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저축계좌의 매력 중 하나로 뛰어난 유연성을 들 수 있다. 연금저축은 적립기간이 최소 5년이 넘는 장기 투자다. 여기에 연금수령기간도 10년이 넘는다. 이 기간 동안 갑작스런 사정이 생겨 자금을 일부 인출해야 하거나, 금융기관이나 상품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계약자가 갑자기 사망하는 경우도 생긴다. 만약 이때마다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 상품에 가입해야 한다면 노후자금이 제대로 축적되기 어려울 것이다. 다행히 연금저축계좌는 이런 경우에 대비해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다.
금융기관과 상품을 손쉽게 갈아탈 수 있다
만약 투자자가 계약기간 중에 가입한 금융기관의 서비스나 연금저축 상품의 수익률에 불만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불이익을 감수하고라도 계약을 해지해야 할까? 아니면 꾹 참고 있는 게 나을까? 만약 이런 경우라면 금융기관 간 계자이체를 활용해 볼 만하다.
연금저축은 금융권역별로 서로 다른 상품을 판매한다. 연금저축 가입자는 만약 현재 가입한 금융기관이나 상품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계약은 유지하면서 금융기관과 상품을 갈아탈 수 있는데, 이를 '계좌이체'라고 한다. 쉽게 말해 종전에 가입한 연금저축 상품을 통째로 가지고 다른 금융회사로 옮겨가는 것이다. 하지만 계좌이체는 중도해지와는 다르다. 연금저축계약을 중도에 해지하면 높은 세율의 기타소득세를 납부하면서 그동안 받았던 소득공제나 세액공제 혜택도 그대로 반납해야 한다. 이에 비해 계좌이체는 계약을 계속 유지하면서 금융기관과 상품만 갈아타는 것이기 때문에 중도해지에 따른 불이익이 없다. 그리고 계좌이체를 활용하면 여러 개로 나눠진 연금저축 상품을 하나로 통합할 수도 있다.
부분 인출도 되고, 재납입도 가능하다
연금저축계좌의 유연성을 보강하는 두 번째 제도는 '부분인출'이다. 과거 연금저축은 부분 인출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적립금 중 일부만 필요한 경우에도 어쩔 수 없이 계좌 전체를 해지해야만 했다. 그러나 새로 도입된 연금저축계좌는 자금을 일부 인출하여도 계약이 해지되지 않는다. 다만 인출 순서에 따라 세금이 달리 부과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먼저 연금저축계좌는 연간 400만원 한도 내에서 13.2% 세액공제가 된다는 점을 기억하자. 예를 들어, 당신은 작년에 연금저축계좌에 400만원을 납입해서 세액(소득)공제를 받았다. 올해 급한 일이 생겨서 200만원을 찾는다고 가정하자. 당신이 실제 받을 수 있는 돈은 얼마일까? 답은 167만원이다. 이미 세액(소득)공제를 받은 금액을 찾다보니 기타소득세 33만원(=200만원×16.5%)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앞의 상황을 좀 바꿔서, 당신이 작년에 400만원이 아니라 600만원을 납입했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에 당신이 실제 수령하는 금액은 얼마일까? 이때에는 200만원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다. 연금저축계좌는 소득원천에 따라서 인출순서를 정해놓고 있기 때문이다. 연금저축계좌에서 적립금 중 일부를 인출할 때에는 첫 번째 세액(소득)공제 받지 못한 과세 제외금액, 두 번째 이연퇴직소득, 세 번째 세액(소득)공제 받은 금액과 운용수익 순으로 인출된다. 이 경우 당신이 찾은 200만원은 세액(소득)공제를 받지 못한 금액이기 때문에 가장 먼저 인출되고, 세액공제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세금을 납부할 필요도 없다.
자금을 인출한 다음 다시 납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가입자가 연금저축계좌에 어느 해 500만원을 납입한 다음 300만원을 인출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 가입자는 그해 추가로 최대 얼마나 더 납입할 수 있을까? 정답은 1,600만원이다. 이는 연금저축의 연간 납입한도인 1,800만원에서 이미 납입한 금액 200만원(=500만원-300만원)을 뺀 금액이다. 이처럼 연금저축계좌는 별다른 불이익 없이 적립금을 수시로 넣었다 뺐다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빼어난 유동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연금저축 계좌에서 일부 금액을 인출할 때 자금 인출순서>
사망 시 배우자가 승계할 수도 있다
계약승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도 연금저축계좌는 상당한 유연성을 보인다. 즉 연금저축계좌는 가입자가 사망했을 때 계좌를 해지하지 않고 배우자(상속인)에게 승계할 수 있는데, 가입자가 사망한 날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이내에 승계를 시행하면 된다. 이 경우 승계받은 금액을 배우자가 연금으로 받는다면 연금소득세, 연금 이외의 방법으로 수령한다면 기타소득세 혹은 퇴직소득세를 내야 한다.
