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편안한 노후를 꿈꾸지만 미래를 위해 저축하자고 하면 이래저래 핑계를 대고 도망갈 곳을 찾는다. 이성은 저축하라고 명령하는데 현실의 나는 자꾸 이를 외면한다. 노후저축에 대한 사람들의 심리가 그러하다. 당장 오늘 1개가 내일 2개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것. 그것이 눈앞의 이익을 보고 참지 못하는 대부분 인간의 본성인가 보다.
사람들이 노후준비를 위한 장기투자를 꺼리는 것을 두고 뇌 과학자들은 인간의 뇌가 자신이 받아들이기 힘든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노후대비를 위해 저축하려면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불편한 진실을 받아들여 골머리를 앓느니, 당장 생활에 문제가 생기지 않기 때문에 "나중에 어떻게든 되겠지" 하면서 고의로 눈을 감아버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인간의 본능을 억누르고 노후준비에 성공하려면 답은 간단하다. 노후자금을 찾아 쓰기 불편하게 만들면 된다. 과거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 저축클럽'이라는 금융상품이 히트친 적이 있다. 1년 안에는 아예 돈을 인출할 수 없어 유동성이 전혀 없고 매주 저축을 해야 하기에 번거로우며, 하물며 이자도 0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리스마스 클럽은 수년 동안 널리 이용돼 수십억 달러의 투자액을 유치했다. 대부분 가정의 경우 크리스마스가 닥쳤을 때 선물을 마련할 비용이 넉넉하지 않기에 이와 같은 강제저축 클럽은 상품이 가진 마이너스 요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인기를 얻었다. 바로 자기통제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외부에 강력한 강제장치를 두고 저축을 유도한 것이다.
복잡한 세제 혜택 다 이런 이유에서
연금저축도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일종의 강제저축이라고 할 수 있다. 연금저축에 가입한 근로자나 자영업자는 저축금액에 대해 연간 400만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이 같은 혜택을 받으려면 최소 5년 이상 적립하고, 만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수령해야 한다. 만약 중도에 해지하거나 연금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수령하면 인출 금액 중 세액공제 받은 금액과 운용수익에 대해서 기타소득세(16.5%)를 납부해야 한다. 세액공제가 노후대비 저축을 유도하는 '당근'이라면, 중도 해지할 때 납부해야 하는 무거운 세금은 일종의 '채찍'인 셈이다. 이런 채찍이 두려워 연금저축을 유지하는 투자자들도 많다.
당근뿐 아니라 채찍도 필요하다
노후대비 투자는 장기투자이다. 그런데 인간의 본성은 장기투자를 싫어한다. 따라서 노후대비 저축에 성공하려면 인간 본성을 억누를 수 있는 당근과 채찍이 함께 필요하다. 이러한 조건을 가장 잘 갖춘 금융상품 중 하나가 바로 연금저축이다. 당장 해지하기 불편하게 해 놓은 것은 나중에 보면 커다란 혜택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