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신청하기

이 블로그 친구 신청을 하시겠습니까?

게시판

세 손가락 들어 올린 미얀마 Z세대

게시일
2021-04-02


▲ 미얀마섬유노동자연합회(FGWM) 노동자들이 현지 ILO 사무소 앞에서 해외 기업들이 미얀마 민주주의를 위해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출처: FGWM]


수십 년간 이어진 미얀마 민주화 운동은 주로 부유하고 외국에서 교육받은 계층이 주도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최루탄과 총탄에 맞서 싸우고 있는 이들은 미얀마 양대 주요 도시인 양곤과 만달레이 출신의 학생들과 공장·광산 노동자들이다.


투쟁의 최전선에는 지난 10년의 민주화 과정에서 자라난 Z세대 노동자들이 있다. 이들은 군부에 맞서고 있지만, 서구나 아웅산 수치의 민족민주연맹(NLD)에 똑같은 환멸을 느끼고 있다. 외신들은 만약 미얀마에 민주주의가 복원된다면, 그것은 수치나 NLD가 아닌, 이 새로운 투쟁을 통해서 올 것이라고 보도했다. 《워커스》는 외신이 주목한 Z세대의 투쟁과 삶을 뒤쫓아 봤다.


[기사전문] 참세상 - 미얀마 청년 노동계층과 국제 연대


민주주의 위해 해외 자본 압박하는 미얀마 Z세대


미얀마 Z세대 노동자들은 민주화 속에서 성장한 이들이다. 이들은 지난 수십 년간 성장해온 미얀마 산업사회에 막 진출한 노동자들이기도 하다. 이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감행하고 있는 주요 전술 중 하나는 해외 자본을 압박하는 것이다.


미얀마는 일본과 한국, 그리고 중국이 차례로 산업자본주의로 재편된 뒤 80년대 베트남, 캄보디아에 이어 초국적 기업의 글로벌 가치 사슬에 얽히기 시작했다. 일본과 한국, 중국 등 아시아 선발국가의 자본은 더 저렴한 원자재와 노동력을 찾아 동남아시아 중 임금이 가장 낮은 미얀마를 찾았다. 중국은 특히 미얀마의 최대교역국으로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미얀마에 가장 큰 공을 들였다. 중국 정부가 현재 미얀마 사태를 방관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계 공장 수십 군데에서 방화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동안 미얀마 군부는 주요 산업을 장악하는 한편, 극도로 불안정한 노동시장을 유지하며 이득을 챙겼다. 아웅산 수치 정권이 집권하면서 노조를 합법화했지만, 여전히 군부와 해외자본의 이해가 우선했다.


코로나19는 특히 해외자본에 예속된 미얀마 산업의 모순을 그대로 드러냈다. 투자와 주문 물량은 급감했고, 직장 폐쇄와 해고, 임금 삭감, 노조 탄압이 더욱 빈번해졌다. 그러면서 노동계층의 빈곤이 급속히 심화했고 이는 청년계층에 더욱 가혹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미얀마에서 하루에 1.90달러(2,147원) 이하로 생계를 꾸리는 사람의 수는 2020년 1월 16%에서 9월에 63%로 약 3배가 급증했다. 청년 실업률은 2018년 3.81%에서 2020년 4.34%로 증가했다.


한편 미얀마는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도 노동쟁의가 가장 치열했던 곳 중 하나였다. 지난 수십 년간의 산업 발전 속에서 새로운 노동운동의 기틀을 닦아온 노동운동 때문이다. 미얀마에선 2011년에야 노조가 합법화됐지만, ILO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43%가 사업장에 노조 등 노동자의 권리를 대변하는 단체가 있다고 대답했다.


이 노동자운동이 최근 군사쿠데타에 맞선 봉기의 물꼬를 텄고, 이제 수백만 민중 봉기의 가장 강력한 조직운동이 됐다. 미얀마 노동자들은 2월 2일 보건 부문을 시작으로 군부에 맞선 ‘불복종 운동’이라는 이름의 파업 시위를 진행했고, 2월 8일, 22일, 28일에 이어 3월 8일까지 수백만 규모의 총파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미얀마 노동계급은 민주주의를 위해 해외자본을 압박하는 행동을 주요 전술로 채택하고 있다. 그들과 함께 세계적으로도 미얀마 군부와 초국적 자본을 압박하기 위한 투쟁이 진행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치열하게 투쟁하고 있는 이들은 미얀마 출신 청년 이주노동자들이다. 한국을 포함해 태국, 일본, 대만 등에서 미얀마 이주노동자들이 3, 4백 명 규모로 쿠데타 반대 시위를 조직했다. 미얀마 이주노동자들은 약 400만 명으로, 미얀마 노동력의 약 5분의 1을 차지한다. 이들이 가장 많이 진출한 나라는 태국으로, 이곳에서 약 300만 명의 미얀마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태국에서 지난해 군주제 개혁을 요구하며 일어난 시위의 상징도 ‘세 손가락 경례’였다.


  • #미얀마, Z세대, 국제연대, 민주주의, FGWM, 섬유노동자연합회, 투쟁
댓글 0
댓글 등록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