다만 연금저축계좌를 승계받은 배우자는 납입기간(5년) 및 연령요건(만55세)을 만족해야 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2017년 1월 1일에 계좌를 개설한 가입자가 2019년 2월 1일에 사망하여, 그 배우자가 2019년 3월 1일에 연금저축을 승계했다고 가정하자. 배우자의 현재 나이가 56세라면 언제부터 연금을 수령할 수 있을까? 이 경우 최초 연금저축계좌에 가입한 날로부터 5년이 경과해야 하기 때문에 배우자는 2022년 1월 1일 이후부터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중도에 해지하거나 일시에 인출하면 어떻게 되나?
연금저축 적립금은 만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수령하면 낮은 세율(3.3%~5.5%)의 연금소득세가 부과된다. 그렇다면 연금저축 가입자가 연금 외 수령인 즉, 계약을 중도에 해지하거나 연금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적립금을 빼서 쓰는 경우에는 어떤 세금을 얼마만큼 납부해야 할까?
연금 이외의 방법으로 연금저축 적립금을 수령하면 원칙적으로 기타소득세가 부과된다. 연금 이외의 수령 방법에는 연금저축을 중도에 해지하는 경우, 만 55세 이전에 적립금 중 일부를 찾아 쓰는 경우, 연금수령 한도를 초과해서 인출하는 경우 등 크게 3가지가 있다. 이때 기타소득세율은 지방소득세를 포함하여 16.5%이다.
하지만 특별중도해지 사유에 해당하면 기타소득세가 13.2%가 된다. 특별중도해지 사유에는 천재지변, 가입자의 사망, 해외이주, 가입자의 파산 또는 개인회생절차 개시, 가입자 또는 그 부양가족의 3개월 이상 치료요양, 가입 금융기관의 영업정지 및 인허가 취소, 해산결의, 파산선고의 경우가 해당된다.
또한 기타소득이 연간 300만원을 초과(2015년 1월 소득세법 개정_2014년 귀속소득 이전 연금 외 수령으로 발생한 기타소득 연 3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종합소득세 과세대상)하면 다른 종합소득과 합산하여 과세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연금 이외의 방법으로 수령할 때는 기타소득세가 부과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만 65세 이상 고령자가 의료비를 충당할 목적으로 초과 인출할 경우에는 기타소득세가 아닌 연금소득세(3.3%~5.5%)가 부과된다. 참고로 2015년 5월 13일 소득세법 개정사항으로 2014.1.1 이후 연금계좌 납입분부터 적용되는 종합소득(이자, 배당, 사업, 근로, 연금 등 포함)금액이 4천만원 이하 또는 근로소득만 5천5백만원 이하인 거주자는 세액공제율을 16.5%로 상향 조정했다. 또한 공적연금을 제외한 연금수령액이 연 1,2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다른 소득과 합산되어 종합소득세율(소득구간별 6.6%~41.8%)을 적용하여 다음 연도 5월에 종합소득세를 신고를 해야 한다.
일시에 목돈이 필요해서 연금저축을 해지한다면 해지 시 소득(세액)공제 받은 원금에 16.5%의 기타소득세가 과세된다는 점을 반드시 알아 두자. 이럴 경우에는 예금 등 다른 금융자산을 먼저 해지하는 것이 유리하다. 위에 언급한 내용처럼 사망, 파산, 해외이주 등 부득이한 사유로 연금저축 상품을 특별중도해지를 할 경우는 낮은 소득세율(2014년까지 13.2%, 2015년부터 3.3%~5.5%)이 적용된다는 것도 기억해 두자.
<연금수령 이외 목적으로 연금저축 적립금을 인출할 때 과세방법 정리>
※ 연간 400만원을 초과 납입하는 불입금에서 발생하는 운용수익도 연금외 수령시 기타소득세를 부과하며, 단 세액공제를 받지 않은 납입금액은 기타소득세를 부과하지 않음.
<연금수령 시 적용되는 원천징수 세율 정리>
연금저축보험 가입자의 유연성도 커진다
조기 퇴직, 임금피크제 등 소득 감소로 인해 연금저축을 장기간 계속 납입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납입하는 금액 및 시기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연금저축신탁(은행)이나 연금저축펀드(자산운용) 상품을 선택하거나 계좌이체를 권한다. 연금저축신탁이나 연금저축펀드 상품은 납입을 중단해도 계약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물론 연금저축보험 상품은 실효 후 해지되는 상품이 있을 수 있으니, 보험료 납입유예 신청이 가능한지 꼭 신청 전에 보험회사에 확인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