조조정을 조기에 완결하고 새로운 게임의 규칙을 만들려는 정보통신부는 이러한 경쟁구도를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5회에 걸쳐 통신3강의 강점과 약점, 패권경쟁의 향방을 가늠해본다.
지난 10년간 통신시장에서 떠나지 않은 원칙은 ‘경쟁’이었다. KT가 모든 통신을 독점했던 시절은 벌써 옛일이 됐고 이젠 유선에서 무선, 심지어 부가통신서비스까지 여러 사업자가 혼전을 벌이는 경쟁체제가 됐다.
하지만 시장이 포화된 데다 통신 특유의 쏠림현상으로 후발사업자들은 경쟁력을 잃었고 구조조정에 내몰렸다.
무려 6개사나 됐던 이동통신사업자는 다시 3개사로 줄어들었고 두루넷, 온세통신 등 후발 초고속인터넷사업자들은 매물로 나왔다.
이전에도 구조조정은 있었으나 시장이 막 크던 때여서 별 의미가 없었다. 유선이나 무선이나 시장 포화기에 들어선 올해부터 진정한 구조조정이 시작된 셈이다.
이 구조조정의 주도권을 LG가 쥐었다. 정홍식 전 정통부 차관을 통신사업 총괄사장으로 영입하고 하나로통신의 외자유치안을 부결시킨 LG는 데이콤·파워콤 등 자회사와 하나로통신·두루넷 등 후발사업자들을 묶는 통신3강의 주체임을 선언했다.
정홍식 사장은 “이제 통신사업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투자와 조정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이상 늦춰선 곤란하다는 절박감이 배어나왔다.
LG가 그간의 소극적인 태도에서 탈피해 이처럼 공격적으로 나오자 KT와 SK텔레콤이 다소 긴장하고 있다.
KT는 사업영역이 유사한 LG가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경우 사업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파워콤이 정부의 케이블망(HFC) 적극 활용 정책을 발판으로 급성장하지 않을까 우려했다.
SK텔레콤은 유선·무선 인프라를 골고루 갖춘 KT에 이어 LG까지 가세하자 갈수록 ‘유선의 힘’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현 구도에서 SK텔레콤이 새로 유선사업에 뛰어들 상황도 아니고 인수할 기업도 없다.
그러나 LG가 사업군을 재정비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동부증권의 김성훈 애널리스트는 “복잡한 이해관계의 조정 및 추가적인 대규모 자금동원의 필요성에서 LG의 통신구상이 시장의 예상보다 상당시간 지체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KT와 SK텔레콤은 따라서 LG가 뒤쫓아오기 전에 각각 뿌리인 유선과 무선 인프라에 기반한 아성 쌓기와 아울러 위성DMB 등 새로운 통신서비스 사업진출로 추격을 따돌린다는 계획이다. 어쨌든 향후 통신시장 구도는 KT와 SK텔레콤, LG통신 등 3각 정립 체제가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통신정책은 사실상의 ‘완전경쟁’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진대제 정통부 장관은 과점과 같은 문제를 제외하곤 시장에 개입하지 않겠으며 구조조정 역시 시장 자율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인위적인 3강정책도 이미 포기했다.
정통부는 다만 유효경쟁 환경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게임의 법칙’을 고쳐나갈 계획이다.
김동수 정보통신진흥국장은 “성장기엔 유효경쟁정책이 얼마나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 수 없었으나 시장 포화기엔 다르다”면서 “기존 정책을 검증해 새 환경에 맞는 정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망개방이나 시장 진출입 장벽 낮추기 등과 같이 공정한 경쟁의 틀을 만들어주고 업계 스스로의 시장경쟁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KT와 SK텔레콤, LG는 앞으로 경쟁에서 한번 크게 밀리면 회복하기 힘들기 때문에 물고 물리는 생존경쟁에 들어섰다. 배수진을 친 3강의 패권다툼이 앞으로 치열해질 수밖에 없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