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vs. 이통사 무제한요금제
음성요금 중심의 경쟁환기 관점에서는 공생관계
이통사로부터 통신망을 빌려 서비스하는 알뜰폰(MVNO)업계가 이통3사의 잇따른 ‘무제한요금제’ 출시에 긴장하고 있다고 국내 언론들이 4월15일 보도했다. 지난해 '반값 이동통신' 기치를 내걸고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 속속 진입한 알뜰폰 업체들은 주로 통화나 문자를 저렴하게 이용하기를 원하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가입자를 유치해 왔으나 이번에 이통3사가 기본료 월 3만원대의 저가 요금제부터 무제한 통화와 문자를 제공하는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함에 따라 수익성에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알뜰폰 업계는 시장 경쟁력 확보 방안으로 ‘정부의 도매대가 인하’ 및 ‘이통사의 의무제공 서비스 범위 확대’ 등을 꼽았다. 장윤식 한국MVNO협회 회장은 "도매대가(알뜰폰 업체가 이통사에 지불하는 통신망 이용대가)를 내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알뜰폰 사업자는 3만원대 이하의 요금제를 주로 출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를 나타내고, 도매대가 재산정 및 의무제공 서비스 확대를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으로 알뜰폰 업계는 대형 이통사와 차별화된 서비스와 콘텐츠로 맞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1월 알뜰폰 사업을 시작한 CJ헬로비전의 헬로모바일은 현재 전국 10여곳에서 전속 판매점을 운영중이며 서울, 인천, 부산 등 종합유선방송 사업권역인 18개 지역에서 알뜰폰 결합상품을 판매중이다. 나아가 색다른 요금제로 차별화를 시도중인 헬로모바일은 ‘컬처 모바일 서비스’를 표방, CJ의 생활-문화 콘텐츠 혜택을 요금제와 결합시킨 ‘뚜레주르 요금제’, ‘캐치온 요금제’, ‘CGV 요금제’ 등을 제공중이다. 오프라인 판매망 확대에 주력하고 있는 에넥스텔레콤은 그동안 홈쇼핑을 중심으로 판매망을 구성해 왔으나 최근 들어 GS리테일과 제휴를 통해 GS25, GS수퍼 등을 통한 판매망 확대에 나섰다. 에넥스텔레콤의 지정 대리점 역시 전라도를 시작으로 연내 100개의 대리점 개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에넥스텔레콤 관계자는 자사의 올해 목표가 창구를 다양화함으로써 고객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3월 알뜰폰 시장에 뛰어든 티브로드는 저렴한 단말, 저렴한 요금제로 승부를 보겠다는 계획이다. 티브로드는 국내 단말 제조사와 계약을 맺고 새로운 폴더폰 양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으며, 조만간 새로운 폴더폰 공개와 함께 새로운 요금제 출시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통사의 망을 빌려 단말기와 서비스를 가입비-약정조건 없이 제공하는 알뜰폰은 기존 이동통신 기본료의 절반 수준으로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알뜰폰의 BM 자체가 기존 MNO에 비해 다소 저렴한 요금제 자체에만 집중되고 있을 뿐, 새롭고 혁신적인 BM이나 서비스를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면서 알뜰폰의 경쟁력 자체에 대한 불안감도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더구나 최근 MNO들이 LTE 요금제에 각종 무료 부가서비스를 포함시키는 등 가치제공 위주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 그리고 소비자들이 ‘통신비’의 개념을 기존의 단순한 ‘음성통화비’에 국한시키지 않고 데이터나 게임, 동영상 등을 모두 포괄하는 총체적 개념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는 점 역시 알뜰폰 사업자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알뜰폰 사업자들은 최근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의 유통채널을 통해 단말 판매경로를 확대하는 한편 나름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경쟁력 향상으로 연계시킨다는 복안이나,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러한 가운데 이통3사가 잇따라 ‘무제한요금제’를 출시하면서 알뜰폰 업계의 수익성에 추가적인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제기됐다. 저가단말-저가통화료가 최대 강점인 알뜰폰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해보면, 이번 MNO들의 행보가 오히려 알뜰폰 사업자들에게 활로 모색의 여지를 열어줄 가능성 역시 생각해볼 수 있다. 이번 무제한요금제를 통해 MNO들은 그간의 보조금 경쟁이 아닌, 서비스 경쟁 자체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를 본격화한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 요금제가 근본적으로는 ‘음성통화’ 자체를 메인으로 타깃팅한 서비스라는 점이야말로 알뜰폰 사업자들에게 향후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서의 경쟁 상황은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데, 하나는 ‘보조금’ 기반 경쟁, 그리고 또 하나가 ‘단순요금제’ 기반 경쟁이다. 그동안 알뜰폰 사업자들에게 있어 최대의 부담요소 중 하나가 바로 MNO와의 보조금 경쟁이었다. 아직까지 국내시장은 보조금 체제에 익숙해져 있는 상황으로, 알뜰폰 사업자들이 MNO와의 보조금 경쟁을 피하여 소비자들에게 중저가폰을 보급하는 것은 결코 용이한 작업이 아니다. 실제로 이러한 우려는 지난해 3G 자급제폰 시장 진출을 시도했던 한국쓰리엠이 사업성이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결국 사업을 포기했다는 점을 통해서도 나타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보조금을 제쳐둔 채 ‘단순요금제’ 경쟁 측면에서만 본다면 알뜰폰 사업자들에게도 승산은 있다. 현재 MVNO가 MNO에게 넘기는 망 임대료는 원가에 비용을 붙인 ‘코스트 플러스(cost plus)’ 방식이 아닌, 소매가격에서 할인가격을 뺀 ‘리테일 마이너스(retail mimus)’ 방식이다. 이번에 MNO들이 내놓은 무제한요금제의 경우에도 실질적인 리테일 가격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에 근거하여 알뜰폰 사업자들이 상대적으로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만 있다면 그 결과는 나쁘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관건은 일종의 단말 할부판매업 체제에 가까운 보조금 체제가 과연 사라질 수 있을지가 여부이다.
한편으로 LTE 중심-데이터 중심의 환경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MVNO 입장에서는 어디까지나 ‘음성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내세울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소비자들이 단순히 ‘요금제’ 자체만 바라보고 서비스를 선택하게 되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야말로 베스트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이번에 출시된 무제한 통화 요금제 자체가 ‘음성통화’에 초점을 맞추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이 다시 한번 ‘음성통화’ 영역으로 쏠리게 되었다는 점은 알뜰폰사업자 입장에서도 결코 마이너스 요소는 아니다. 이러한 시도가 계기가 되어 데이터 중심 경쟁이 아닌, 음성 중심의 경쟁체제가 일부 시장에서라도 형성될 수만 있다면 영향력 확대의 가능성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데이터 요금제와의 연계 이슈나 보조금 이슈가 서로 엉키지 않은 채 알뜰폰 사업자들의 기대하는 바대로 분리될 수 있을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