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들이 방통위의 단속으로 보조금 지급을 자제하는 사이에 MVNO들이 보조금 전쟁에 뛰어들고 있다고 아시아경제가 11월27일 보도했다. CJ헬로비전은 온라인 판매시 기존 이통사보다 더 많은 보조금을 실어주는 것으로 전해졌다. 뽐뿌 등 휴대폰 판매 사이트에 올라온 CJ헬로비전의 알뜰폰 가격정책을 살펴보면 LTE 4만2,000원 요금제 가입시 최신기종의 팬택 베가R3를 50만원에 판매한다. 이통사들이 같은 휴대폰을 비슷한 조건에 65~70만원에 판매하는 것을 감안하면 훨씬 저렴하다.
또한 현금지급 마케팅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아시아경제는 보도했다. 기본료 월6,000원에 번호이동, 약정기한 없이 유심칩만 단독 개통해도 약 4만원을 지급한다. 또 에넥스텔레콤은 롯데홈쇼핑과 CJ오쇼핑에서 휴대폰을 판매할 때 수십만원짜리 경품을 지급하고 있다. 이달에도 LG전자 프라다폰 3.0을 판매할 때 3만6,500원 요금제 가입자들에게 스마트TV를 경품으로 제공하고 있다.
알뜰폰 사업자가 보조금을 확대하면서 가입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통3사의 보조금 경쟁이 치열했던 9월까지만 해도 CJ헬로비전의 가입자는 5,000여명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10월 들어서는 3만여명이 순증했다. CJ헬로비전의 전체 가입자는 16만여명이다.
이에 대해 아시아경제는 방통위가 알뜰폰 보조금 규제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알뜰폰이 한시적으로 보조금을 푸는 것에 대해선 정책 장려를 위해서라도 지금 당장은 제재하기 힘들다"며 "다만 알뜰폰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고 앞으로 알뜰폰 사업자의 보조금 정책이 전체 시장 보조금 수준을 결정지을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 깊게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10만원대 갤럭시S3 파동 이후 이통사들의 보조금 전쟁이 잠잠해진 사이에, 이번에는 CJ헬로비전과 에넥스텔레콤 등 대형 MVNO들이 가입자 확대를 위해 보조금을 쏟아붓고 있다. 현금 동원은 물론 스마트TV 등 고가의 경품까지 등장했다. 표면적으로 볼 때 이통사 대비 저가 요금제를 제공하는 MVNO의 가입자가 늘어나면 통신요금 인하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지만, MVNO 역시 땅 파서 장사하는 것이 아닌 이상 결국 MVNO들의 보조금 확대는 부가요금제나 단말가격 상승형태로 가입자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대형 MVNO들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보조금 경쟁의 확산은 이통사와의 규제 차별 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 외에도, 혁신적 BM을 앞세운 신규 사업자의 등장을 막는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문제이다. 해외의 경우 WiFi를 주력망으로 써서 데이터-음성-SMS 무제한 요금제를 제공하거나, 혹은 데이터 상품에 소셜개념을 도입하는 등 데이터 소비자들의 선택지를 다양화 하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이통사들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획일적인 요금제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단계에 접어든 상태에서, 국내 MVNO 시장은 제4, 제5 이통사 등장만을 기다리며 가입자 뺏기 게임을 반복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하나 문제는 주무정책기관인 방통위가 MVNO의 보조금 투하 정책을 사실상 부채질 하고 있다는 점이다. 방통위는 MVNO를 ‘알뜰폰 사업자’로 명명하며 시장 내에서의 역할을 여전히 통신요금 인하에 맞추고 있다. 이러한 편협한 시각을 바꾸지 않는 한 MVNO 육성을 통한 통신컨버전스 혁신은 국내시장에서 기대하기 어려워질 것이다.