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액공제도 받고 노후대비도 할 수 있으니, 꿩 먹고 알 먹기 아닌가요?
연금저축제도가 국내에 처음 도입된 것은 2001년이다. 도입 후 10년 넘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연금저축은 유리지갑 직장인의 대표적인 절세 수단이자 노후대비 금융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직장인들에게 연금저축이 가진 장점을 하나 꼽으라고 하면 대다수가 소득공제 혜택을 말했다. 하지만 2014년부터 연금저축에 주어지던 세제혜택이 소득공제 방식에서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뀌면서 예전만 못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사실 고소득자 입장에서는 세제혜택이 줄어든 면이 없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연금저축이 가진 매력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 같은 사실은 연금저축과 다른 금융상품에 가입했을 때를 꼼꼼히 비교해 보면 잘 알 수 있다.
뛰어난 절세효과
그러면 연금저축펀드와 다른 금융상품에 같은 기간 동안 동일한 금액을 적립해 노후대비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어떤 것이 유리한지 살펴보자. 연금저축에 가입하면 적립기간 동안 세액공제를 받는 대신 나중에 연금을 수령할 때 연금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반면 일반펀드나 저축상품으로 노후대비를 하면 연금저축과 같은 세제혜택은 없다. 그리고 연금저축 가입자는 적립기간 동안 늘어난 수익에 대해 이자나 배당소득세를 납부하지 않는 대신 나중에 연금을 수령할 때 연금소득세를 납부하면 된다.
이에 반해 일반펀드나 저축상품 가입자는 매년 늘어난 수익에 대해 이자나 배당소득세를 납부하지만, 나중에 연금을 수령할 때 연금소득세를 납부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면 둘 중 어디에 노후자금을 적립하는 게 유리할까?
이렇게 상품의 특징만 단순 비교해서는 어느 것이 낫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보다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일정기간 동안 같은 금액을 저축한 다음 나중에 수령하는 연금이 얼마나 되는지 비교해 봐야 할 것이다. 아래 김영철 씨와 김철수 씨의 사례를 살펴보자.
<연금저축펀드와 일반펀드의 적립금과 연금액 비교사례>
현재 40세 직장인 김영철, 김철수 씨가 노후대비를 위해 각각 연금저축펀드와 일반펀드에 각각 매년 400만원씩 20년간 적립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김영철 씨는 매년 연말정산 때 환급받은 52만8천원을 연금저축에 재투자했다. 이렇게 두 사람이 연평균 5% 수익을 내며 20년간 투자한다고 가정하고, 60세가 됐을 때 두 사람은 각각 노후자금으로 얼마를 만들었을까?
일반펀드(국내주식형 제외)에 가입한 김철수 씨는 1억2천716만원을 모은 데 반해, 연금저축펀드를 활용한 김영철 씨는 세액공제 환급금을 재투자한 덕택에 적립금이 1억5천581만원이나 됐다. 그러면 두 사람이 매달 받는 연금은 얼마나 차이가 날까? 마찬가지로 적립금을 연평균 5% 수익률로 운용하면서 60세부터 25년간 연금으로 받는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김철수 씨는 매년 859만원을 받을 수 있는데 반해 김영철 씨가 연금소득세(5.5%)를 원천징수한 다음 받는 세후 연금은 1천만원으로 141만원이 더 많다. 연금을 25년 동안 수령한다고 하면 누적금액 차이는 3천525만원이나 된다. 게다가 연금소득 세율이 70세부터는 4.4%로, 80세부터는 다시 3.3%로 인하되기 때문에 그 차이는 더 커지게 된다.
결국 연금저축에 가입한 다음 세액공제 환급금을 재투자하면서 노후준비를 해가는 것이 다른 금융상품을 이용하는 것보다 유리하다. 다만 국내주식형 펀드의 경우 투자기간이나 수익률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이처럼 유리지갑 직장인 입장에서는 연금저축을 잘 활용하는 것이 절세와 노후대비라는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 할 수 있다.
직장을 옮길 때 받은 퇴직금은 연금저축계좌에
우리나라 전체 일자리 중 절반 이상은 근속기간이 3년 미만이라고 통계청(2015년 기준 일자리행정통계)이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근속기간이 3년 미만인 경우가 56.3%, 1년 미만이 28.1%, 1~3년 사이가 28.2%, 20년 이상 근속기간은 6.4%에 머물러 평생직장은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근속기간은 선진국과 견줘서도 바닥권이다. 근로자가 한 직장에서 근속하는 기간이 평균 5.6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평균 9.4년) 중에서 가장 짧다.
이렇게 이직이 잦다 보니 퇴직금이 노후생활비로 축적되기 보다는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생활비로 소진되기 일쑤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되면서 직장을 옮길 때마다 받은 퇴직금을 통산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됐다.
개인형퇴직연금(IRP, Individual Retirement Pension)계좌
IRP계좌가 바로 그것인데, 직장을 옮길 때마다 퇴직금을 IRP계좌에 모아 두었다가 은퇴한 다음 연금으로 받거나 일시에 찾아 쓰면 된다. 2012년 7월부터는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한 사업장에서는 근로자들에게 퇴직금을 현금으로 주지 않고 IRP계좌에 이체할 수 있다. 이때 퇴직금은 퇴직소득세를 납부하기 이전 금액으로 이체되고 나중에 IRP계좌에서 찾아 쓸 때까지 납세가 유예되기 때문에 그만큼 과세이연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그렇다면 아직 퇴직연금을 IRP계좌로 옮겨놓지 않은 경우는 어떻게 될까? 이들은 퇴직할 때 여전히 퇴직소득세를 원천징수하고 남은 금액을 일시에 현금으로 수령한다. 만약 퇴직소득세를 돌려받고 싶으면 별도로 IRP계좌를 개설한 다음에 여기에 퇴직금을 이체하면 된다. 물론 IRP계좌가 없더라도 이미 연금저축계좌를 가지고 있다면 바로 여기에 퇴직금을 이체시켜도 퇴직소득세를 환급받을 수 있다.
이때 퇴직금은 수령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연금저축계좌에 이체하면 된다. 퇴직금 중 일부만 이체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퇴직소득금액 중 연금저축계좌에 이체된 비율만큼만 퇴직소득세를 돌려받게 된다. 그리고 추후 연금저축계좌에서 퇴직금을 인출할 때까지 퇴직소득세의 원천징수는 유예된다.
이렇게 과세이연된 퇴직소득은 나중에 연금으로 수령할 때도 세제혜택이 주어진다. 연금소득의 원천징수세율은 원칙적으로는 5.5%이지만, 퇴직소득을 일시금이 아닌 연금으로 수령할 경우에도 3.3%의 낮은 세율을 적용 받는다.
[Read more]... IRP가 궁금하다면? 노후준비, IRP에 투자할까? 일반 투자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